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실제 역 직원 대상 설문조사 진행
역무원 94% “나 홀로 근무 여전…불안↑”
지난해 신변보호 7091건…1년 새 5배 증가
2인 1조 근무 현실화·법 및 제도 정비 촉구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출구 인근에 신당역 사건 1주기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출구 인근에 신당역 사건 1주기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해 9월 14일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단독근무 중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직원들은 근무 여건이 변하지 않았다며 비판에 나섰다.

그동안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되고 스토킹 피해자 지원을 규정한 법안들이 마련되는 등 제도가 일부 개선됐으나, 지난해 경찰에 스토킹 범죄 관련 신변보호 요청이 7000건 이상으로 집계되며 여전히 스토킹 범죄에 대한 공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 직장갑질119는 전날 오전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신당역 살인 사건 1주기 모니터링 보고서 및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서울교통공사에서 실제 근무하는 역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무원의 45.4%는 신당역 사건 이후 정부의 대응 및 대책이 일터와 직장 내 성폭력 방지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의미 있는 변화를 줬다’는 응답은 21.24%에 그쳤다.

‘사건 이후 시행된 공사의 조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34.69%가 ‘매우 그렇지 않다’, 25.31%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변했다. 역무원 10명 중 6명은 공사의 조치가 불충분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역무원 10명 중 7명(72.13%)은 역 내에서 안전을 충분히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다. 해당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한 이들은 2.84%, ‘매우 그렇다’는 1.9%에 불과했다.

특히 역무원 93.55%는 ‘공사의 대책 시행 이후 2인 1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실제 ‘2인 1조 지침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절반(49.57%)에 가까웠다. 뒤이어 ‘가끔 그렇다’ 32.04%, ‘대부분 그렇다’ 14.31%, ‘항상 그렇다’ 4.08% 순이었다.

앞서 노조 측은 3인이 근무하던 역에서 근무하던 A씨가 홀로 순찰하다 변을 당했던 점을 고려해 2인 1조 순찰이 보장돼야 한다고 요청해 왔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0월 역 순찰 2인 1조 기준 체계 정립, 안전순찰 인력 확보 등을 담은 ‘2인1조 순찰 확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들 단체는 “심지어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는 오히려 공공기관 인력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지난해 1539명 인력 감축안에 이어 올해는 2212명으로 확대했다”며 “정부의 대책은 개인적인 처벌에만 집중돼 있을 뿐, 사업장의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정부의 안전대책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는 △2인 1조 근무 현실화 위한 안전 인력 충원 △근로기준법·산안안전보건법·고용평등법·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노동현장 내 법과 제도 정비 등을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신당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 이후 급한 출동 상황, 수익금 관리 등에 2인 1조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한 인력 충원, 지능형 CCTV 투입 등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노력해 왔다”며 “다만 역 내 상황 및 근무 여건 등에 따라 한계는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꾸준히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근로 조건, 인력 충원 등을 검토하고 고민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신당역 사고 1주기 기자회견에서 안전한 일터 마련 촉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와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신당역 사고 1주기 기자회견에서 안전한 일터 마련 촉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토킹 범죄 피해도 여전한 실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관련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조치)는 지난 2021년 1428건에서 지난해 7091건으로 약 5배 증가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사건 이후 경찰은 범죄피해자 안전보호 및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높은 피해자 신변보호 수요에 비해 경찰 지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지원제도 역시 여전히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사 입사 동기인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피의자 전주환(32)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2년여간 피해자를 스토킹한 뒤, 지난해 9월 14일 피해자의 일터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지난 7월 진행된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판결에 불복해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유족들은 전주환과 피해자가 근무했던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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