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nbsp;<br>
▲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에 위치한 한 육가공 공장 화재 진압 현장에서 소방공무원 2명이 순직한 날 이후 일주일가량 흐른 지난 7일 그의 동료들이 거리에 나섰다.

그날 밤 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출동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는 공장 안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주저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다 인명 수색 도중 고립됐고 8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두 사람의 동료들은 추모와 함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희생한 소방공무원 432명의 사망한 해와 이름이 기재된 천막을 꺼내 들며 “현재 마치 소방관의 희생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 순서로 (자신이) 언제든지 새겨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432명 영령들의 고귀한 이름이 전쟁기념관 한편을 가득 채웠고, 모두 그 앞에서 묵상하며 어쩌면 ‘나였을지도 몰랐던’ 동료의 죽음에 아파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화재 순직’ 재발 방지와 임금 체계, 복지 등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특히 문경 화재 현장에 있었다는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박일권 위원장은 “무인파괴방수차만 있어도 빨리 쉽게 진압하고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첨단장비는 없었고 굴삭기 1대만 현장에 있었다”며 “소방공무원들은 ‘첨단 장비 확대, 인력 충원’이라는 말뿐인 잔치에 놀아나고 있었다. 모든 장비는 빈약했으며 인력지원은 중단됐다”고 열악한 현실을 증언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 동안 공무 도중 다치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4858명에 달한다. 소방청이 진행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에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중 적어도 1개 이상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이 2만3060명(43.9%)으로 나오는 등 처참한 현실을 증명했다.

이와 같이 과거 대형 화재 등으로 인해 소방관들이 희생될 때마다 인력 충원과 장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거의 변화를 느낄 수 없다는 분위기다.

화재 발생 후에만 잠깐 발현되는 단발성 대책만 내놓고 있다 보니, 매번 반복되는 화재에 소방관들의 소중한 목숨을 지켜주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더 이상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더욱이 소방관의 처우와 근무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방 로봇, 인공지능 등 첨단 장비를 확충해야 하고 공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은 소방관과 그 유족에게는 합당한 예우와 폭넓은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열린 제61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용기 있는 소방관을 가진 나라가 안전한 나라이고 소방관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나라가 건강한 나라”라며 소방대원들을 격려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일상화된 재난위협에 맞서 세계 최고의 재난 현장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인공지능 기술, 소방 로봇 보급 등에 속도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또 보호장구 확충은 물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유하기 위한 소방병원 설립 등 소방대원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용기 있는 소방관’은 이미 준비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을 말하라면 소방관이 꼽힐 정도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도 이어지고 있다.

다 준비됐으니, 이젠 말뿐이 아닌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건강한 나라’만 뒤따라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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