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장관 조태열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KB카드 빌딩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외교부 장관 조태열 후보자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KB카드 빌딩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일제강제노역·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지원 단체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수순 철회를 촉구했다.

정의기억연대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조 후보자가 굴욕적인 ‘2015 한일합의’ 주역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2015 한일합의’는 일본 정부의 애매모호한 유감 표명, 법적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10억엔 출연으로 화해치유재단 설립 등을 대가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협조, 국제사회에서 비난·비방 자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한국 정부가 약속해 준 굴욕적 합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공개를 전제로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제3국 기림비 문제해결, ‘성노예’ 용어 사용 자제 등 이면 협상까지 담긴 일방적이고 굴욕적인 정치적 합의였다”며 “당시 조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으로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정의기억연대는 ‘2015 한일합의’는 이미 국내·국내사회에서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국내 헌법재판소와 유엔(UN·국제연합) 인권이사회는 물론 최근 진실·정의·배상 및 재발방지 유엔 특별보고관은 ‘피해자중심 원칙에 어긋난다며 ’2015 한일합의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기는커녕 일본 정부의 조치를 높이 평가하며 피해자들을 가르치려는 태도마저 보였다”며 “피해자들이 애써 얻어낸 법적 권리를 방해하며 재를 뿌리는 데 계속 앞장섰다”며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전날에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성명을 내고 “(조 후보자는) 사법농단 사건 당사자이자 전범 기업을 감쌌다”며 장관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과거 조 후보자는 양승태 사법부가 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바라는 대로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을 지연시킨 일명 ‘재판거래’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았다. 

시민모임은 “조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청와대와 외교부, 대법원 사이의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며 “그는 외교부 2차관이던 지난 2015년 6월 법원행정처 차장과 만나 강제동원 재판 진행과정과 관련 계획을 논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또한 당시 일본 피고기업을 대리한 한 대형 로펌의 고문 자격으로 강제동원 대응팀에 속했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재판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며 “조 후보자는 대한민국 외교관이 아니라, 자국 대법원 판결을 헐뜯는 것도 모자라 일본 전범기업 구하기에 온몸을 던진 ‘일본의 충견’”이라고 날을 세웠다.

시민모임은 조 후보자 등 외교부의 행동으로 인해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과정 등이 미뤄지게 되면서 원고들이 사망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고위 외교관 신분으로 일본 피고 기업 대리인 측을 만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재판 지연 문제를 논한 것 자체로도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며 “일제 전범 기업의 로비스트나 다를 바 없이 일본을 위해 재판 지연을 획책한 조 후보자는 외교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역사관은 물론, 그 자질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외교부 장관 후보로 택하며 “외교안보 전문성과 특히 경제통상 분야에 대한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선진국형 외교를 추진해 나가야 하는 외교부장관 역할 수행에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난 1979년 외무부에 입부해 지역통상국장, 주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 통상교섭조정관, 주스페인 대사, 개발협력대사,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외교부 제2차관, 주유엔대표부 대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8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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