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할말 잇 수다’

방문점검원·대리운전기사 등 8개 분야 종사자 참여
무늬만 ‘프리랜서’…정당한 근로계약 중요성 강조
“최저·생활·적정 임금 및 노동안전 권리 강화돼야”

1일 오후 2시 전태일기념관에서 진행된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종사자들이 노동 조건 개선을 요청하는 ‘할말 잇 수다’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1일 오후 2시 전태일기념관에서 진행된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종사자들이 노동 조건 개선을 요청하는 ‘할말 잇 수다’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근로기준법,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짚으며 노동관계법에 명시된 권리들을 온전하고 차별 없이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1일 오후 2시 전태일기념관에서 일군의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종사자들이 노동 조건 개선을 요청하는 ‘할말 잇 수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방송 프리랜서, 콘텐츠 모더레이터, 영화산업 노동자, 방문점검원, 보험설계사, 배달라이더,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등 다양한 직군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먼저 1부에서는 방송 프리랜서, 영화산업 노동자, 콘텐츠 모더레이터들이 등장해 근로기준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멀쩡한 노동자를 프리랜서로 둔갑시켜 근로기준법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더불어 근로기준법 밖의 일터는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위협은 물론 연장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 육아휴직 등을 누릴 수 없는 실상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먼저 방송 프리랜서 진재연씨는 “방송 현장에는 위탁, 용역, 프리랜서 계약을 하는 프리랜서들이 많은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휴일 및 휴가, 퇴직금, 연장근로 수당 등 권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이들은 방송사의 지휘 감독하에 일을 하면서도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진씨는 방송계에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 △초장시간 노동 금지 △프로그램 결방 시 보상 보장 △실제 적용 가능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마련 △배우 출연료 상한선 가이드라인 규정 등을 주장했다.

영화산업 노동자 안병호씨는 “지난 2015년부터 영화 현정에 근로기준법 및 4대보험이 확산되기 시작했다”며 “지난 2019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극장산업 위축으로 영화 제작 편수가 급감해 OTT, 드라마의 현장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OTT 등 현장에서는 업무위탁계약서, 위임계약서, 용역계약서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며 “주52시간, 추가 수당 등이 엄격히 적용되지 않으며, 임금체불 현장도 발생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지 않는 현장이 등장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4년 차 콘텐츠 모더레이터 김지윤(가명)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콘텐츠 모더레이터란 콘텐츠 플랫폼에서 게재된 유해, 불법적인 내용을 차단 및 삭제하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김씨는 “저희가 하는 모니터링일은 24시간을 꽉꽉 채워 다수의 근무자들의 1분의 공백도 없도록 전담해 올라오는 모든 컨텐츠들을 검수한다”며 “야간수당, 기본 연차, 주휴수당, 공휴일도 없는 등 노동자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기본적인 처우를 받지 못했는데, 이는 근로계약서 대신 프리랜서 도급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합리하고 부당한 업무환경에도 회사는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꼼수로 엄청난 양의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며 “게다가 3개월 단기간으로 반복되는 재계약 구조로 인해 이런 고충을 겪으면서도 재계약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불만을 말하기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1일 오후 2시 전태일기념관에서 진행된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종사자들이 노동 조건 개선을 요청하는 ‘할말 잇 수다’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1일 오후 2시 전태일기념관에서 진행된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종사자들이 노동 조건 개선을 요청하는 ‘할말 잇 수다’ 현장에서 참여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어진 2부에서는 방문점검원, 학습지교사,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가 나와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통해 여러 변화를 겪었으나 아직까지도 실업급여나 산재 인정 등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22년 차 학습지교사 오수영씨는 “학습지 교사의 절반 이상이 수수료 50%에 미치지 못하고, 이는 최저임금에도 한참 모자라 신입교사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다 그만두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학습지교사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기본 수수료 50%, 출근·교육수당 및 관리비용 지급, 퇴직금과 휴가 보장을 제시했다.

LG케어솔루션 소속 방문점검원 김정원씨는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LG전자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에 속해있으면서도 고용형태는 특수고용노동자”라며 “45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특수고용노동자 형태로 두는 것은 고정 비용을 줄이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 노동조합이 모성 보호와 일터 괴롭힘 금지, 고객 갑질 보호 등은 물론 현실적인 유류비 지원이나 시간 외 수당, 헛걸음 지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참석하는 교육이나 미팅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리기사 이창배씨는 “대리기사가 1만원의 콜을 받으면 수수료 20%와 프로그램사용료, 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은 금액은 5000~6000원이다. 국밥 한 그릇 값도 안 된다”며 “거대 플랫폼사는 공짜와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고객의 폭언과 폭행을 견뎌야 함에도 실업급여조차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배달라이더 구교현씨는 “지난해 산재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이 배달인데 이는 기본적인 교육도 없고 배달용 보험 가입과 이륜차 면허증 없어도 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배달업계가 라이더자격제와 대행사등록제를 도입하고, 차별 없는 4대보험을 보장과 기후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산업안전보건체계를 개편해 배달라이더에게 감정노동자로서 보호와 휴게공간 설치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설계사 오세중씨는 “보험 판매 시 판매수당을 3~4년에 나눠 지급받는데, 그 이후에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계속 보험계약 유지 관리 업무를 강요했다”며 “계약관리비용은 보험회사가 보험 계약 관리를 위해 보험계약 유지 기간 동안 계속 비용을 차감했다. 그러나 실제로 보험계약을 관리하는 보험설계사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씨는 활동지원비와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 쉴 권리, 노동안전에 대한 권리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최저·생활·적임 임금 보장 △부당한 계약해지 등 제한 △쉴 권리 보장 △노동안전 권리 △사회보험 보장 등으로 차별 금지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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