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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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지만 서울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각종 주택사업이 진행되는 도시다. 빈 땅을 찾기 어려운 특성상 서울의 주택사업 대부분은 정비사업 형태로 추진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서울시정을 맡은 오세훈 시장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과 ‘모아주택’처럼 오세훈표 정비사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야심찬 시작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엇박자가 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한편, 절차 간소화로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이다. 서울시는 공공이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지원하기에 통상 5년은 걸렸던 정비구역 지정절차를 2년 정도로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주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58명 중 131명이 ‘신통기획이 정비사업 추진에 도움이 된다’를 선택해 83%라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지난해 5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신통기획을 들어본 시민은 19%에 불과했지만 이 중 77%가 ‘신통기획이 정비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통기획은 2021년 9월 도입 이후 110개소(1월 30일 현재)에서 추진 중이며 62개소에서 기획을 완료하는 등 점차 안착하는 추세다. 한편으로 기부채납을 둘러싼 갈등도 확산되며 신통기획에 대한 회의도 제기되고 있다.

정비사업자는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및 높이제한 완화 등을 위해 각종 기반시설을 기부채납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도로, 공원 등 기초적인 시설이었으나 최근에는 각종 건축물 설치까지 광범위하게 유형이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강남구 압구정3구역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이 신통기획 철회 동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철회를 요구한 주민들은 기부채납 비중이 과하다고 보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신통기획을 통해 용적률 최대 400%, 최고층수 65층이란 인센티브를 받았으나 그 대신 단지 내에 노인복지시설인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구받고 있다. 이에 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은 서울시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통기획 기부채납을 두고 불거지는 갈등과 관련해 “조합과 시가 보는 공공시설 기부채납이 다를 수 있다”라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별도 절차와 형식 등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사업을 추진하지만 공공의 개입 여지가 넓어 이같은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 여지가 있다. 

모아주택은 부동산 경기침체라는 여건을 두고 상대적으로 저층개발이 많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더할 것이라는 전망과 소규모 사업이기에 사업추진에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모아주택사업과 관련해 123개 조합이 설립된 가운데 지난달까지 사업시행인가가 나온 곳이 9곳, 착공은 단 1곳에 머물러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모아주택은 서울시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에 맞춰 제안한 새로운 정비모델이다. 이웃한 다가구 및 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로 주택 개발에 나서며 대지면적 1500㎡ 이상을 확보하면 추진할 수 있다. 이같은 블록 단위의 모아주택이 집단적으로 추진되면 모아타운이란 한 그룹으로 묶일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지마다 조건이 제각각이라 지향점도 수용 가격도 다를텐데 진척이 어렵다”라며 “소규모일수록 공사비도 더 들어갈 수 있는데 특히 15층 내외 저층개발은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하공사가 추가된다면 공사비가 더 올라갈텐데 분양가도 낮게 책정된다면 추진이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공사비는 점점 올라갈텐데 작업자들도 구하기 어렵고 결국 건설사들의 옥석가리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어 “정치와 부동산은 떨레야 뗄 수 없다. 오 시장이 사업 추진이 잘 안되면 직접 면밀하게 점검하고 소통을 통해 풀어서 빨리 진행시켜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 전략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일반적인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에 2년 이상, 조합 설립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데 비해 모아주택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개별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난개발 우려가 있지만 모아주택은 보다 체계적인 계획 아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규모 사업은 사업자금도 많이 투입되고 진행이 중단되는 사업도 있지만 모아주택은 중견업체들이 신속하고 사업을 추진해 끝낼 수 있다”라며 “실제 심의건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등 호응도 좋다”고 말했다.

관건은 결국 사업성이다. 아무리 주택 수요가 끊이지 않는 서울이라 해도 각 구역마다 사업성 평가는 다르고 양극화도 점차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벌집을 잘못 건드린 것처럼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구역도 나올 수 있다. 사업 시작부터 아쉬운 감이 없지 않으나 기왕 벌린 사업이라면 서울시가 책임감을 갖고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신통기획과 모아주택 등 오세훈표 정비사업의 결과는 이제부터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정치인의 인기몰이 수단에 그치지 않기 위해 오 시장과 서울시가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다시금 이들 사업의 현황을 세심히 따져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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