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지한국문학,  <지역 고전학 총서> 10종 추가 발간  
중앙 문학에 가려 있던 지역 고전학, 발굴 및 연구 진행
우리 문학사에 풍성함 더해…한국 지적 자산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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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지역 고전학 총서 10권 [자료제공=지만지한국문학]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지만지한국문학(대표이사 박영률)이 2022년 8월 우리 문학사 최초로 지역 고전학 총서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던 부산대 김승룡 교수 등과 함께 2차 지역 고전학 총서 10권를 출간했다. 

이는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 문학의 그늘에 가려 사장돼 있던 영남학, 호남학, 기호학 등의 지역 고전학이 지방 대학 교수와 학자들에 의해 복원돼 ‘살아있는 생명체’가 됐다.

지역 고전학 총서 기획 위원회는 “지역은 지금 이곳의 다른 말로서, 시간과 공간으로 규정되는 인간의 삶 자체를 뜻한다”며 “이에 따라 지역의 한문고전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삶을 보여주는 텍스트였다”며 한국의 지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2월 20일 출간된 이번 총서는 여말 선초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다양한 시대적 인물들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한시(漢詩)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5언 율시와 7언 절구, 일기와 놀이 기록 등 다양하다. 《경봉 시집》, 《신당일록》, 《예암 시선》, 《열상 기행 절구》 《태재 시선》, 《용만분문록》 등 영호남과 경기·강원에서 활동했던 학자들이 지은 이번 작품들은 지방 문학의 높은 수준을 드러내 저자들의 문중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암(豫菴) 하우현(河友賢)의 7대손인 진양 하씨 대종회 하동준 이사는 “선조들의 기품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선집이 출간돼 기쁘다”면서 “후손들의 귀감이 되도록 문중에 널리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당(新堂) 조수도(趙守道)의 문중인 함안 조씨 대종회에서도 “선조들의 우국충절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통도사 백련암 원산 큰스님은 “‘너는 불교와 인연이 있구나’라는 경봉 스님의 말씀 한마디에 출가하게 됐는데 스승의 시를 통해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며 숙연한 마음을 전했다.

지역 고전학 총서를 기획한 김승룡 부산대 교수는 “누구도 관심 두지 않던 지역 고전을 발굴해 출판하는 일이 매우 힘겨웠다”면서 “출간 이후 해당 문중은 물론 지역 학자들을 중심으로 호응이 커지면서 양과 질이 심화,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성을 찾아낸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면서 “지역 고전학을 학문으로 정착시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달을 탐내며 읊다

1945(54) 85일 일요일, 날씨 흐림.

 

밝은 달 강에 뜬 것만 보기엔 아쉬워

물병을 끌어다 달을 병에 담았네

집으로 돌아오다 갑자기 응당 깨달아

한 번 웃고 병을 뒤집으니 달도 또한 비워졌네

 

貪月謾吟

明月浮江看不足 携瓶水月入瓶中

歸家忽地方應覺 一笑傾瓶月亦空

 
-《경봉 시집》 에 실린 정석의 시 

이번에 출간된 책들 중 《경봉 시집》은 양산 통도사의 선승 경봉(鏡峰) 정석(靖錫)의 시를 소개한다. 《신당일록》은 16세기 퇴계학파 신당(新堂) 조수도(趙守道)가 1588년 1월 28일부터 1592년 9월 28일 사이에 178일간 쓴 일기다. 《예암 시선》은 18세기 학자 예암(豫菴) 하우현(河友賢)의 시 77제 128수를 소개한다. 《열상 기행 절구》는 옥파(玉坡) 신필영(申弼永)의 한강 기행시다. 《태재 시선》은 여말 선초의 학자 태재(泰齋) 유방선(柳方善)의 5언 율시 125제 153수를 소개한다. 

그밖에 경남 함양의 선비 진우재(眞愚齋) 양황(梁榥)이 임진왜란 당시 전황의 급박함과 민중의 고초, 젊은 선비의 우국충정을 그린 《용만분문록》과 1757년 성리학자 자고당(紫臯堂) 박상절(朴尙節)이 선조들의 기록을 모아 시화를 곁들인 《기락편방》, 17세기 영남학파 학자 무첨(無忝) 정도응(鄭道應)의 《무첨재 시선》, 18세기 호남 선비 황윤석의 시 100제를 수록한 《이재 시선 2》, 근대 유학자 경와(敬窩) 엄명섭(嚴命涉)의 시 127제 157수를 담은 《경와 시선》 등은 한문학과 지역 문학 연구에 상당한 가치가 있는 책들로 평가된다.

지만지한국문학은 현재 번역 중인 남고(南皐) 윤규범(尹奎範)의 《시암집(時庵集)》과 요천 김헌기(金憲基)의 《요천집(堯泉集)》 등 지역 고전학 총서 3차분 20권을 올해 말까지 발간할 계획이다.

한편 지만지한국문학의 지역 고전학 총서는 서울 지역의 주요 문인에 가려 소외됐던 빛나는 지역 학자의 고전을 발굴 번역한다. ‘중심’과 ‘주변’이라는 권력에서 벗어나 모든 지역의 문화 자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역 학문 발전에 이바지한 지역 지식인들의 치열한 삶과 그 성과를 통해 새로운 지식 지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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