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사직 예고 이어 가천대·원광대 등 동참
복지부 “업무개시명령…위반시 엄정 대응할 것”
의대생·의협도 집단행동 움직임…의료대란 우려↑
서 전문의 “무조건 늘리면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

서울 소재 모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소재 모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현재까지 7개 병원, 154명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16일 제9차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진행한 뒤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집단행동과 관련된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 및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각종 시범사업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지난 15일 자정 기준 원광대병원, 가천대길병원, 고대구로병원, 부천성모병원, 조선대병원, 경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7개 병원에서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 사직이 시작되자, 복지부는 해당 7개 병원을 포함해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내렸다. 

또한 복지부는 병원 7곳 중 서울성모·부천성모병원과 경찰병원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세 병원의 미 출근 전공의는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출근 사실이 확인될 시 정부는 진료 거부로 간주하고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 개개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예정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현행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 및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를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같은 업무개시명령을 받으면 즉시 복귀해야 한다. 다만 명령서 수령 시점, 복귀에 걸리는 시간 등으로 인해 다음 날 자정까지 복귀해도 인정된다. 만일 이를 어기면 1년 면허 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형법상으로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5년 이하 징역 및 1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사전 논의를 통한 집단행동으로 간주될 시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조 장관은 “의료 현장의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진료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엄정 대응할 것이며, 의료진들이 의료 현장을 지켜주기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시내의 위치한 의과대학 인근.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시내의 위치한 의과대학 인근. [사진제공=뉴시스]

빅5 병원 전공의·의대생·의협도 가세

이외에도 수도권 대형병원인 일명 ‘빅5’ 병원 전공의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해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빅5 병원에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이날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오는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20년에도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 전공의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의료 현장이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에 정부가 증원에 대해 보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집단행동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상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같은 날 전국 의대생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 참여 여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전국 의대생들이 동시에 휴학계를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이미 정부의 의료 개혁에 항의하며 동맹휴학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전날 전국에서 집회를 개최한 것에 이어 오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 방안과 향후 로드맵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이자 서울시의사회 서연주 정책의사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현재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는 필수과 기피현상”이라며 “무조건적인 의대 정원 증원보다는 많은 의사들이 미용, 성형 분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상황을 개선하는 정책들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결국 필수과 기피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며, 앞으로 증원된 의사들이 성장할 10년 동안 이미 대한민국 필수의료 자체가 버텨낼 수 없을 것”이라며 “원가 보존도 안 되는 필수의료 수가, 의사들이 보람과 사명으로 버티지 못하게 하는 과한 의료소송과 처벌 문제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수에 대한 여러 효과적인 방안 논의 중이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증원을 강행한데 이어 자유의사인 사직을 금지하고 전문성을 존중해주지 않는 정부의 행보로 인해 전공의 사직 등이 촉발됐다는 게 서 정책이사의 입장이다.

환자를 볼모로 단체행동을 진행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행동들은 의사들 ‘밥그릇 싸움’이 절대 아니다”며 “애초에 경제적 풍요가 목적이었다면 힘든 대학병원에서 수련 안 받지 않았다. 좋은 의사, 생명을 다룬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힘든 수련 중인데 불에 기름 붓는 격의 정책이 이뤄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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