민주노총 소속 노조, 지난 9일부터 이틀간 파업
요구 수용 안 되면 수능 이후 전면파업 예고도
서울시·서교공 “인력 감축 필요…강경 대응할 것”
통합노조, 이견 차로 불참…MZ노조는 비판 나서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퇴근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퇴근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이틀 간의 경고 파업 중인 서울 지하철 노조가 인력 감축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이후 2차 전면 파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타협 없이 원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이어 통합노조, 제3노조까지 불참하면서 파업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이하 노조)는 10일 전날부터 진행된 한시적 경고 파업을 오후 6시경 종료하고 정상운행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사와 민주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양대노조 연합교섭단은 인력 감축 문제 등을 두고 지난 8일 막판 교섭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해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노조는 전날 첫 차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이틀간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와 올바른노조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공사 노조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조합원 수 1만146명), 한노총 소속 통합노조(2742명),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1915명)로 구성됐다.

노사가 체결한 필수 유지 업무 협정에 따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7~9시에는 열차 운행률 100% 수준이 유지되나, 퇴근 시간 운행률은 평시와 비교해 약 87%로 떨어지게 된다.

노조는 “우리가 마지막까지 제시한 불과 한 달 보름 뒤 현장 안전 인력 공백에 대한 대책 요구를 서울시와 공사는 무시하고 갑자기 태도를 급변해 강력대응 운운했다”며 “꾸준히 서울시와 사측의 입장 변화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 변화가 없고, 진지한 태도를 포기한다면 수능 이후 시기를 정해 2차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명순필 위원장은 파업 2일 차 투쟁사를 내고 “2차 전면파업 날짜는 다음 주까지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과 태도를 확인하며 결정하겠다”며 “우리는 위험과 안전의 외주화를 막겠다는 것이며, 단체협약에 따라 결원 인력 대책을 내놓고 당장 1월부터 닥칠 현장의 안전인력 공백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노조의 파업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노조의 파업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년 연속 파업…쟁점은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인력 감축이다.

그동안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온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 측은 무리한 인력 감축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철회를 촉구해 온 바 있다.

실제로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자가 17조6808억원을 기록해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공사는 오는 2026년까지 정원 1만6367명의 13.5%인 2212명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경영혁신안’ 제시했다. 다만 인력을 강제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정원이 많이 증가한 만큼 자회사 분리 등으로 정원을 조절하겠다는 것이 공사의 주장이다.

앞서 서울시와 공사는 적자 해소를 위해 지하철 요금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수입은 600억~7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적자 해소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반면 노조는 무임승차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채 시행되는 인원 감축은 직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서울시와 공사에 △인원 감축안 △안전 업무 외주화 철회 △정년퇴직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개최된 2023년 임단협 제4차 본교섭(속개) 회의에 앞서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개최된 2023년 임단협 제4차 본교섭(속개) 회의에 앞서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파업 동력 불씨 꺼지나

현재 노조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언제든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의지를 드러낸 상태지만 서울시와 공사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양 측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노총 소속 노조, 공사 제3노조이자 ‘MZ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조도 불참을 선언하면서 노조 간의 갈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파업이 시작한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파업에 명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시민 불편을 담보로 노조의 불만을 드러내는 파업에는 타협 없이 원칙 대응해 오랜 기간 이어진 악습을 뿌리 뽑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는 노조가 ‘서울교통공사 경영혁신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해당 계획은 노조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강제적 구조조정 계획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 감사로 노조의 악용 사례가 드러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노조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 현장 근무 인력 부족 사태까지 초래했다”며 “이에 대한 자정 노력 없이 경영혁신 거부, 대규모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며 엄청난 시민 불편과 불안을 초래하는 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공사도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법과 규정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사는 “파업참여자는 전원 무노동무임금을 적용하고, 공사 손실 발생 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불법파업 시 업무방해 등에 대비해 경찰 인력을 투입하고, 불법파업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도 고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파업으로 공사는 행정안전부 경영평가 라등급을 받아 전 직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갔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파업으로 이어진다면 1만6300여 명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바른노조가 파업 비판에 나선 데 이어 통합노조까지 불참을 선언하면서 노조의 경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는 전날 사측과 연합교섭단의 최종 교섭이 결렬된 후 긴급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해 논의한 결과 파업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양 노조는 사측이 최종 교섭을 통해 내놓은 안의 수용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공사가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다고 판단해 파업 명분을 잃었다며 불참을 결정했다. 다만 이들은 연합교섭단에 계속 남아 사측과 협상을 지속할 예정이다.

올바른노조는 지난 2018년 공사가 기존 협력업체 소속 구내식당 등 종사자 1285명을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양 노조 간부들의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 위반 사례 등을 지적하면서 파업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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