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돌봄노동자 노동권 실태와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토론회

‘값싼 노동·쉬운 일자리’ 평가로 근로조건 열악
“요양보호사 1명이 어르신 20명 돌보는 현실”
장애인활동지원사 “10년 일해도 호봉 인정 X”
전문가 “노동자 처우 개선해야 돌봄 질 높아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돌봄노동자 노동권 실태와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돌봄노동자 노동권 실태와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한국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호출형 시간제 노동’”

사회적 저평가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 신음하는 돌봄노동자들과 마주하고, 이들의 기본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돌봄노동자 노동권 실태와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녹색정의당 양경규 의원은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노동자들은 ‘값싼 노동’, ‘쉬운 일자리’ 등의 평가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근로조건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노동 현장노동자들의 발언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차례로 요양 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 노동자 순이다.

우선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전현욱 사무처장이 요양보호사로서의 현실에 대해 증언했다. 

전 사무처장은 “현재의 요양원에서는 어르신을 모시고 야외에서 산책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1명의 요양보호사가 20명 가까운 어르신들을 돌보는 현실 속에서 질 높은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에 치여 어르신들을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방임’을 이유로 노인학대로 몰린다”고 자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요양보호사들은 현장을 떠나고, 신규 인력 또한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그는 “처우개선은 외면한 채 외국인 인력을 수입해서 저임금 노동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뜻”이라며 “전문성, 숙련도를 무시하는 장기근속장려금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 장애인활동지원사지부 이순화 사무국장&nbsp;ⓒ투데이신문<br>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 장애인활동지원사지부 이순화 사무국장 ⓒ투데이신문

다음으로 전국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 장애인활동지원사지부 이순화 사무국장이 발언에 나섰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국가 돌봄서비스의 일종으로 신체적, 정신적 등 사유로 장애가 생겨 신체 활동과 일상생활 그리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만 6세 이상에서 만 65세 미만인 장애인의 활동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지난 2007년 4월 시범운영된 후 2011년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같은해 10월 5일 정식 시행됐다.

이 사무국장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교체 및 해고가 쉬운 구조”라며 “장애인의 병원 입원, 여행, 집안 행사 등으로 상시적인 서비스 중지가 요청되며, 대기 기간에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숨만 쉬어도 돈이 필요한 현실에서 한 달 수입을 예측할 수 없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근무형태는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 큰 시름이며 불안요소”라고 덧붙였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이 사무국장은 “10년을 일해도 호봉이 인정되지 않으며, 요양보호사에게 있는 근속가산금도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주상현 지부장과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백영숙 아이돌봄인천지부장,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이 각각 정신건강현장, 아이돌봄, 사회서비스원 노동자 현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결국 돌봄근로자의 지위와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법무법인 여는 박지아 변호사는 “돌봄 노동 수급자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실제 제공되는 돌봄 노동의 양과 질은 돌봄 근로자의 처우개선 내지 정치적·경제적 지위 향상 없이는 담보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박 변호사는 “노동의 강도와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재와 같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계속된다면 돌봄 노동 수급자의 권리 또한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근로자 중심의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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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여는 박지아 변호사 ⓒ투데이신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귀천 교수 또한 “돌봄노동자들은 누가 돌봐주나. 바로 정부”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돌봄은 누구에게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인데,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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