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
‘L자형 횡보’‧‘수도권 상승’ 시장 예측은 엇갈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1일 서울시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1일 서울시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건설투자 규모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2.4%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건설투자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상승했으나 2018년 이후 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은 21일 서울시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내년도 건설경기와 주택시장에 대해 제기된 전망을 검토하며 향후 대응을 모색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건정연 박선구 연구위원은 “앞으로 부진했던 건설 선행지표의 시차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 생산요소 수급 차질, 공사비 상승 등의 부정적 요인이 부각되면 건설경기 침체는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23년 건설투자는 지난해 대비 2.2% 증가해 263조원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나 2024년 건설투자는 올해 대비 2.4% 감소한 257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정연은 지금까지 나온 2024년 건설투자 전망 중에서 가장 비관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내년도 건설투자 전망을 올해 대비 0.1% 감소로 예측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월 내년도 건설투자는 올해보다 0.5%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 내년도 건설투자가 올해와 비교해 1.6% 감소할 것이라 봤다.

건설업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건설수주는 지난해 약 229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4% 성장했으나 건설공사비 지수가 2021년 14%, 2022년 7%씩 각각 상승하면서 실제 수주 증가 효과는 제한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까지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26%나 감소해 건설경기 장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 경기예측에 주요한 지표인 건축착공면적도 지난해 18% 감소에 이어 올해는 9월까지 40.4%나 급감한 상황이다. 박 연구위원은 “건축허가를 받아도 공사비 인상, 부동산 PF 등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착공감소의 부정적인 효과는 오는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나타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이밖에 3분기 기준 건축허가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5.9% 감소했으며 7월까지 분양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3.7%나 하락하는 등 모든 지표가 ‘역대급’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2.4% 감소는 보수적으로 본 전망”이라며 “선행지표 급감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면 3% 이상 감소도 현실성 없는 전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건설기업 이익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양극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종합건설업 영업이익률은 5%였으나 전문건설업은 2.7%에 그쳤다. 지난해 전문건설업 계약액은 12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으나 올해 계약액은 1% 증가한 123조원, 내년도 계약액은 오히려 3.2% 감소한 119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돼 전문 및 중소건설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1일 서울시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1일 서울시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편, 내년도 주택시장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건정연 권주안 연구위원은 “매매지수는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최근 상승 폭이 작아지며 강한 보합세 진입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고금리, 3기 신도시, 고분양가 등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분양수요가 위축되고 정비사업 시장성도 악화되면서 주택 공급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주택가격은 ‘L자형’으로 횡보하는 불황형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요 약세와 공급 악화가 겹친 ‘복합 불황’을 전망한 셈이다.

이에 반해 경기대학교 김진유 교수는 “가구 분화가 계속되면서 향후 2~3년간은 1년에 30만~35만 가구 정도는 (신규로)필요하다”라며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데 올해 인허가 및 착공이 줄면서 공급위축이 심하다. 수도권은 (주택가격 인상을)5% 이상 생각해야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 자리에선 비관적인 건설업 전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건설산업정보원 문혁 부원장은 “종합건설업체가 1만9000여개, 전문건설업체가 6만4000여개인데 전국 편의점 수가 5만2000여개 정도다”라며 “시장은 늘어나지 않는데 건설업체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성수기 끝단에 왔다고 본다. 이 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고 쇠퇴에 대한 준비를 해야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김환주 경영정책본부장은 “각종 지표가 상당히 안 좋고 전문건설업의 수익률은 2018년 고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라며 “현장에 건설 경기가 어떻냐고 물어보면 ‘공사해도 남는 게 없다’고 단언한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가 안 좋을수록 하도급 대금 지급 등에 불공정 행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정부에서 꼼꼼하게 관리해 건설기업이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우정훈 건설산업과장은 “건설투자가 지난 3년간 하락 추세였고 최근 건축허가나 착공면적 추세 등을 감안할 때 드라마틱한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며 “그나마 공사비와 자재비가 안정되는 추세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했다. 우 과장은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 민자 사업 집행 관리 강화, 기존 국책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 분쟁의 조속한 조정 등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그리고 건설 현장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감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1일 서울시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21일 서울시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2024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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