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방문하냐고요? ‘인증샷’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려고요”
동유럽 분위기 물씬 풍기는 화려한 장소... ‘트렌드’ 쫓아서 방문 
‘인증샷’ 찍으러 방문하는 고객·매출 증대 효과 노리는 백화점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 속에서 유행은 빠르게 바뀝니다. 트렌드를 통해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의 ‘트렌드 킹’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이끌고  이를 반영한 곳들을 찾아갑니다. 그 안에 담긴 소비자들의 심리와 기업 마케팅 등 이면에 담긴 이야기까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마켓 H빌리지 ⓒ투데이신문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마켓 H빌리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여의도에는 입장에만 2시간이 걸리는 ‘핫 플레이스’가 있다. 바로 더현대 서울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운영하는 ‘H빌리지‘다. 

더현대 서울은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해리의 꿈의 상점을 주제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운영한다.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SNS 등을 위주로 화려한 볼거리와 ‘인생샷’을 찍기 좋다는 이유로 최근 MZ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공간이 됐다.

지난 12일 더현대 서울 입장 게이트 앞은 오픈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H빌리지에 방문하기 위해 더현대 서울을 찾았다는 20대 여성은 오픈 1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줄을 서 있는 사람 대부분이 크리스마스 마켓에 입장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고객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H빌리지에 방문하는 일평균 방문객은 평일 5000명, 주말 1만명에 달한다.

10시 30분이 되자 직원이 QR코드가 적힌 안내판을 꺼내왔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QR 코드를 찍고 백화점으로 입장했다. QR코드를 등록한 뒤 3분 만에 입장 등록을 했지만 500번이라는 대기 번호를 받았고, 2시간이 지나서야 크리스마스 마켓에 입장할 수 있었다.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마켓 H빌리지 ⓒ투데이신문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위치한 크리스마스 마켓 H빌리지 ⓒ투데이신문

더현대 서울은 5층 중앙 공간을 하나의 마을처럼 조성했다. H빌리지에 입장하면 사방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고 유럽의 이국적인 골목길을 방문한 듯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H빌리지는 3300㎡ 크기로 내부에 마련된 국내 크리스마스 연출 장소 중 최대 규모다. 

내부에 마련된 11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띄었고, 16개의 유럽풍 상점은 각각의 개성과 디테일을 살린 연출이 돋보였다. H빌리지는 유럽에서 즐겨 먹는 다양한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제과점, 오너먼트 가게, 소품 가게, 그릇 공방 등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포토존’이었다. 특히 큰 인기를 끈 포토존은 케이크 상점과 중앙에 위치한 테디베어 상점이었다. 화려한 케이크 소품과 움직이는 곰 인형, 트리 앞에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포토존 앞은 입장 대기만큼이나 기나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  [사진제공=뉴시스]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  [사진제공=뉴시스]
롯데백화점이 잠실에 선보인 초대형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제공=뉴시스]
롯데백화점이 잠실에 선보인 초대형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제공=뉴시스]

더현대 서울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백화점 업계가 크리스마스 시즌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해 고객 유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된 신세계 백화점 명동 본점 인근에 인파가 몰려들자, 교통 정리를 위해 경찰이 나서기도 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올해에도 이같은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인 소공 에비뉴는 15M 높이 자이언트 트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크리스마스 상점을 연출하는 구조물을 설치했다. 빅 위시 트리, 회전목마 등이 설치된 잠실 크리스마스 타운도 크리스마스 인증샷을 찍으러 오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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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조성된 ‘H빌리지’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이러한 현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는 뜻을 가진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신조어와도 일맥상통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장소를 찾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그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장소를 마련하고 있는 것. 

더현대 서울 H빌리지에 방문한 2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해부터 방문하고 싶었지만, 예약에 실패해 올해는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며 “예쁘고 화려한 공간에 방문해 SNS에 올릴만한 사진을 찍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가 이러한 장소들을 마련하는 진짜 이유는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여의도에 자리 잡고 있지만 올해 국내 최단기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은 MZ세대를 겨냥한 팝업스토어나 다양한 공간 마케팅을 필두로 이같은 성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다양한 경험이나 체험 활동을 하며 오프라인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트렌드가 변했다”며 “H빌리지 같은 공간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통해 고객이 방문하고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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