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에 8000만원∼1억원씩 배상 판결
일본 즉각 항의 나서…후지코시는 배상 거부
정부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지급할 것”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행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만세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행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만세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6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전날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 군수기업 후지코시(不二越)를 상대로 청구한 소송 3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각각 확정했다.

판결 이유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고 했다.

이에 따라 후지코시 측은 피해자 1인당 8000만원∼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소송을 낸 원고는 41명이며 이들 중 직접 피해를 당한 이는 23명이다. 현재 피해자 가운데 8명만 생존해 있다.

앞서 피해자들은 지난 1944년경부터 1945년경 사이에 후지코시가 운영하는 사업장에 동원돼 강제노동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근로정신대에 동원되거나 외출이 제한되는 등 여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들은 강제동원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후지코시를 상대로 지난 2013년에 1건, 지난 2015년 2건의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해자별로 각 8000만원에서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반면 후지코시 측은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은 물론 시간의 경과로 인해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판결에 불복한 상태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최종 승소한 지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는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보고, 시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일본 기업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본 정부는 즉각 항의에 나섰다.

일본 공영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한(한일) 청구권협정에 명백하게 반한다”며 “극히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한국이 제시한 강제징용 해법을 항의 근거로 뒀다. 그는 “한국 정부는 지난해 3월 판결금과 지연이자는 한국 재단이 지급할 예정이라고 표명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진행된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임수석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본 정부는 한일 간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많이 보도가 돼 판결 결과를 일본에 설명할 필요는 없다”며 “외교 채널을 통한 소통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활용해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3자 변제는 재단이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재원은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자금을 받은 국내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다만 지급 적용 대상이 증가함에 따라 재원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임 대변인은 “외교부와 재단은 판결이 확정된 피해자 및 유족들과 순차적으로 소통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과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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