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체율·고정이하여신 1년 새 2배↑
부동산 PF, 타 업권에 비해 위험 노출 높아
금융당국, 연채채권 매각 채널 확보 등 대응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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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지난해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면서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이 1년 새 2배 가까이 뛰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이 늘어나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크게 늘어 자산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취약 차주 채무조정 대상 채권의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 조정 및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 매각 채널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연체율 [사진출처=한국은행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투데이신문 편집]
저축은행 연체율 [사진출처=한국은행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투데이신문 편집]

자산 건전성 빠르게 악화...상상인저축銀 연체율 가장 높아

26일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개 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신한)의 경영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연체율 평균은 6.4%로 전년동기(3.06%) 대비 약 2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따른 부동산 PF 부실 여파와 저신용 취약 차주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축은행 가운데 상상인저축은행의 연체율이 12.7%를 보이며 상위 10개 사 중 홀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어 페퍼저축은행(8.16%), OK저축은행(7.29%), 모아저축은행(6.93%), 다올저축은행(5.6%), SBI저축은행(4.76%), 한국투자저축은행(4.73%), 웰컴저축은행(5.7%), 애큐온저축은행(4.54%), 신한저축은행(3.58%)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은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는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이 역시 상상인저축은행이 전년동기 대비 무려 10.01%포인트 증가한 13.29%로 상위 10개 사 중 가장 높았다. 페퍼저축은행도 10.13%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어 모아저축은행(8.37%), 웰컴저축은행(7.54%), OK저축은행(7.11%), 애큐온저축은행(6.02%), SBI저축은행(6.86%), 한국투자저축은행(4.97%), 다올저축은행(4.94%), 신한저축은행(3.88%) 순이었다.

실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업권은 약 14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이강욱 실장은 “지난해 금리상승과 부동산가격 하락 영향으로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과 자본 적정성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고정이하여신 비율 7%를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3분기 기준 부동산 PF 연체액(왼쪽) 및 연체율(우측) [사진출처=저축은행 경영공시, 투데이신문 편집]
2023년 3분기 기준 부동산 PF 연체액(왼쪽) 및 연체율(우측) [사진출처=저축은행 경영공시, 투데이신문 편집]

심상치 않은 PF 부실 여파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업황 부진으로 건설업 등의 연체가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축은행 상위 5개사(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은 평균 6.92%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2.4%) 대비 4.52%포인트 증가한 수준으로 1년 새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같은 기간 5개 사의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은 2조83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OK저축은행이 93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BI저축은행이 68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각각 576억원, 257억원이었고 페퍼저축은행은 123억원이었다.

부동산 PF 연체율도 OK저축은행이 9.07%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6.7%), 웰컴저축은행(4.42%), 페퍼저축은행(4.32%) 순으로 나타났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은  6.21%였으나 신용공여 한도비율 대비 신용공여액이 4%에 불과했다. 타 저축은행의 신용공여비율은 40~50%에 달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타 업권에 비해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데다 최근 시중은행과의 수신 경쟁에서도 밀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가 지속될수록 재무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여수신 잔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말 상호저축은행 총수신 잔액은 110조7859억원으로 전월(115조2311억원) 대비 4조4454억원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에 기인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업권들도 부동산 PF만큼 사업성이 좋은 분야는 없다”면서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은 회사들이 공격적으로 부동산 PF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지나 금리하락이 예상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사이클이 상승으로 돌아서는 기간까지 버티느냐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제2금융업종 PF 익스포저 비중(%) [사진출처=나이스신용평가]
제2금융업종 PF 익스포저 비중(%) [사진출처=나이스신용평가]

금융당국, 저축은행 연착륙에 총력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전면화되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이복현 원장은 지난 23일 임원회의에서 본PF 전환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는 브릿지론 등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한 매각 정리를 주문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브릿지론 비중은 지난해 2분기 기준 58%에 달하는 만큼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연착륙에 총력을 가하는 모습이다. 

우선 다음 달부터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부실채권(NPL)전문투자회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이 새출발기금에 한정돼 저축은행 연체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저축은행의 취약차주 채무조정 대상 채권의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도 조정한다. 기존 취약차주 채무조정 과정에서 원리금 연체가 없는 채권임에도 건전성 분류 기준이 모호해 ‘요주의’로 분류되는 관행이 있었다. 이는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이어져 채무조정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채권의 가치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채무조정이 개시됐다는 이유로 대상 채권의 건전성 분류를 하향 조정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상각·매각 촉진을 위해 규제 유연화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연체채권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영업 구역 내 신용공여의무비율을 일시적으로 밑돈 경우(5%포인트 이내) 이를 제재하지 않도록 금감원이 다음 달 중 비조치의견서를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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