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채권단 설명회 열고 도움 호소했으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지원 등 입장차
산은 “4가지 방안 선결없이 설득 어럽다”
이복현 원장 “오너일가 자구계획 안 돼”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에 불이 켜져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에 불이 켜져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이하 워크아웃) 개시를 두고 태영건설과 채권단 간 협상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채권단에 이어 금융당국도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에 회의감을 보이며 오는 11일 채권단협의회 전까지 협상이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활용 등 4가지 조항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외에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과 SBS 지분 매각 또는 TY홀딩스 지분 활용 등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서울시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지난 3일 열린 채권자 설명회에서 사업 현황과 선제적 자구노력을 강조하며 채권단 설득에 나섰다. 이번 워크이웃 신청은 금리인상, 공사비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이슈로 ▲보유자산 매각 ▲강도 높은 구조조정 ▲사업 정상화 등을 통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태영건설의 PF 보증채무는 약 9조5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태영건설은 실질적 우발채무는 브릿지론 보증 1조2000억원과 분양률 75% 미만 본 PF 보증 1조3000억원을 합한 2조5000억원 규모라고 해명했다. 책임준공 확약(3조5000억원), 중도금 대출 보증(1조3000억원), SOC보증(1조원), 분양률 75% 미만 본 PF 보증(1조원) 등은 ‘무위험 보증’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은 채권단에게 태영그룹 6997억원, 태영건설 자체적으로 5290억원을 합쳐 1조2287억원을 선제적 자구노력을 진행했다면서 법정관리 대비 사회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워크아웃이 조속한 사업 정상화에 유리하다고 어필했다. 태영건설에 따르면 현재 협력사 규모는 약 1075개 업체이며 수분양자는 1만9891세대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경영에 복귀한 태영그룹 윤세영 회장은 설명회에 참석해 “이대로는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염치불구하고 나섰다”라며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 태영과 함께 해 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 잔고는 12조원이 넘는다. 영업이익률도 4%로 동종업계 상위권 회사 평균보다 좋다. 태영건설은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는 3일 공시에서 “주요계열사인 에코비트, 블루원, 평택싸이로의 담보제공 및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안과 당사와 관련된 태영건설 우발채무 등의 해소방안에 대해 최선의 결과를 위해 주채권은행과 협의 중에 있다”라며 “당사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성실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날인 2일엔 “당사와 태영건설 간 1133억원을 한도로 금전대여계약을 채결했으며 태영건설이 필요한 금액을 요청할 시 양사간 협의에 의해 자원하기로 계약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이 요청한 400억원을 지급한 바 있으며 나머지 733억원은 태영건설의 필요상황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오는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워크아웃이 진행되려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채권단에게 처음 설명하는 자리로 이후 관련한 협의를 계속 해야한다”라며 “11일까지 기한이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 보완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분위기는 태영그룹에 호의적이지 않다.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설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지원해 신뢰가 상실됐다. 블루원의 지분담보를 제공하고 마각 추진하는 것은 이를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투입된다고 이해했는데 그걸 TY홀딩스 채무 갚는데 사용하겠다고 한다”라며 “구체적인 자구안이 없는 워크아웃 계획안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협의 과정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블루원 지분 담보 및 매각 추진 ▲평택 사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을 제시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을 태영건설로 입금하라 요청했지만 (태영건설은)불가하다는 방침을 밝혔다”라며 “이 4가지 방안은 채권단을 설득하게 위한 조건인데 이조차 선결되지 않으면 채권단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과 SBS 지분 매각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4가지 방안조차 이뤄지지 않는데 다른 방안을 가정의 가정을 거쳐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 이후에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한 방침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이 발표한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닌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고 꼬집으며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11일이 지나도 이 이슈가 계속될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건 아니다. 당국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은 시공과 시행을 한꺼번에 맡아 1조원 넘는 이익을 얻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 재산증식에 기여했다. 그런데 부동산 다운턴에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단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라며 “태영건설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언급했는데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TY홀딩스는 오너 지분이 있으니 이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 채무 부담 등은 어떠냐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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