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행된 근로기준법…“적용 범위 늘려야”
5인 미만 사업장·플랫폼노동자 등 보호 못 받아
괴롭힘 경험 有 직장인 48.0% “갑질 수준 심각”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201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됐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등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시행령 일명 ‘갑질금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 5인 미만 사업장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에 의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이와 함께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 자료 등을 통해 분석한 노동자 현황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는 △5인 미만 사업장 350만여명 △간접고용 200만여명 △특수고용 220만9000여명 △플랫폼노동자 79만5000여명 △프리랜서 150만여명 등을 포함해 약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해당 법은 대한민국 직장인 절반에게만 적용되는 반쪽짜리 법”이라며 “직장인의 인격권에 해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 해고, 중대재해는 최우선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9일부터 15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직장인 평균 48.0%으로 집계됐다.

직장내 괴롭힘 심각 수준. [사진제공=직장갑질119] 
직장내 괴롭힘 심각 수준. [사진제공=직장갑질119]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56.5%)은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41.9%) 보다 더 심한 수준의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 10명 중 1명은 법의 사각지대인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3.6%)이거나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5.4%)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라는 응답이 32.6%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보다 10%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앞서 국민의힘 청년특위에서 5번째 청년정책으로 직장 내 갑질 사각지대를 없애기로 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해당 법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여당은 여러 차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을 약속했다”고 했다.

이어 “법을 개정할 필요도, 야당과 협의할 필요도 없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방망이만 두드리면 된다”며 “여당이 ‘늑대가 나타났다’의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차기 국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 적용범위 별표 1에 제76조의 2, 3을 추가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해당 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면 ‘근무장소 변경’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작은 회사라 사장이 직장 내 괴롭힘에 경각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갑질이 감소할것”이라며 “또한 신고한 직원이 회사를 계속 다닐 가능성은 매우 낮아 ‘근무장소 변경’의 어려움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5인 미만 사업장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할 경우 비용 문제는 크지 않은 반면, 예방의 효과는 극대화된다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5인 미만 등 중소영세사업장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내 조사와 판단위원회를 설치해 지원하는 등 법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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