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전미영·최지혜·이수진·권정윤·이준영·이향은·이혜원·추예린·전다현 지음│415쪽│미래의창│ 1만9000원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의 16번째 시리즈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출간됐다. 

이번 신작의 부제는 용띠해를 맞이함과 동시에 화룡점정의 의미를 담아 ‘DRAGON EYES’로 정해졌다.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서비스의 도약이 눈에 띄는 요즘이다. 저자는 최근의 경험을 바탕으로 AI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적인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결국 마지막에는 인간의 손길, 즉 '화룡점정'이 더해져야 마무리가 된다는 의미에서 부제를 정했다고 전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2024년 2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분초사회 ▲호모 프롬프트 ▲육각형인간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도파밍 ▲요즘남편 없던아빠 ▲스핀오프 프로젝트 ▲디토소비 ▲리퀴드폴리탄 ▲돌봄경제를 선정했다. 

분초사회(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는 최근 사람들이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데 노력하는 경향성을 지칭하는 키워드 일물일가의 법칙이 사라진 오늘날 최저가보다 중요한 것은 최적가다.다. 이전에는 돈을 아끼기 위해 시간을 소요했다면, 요즘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최근 경제 패러다임은 ‘소유경제’에서 ‘경험경제’로 이행했다. 이에 따라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원이 됐고,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우리 삶의 가장 큰 과제가 됐다. 

호모 프롬프트(Rise of ‘Homo Promptus’)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이에 대한 트렌드 변화에 관한 키워드다. 최근 다양한 예술 창작 분야에도 AI 도입이 진행되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호모 프롬프트’는 거대한 진보의 메가 트렌드 속에서 인간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색하는 키워드다.

육각형인간(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은 외모와 학력, 자산, 직업, 성격 등 다양한 측면에서 흠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을 선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비롯한 키워드다. 이는 하나의 놀이에 불과할 수도 있고,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계층 고착화라는 문제를 보여주는 키워드일 수도 있다. 저자는 육각형인간 트렌드가 젊은이들의 활력이자 하나의 놀이라고 설명했다.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은 가격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성 있게 책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키워드다. 최근 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하나의 상품이 각각 다른 가격을 가지는 것이 가능해졌다. 일물일가의 법칙이 사라진 오늘날 최저가보다 중요한 것은 최적가다.

도파밍(On Dopamine Farming)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게임에서 아이템을 줍는다는 의미의 파밍을 결합한 말이다. 최근 젊은 세대는 적극적으로 도파민을 채울 수 있는 행위를 추구하고 있다. 자극적인 숏폼 컨텐츠가 즐비하는 요즘 도파민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요즘남편 없던아빠(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는 최근 변모하는 가정의 모습과 그 원인, 현상 그리고 전망을 짚어보기 위한 키워드다. 트렌드 코리아는 레이어드 홈, 밀레니얼 가족, 아키텍 키즈 등 가족과 관련된 키워드를 주기적으로 선정해 왔다. 과거에는 가정 경영의 주체를 주부로 여기고, 그중에서도 여성을 중점으로 살폈다. 그러나 최근의 남성들은 가정 경영에 앞장서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사 노동과 육아를 포함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주목하고 분석했다. 

스핀오프 프로젝트(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도 올해의 키워드로 꼽혔다. 스핀오프는 영화나 드라마의 기존 작품에서 따로 나온 외전을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상품, 기술, 비즈니스, 개인의 경력 개발 영역에서도 스핀오프라는 개념이 활용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이나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시도를 도전하면서 시간의 기회비용을 줄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디토소비(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는 쉽게 말해 따라 하는 소비를 말한다. ‘Ditto’는 “나도”라는 뜻이다. 최근 구매 의사 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도’를 외치며,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 취향을 가진 콘텐츠나 사람, 유통 채널을 따라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품의 종류와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도 그만큼 늘어났다. 1분 1초가 아까운 ‘분초사회’에서 이러한 시간과 실패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디토소비가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리퀴드폴리탄(ElastiCity. Liquidpolitan)은 도시가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액체처럼 유동적인 공간이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교통이 발전하고 유목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도시와 지역은 물같은 ‘흐름’이 중요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리퀴드폴리탄이라는 용어로 파악했다.

돌봄경제(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는 돌봄의 기능이 사회 전반적으로 극대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꼽힌 키워드다. 나노 사회라 칭해질 만큼 개인화가 심화된 요즘, 우리는 모두 서로의 돌봄을 필요로하는 존재가 됐다. 이전에는 가족끼리 혹은 스스로에게 의지했다면, 이제는 기술과 공동체가 이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의식의 제고가 필요해진 것이다. 

저자인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다.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2009년부터, 그 영문판인 〈Consumer Trend Insights〉시리즈를 2020년부터 매년 출간하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