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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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의대 정원 확대 이상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 뜨거운 감자가 있을까? 지난 6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간 공식 소통기구인 제20차 의료현안협의체가 열린 것은 고무적이다. 이날 양측은 서로의 근거를 가지고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양측이 내세웠던 논리만 주고 받는 데에 그쳤지만, 정원 확대-파업 강행만 외치며 고조됐던 갈등이 대화 테이블에 오르며, 대화가 조금씩 진전되는 양상이라 관심을 모은다.

정부 측 대표로 나온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서로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이 국민을 위한 최선의 대안인지 절충하면서 앞으로 논의를 지속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협은 다음 회의에서 각자 생각하는 의대 정원 증원의 원칙과 그 근거 등을 정리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와 의협의 총파업 맞불로 정말로 2020년 총파업이 ‘어게인’되는 건 아닌지 설마설마 하던 차에 양측이 본격적으로 대화에 나섰으니, 일반 국민 입장에선 한시름 덜었다.

다만 아직 찜찜한 구석은 남아있다. 다음 대목에서 그렇다. “정부가 결과를 정해놓은 건 아닌지 의심된다”,  “결렬을 전제로 협의하는 건 아닌지, 협의 대상자로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등의 말이 남긴 상처가 커서다.

전자는 지난달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 발표 뒤 나온 의협 측 말이고, 후자는 이날 있던 협의체 직후 나온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서로 품고 있는 신뢰가 떨어질 만큼 떨어진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불신은 공식 테이블의 아래에서 일어난다. 정부는 증원 인원이 얼마나 필요할지 대략의 숫자를 언론에 흘리고, 의대 수요조사를 대중에 발표하는 등 정책의 밑그림을 차곡차곡 그려가고 있고, 그럴 때마다 의협은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경고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의협은 이달 11~17일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히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특별위원회에는 지난번 총파업을 이끌었던 최대집 전 의협회장이 부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긴장을 완전히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이 협의체 대화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테이블 아래 칼자루를 움켜쥐고 이 논의에 금이 가면, 언제든 전면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은근히 내비치면서 살얼음판 대화가 오간다.  

이런 상황에서 진전있는 대화가 지속될 수 있을까. “지난 1월부터 양측이 꾸준히 만나 오늘까지 20차례 걸친 협의체를 이어오면서 상호 이해와 신뢰가 쌓여왔다고 생각한다”는 정경실 정책관의 말과 달리 서로가 언제 어떻게 대화 테이블을 엎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다소 안이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화 그 자체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대화 과정에 얼마나 손실이 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까딱하면 뒤집겠다는 생각으로 서로의 말과 행동에 촉각만 곤두세우면 말은 과해지고 행동의 통제는 더 어려워진다. 지난 2020년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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