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모인 홍콩 ELS 피해자들...2000명 집결
금감원 배상안...“받아들일 수 없다 전액 배상 촉구”
사적화해 난항 예상...피해자 연대 “소송 불사할 것”

홍콩 ELS 피해자들이 15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콩 ELS 피해자들이 15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관련 피해자들의 손실에 대한 배상안을 내놓았지만 판매사인 금융사와 투자자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적화해를 통한 자율배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투자 피해자들은 해당 상품 투자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했다.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은 15일 오후 12시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집회’를 열고 최근 발표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배상안을 받아 들이 수 없다며 원금에 대한 100% 배상을 촉구했다.

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강원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홍콩 ELS 피해자들이 한데 모여 진행됐다. 피해자 모임 측에 따르면 이날 참석한 피해자들은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1일 홍콩 ELS 관련 불완전판매 조사를 실시한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과 증권사들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고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홍콩 ELS의 총투자 손실은 약 6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날 집회에 나선 홍콩 ELS 피해자 모임 길성주 위원장은 “금감원이 내놓은 배상안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은행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고지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투자성향을 매기는 등 사기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데 연령에 따라 차등해 배상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ELS 피해자들이 15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콩 ELS 피해자들이 15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금감원이 제시한 시중은행의 실질적인 배상 비율은 최대 50%다.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 의반, 부당권유 등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 20~40%에 불완전판매 등 은행의 내부통제 책임을 10% 가중해 산정한 수치다. 또한 금융 취약계층이나 ELS 최초 가입 여부 등에 따라 배상 배율에 차등을 뒀다. 금융당국은 사례별로 최대 100%까지 배상 범위를 열어뒀다고 설명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자기책임원칙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배상 규모는 평균 4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날 참석한 투자 피해자들은 금감원의 자율 배상안을 지적했다. 판매 단계에서부터 위법성이 분명한 사기 계약이므로 원금 전액을 일괄적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원에서 올라와 집회에 참석한 김 모씨(60세)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품을 판매할 때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며 “홍콩 ELS 상품이 마치 금리가 높은 원금 보장형 적금 같은 상품이라고 해서 가입했지 이렇게 위험한 상품인줄 알았으면 가입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이 모씨(52세)는 “80세 가까이 되는 아버지가 30년간 거래한 은행 직원으로부터 상품을 권유받고 상품에 가입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투자성향뿐만 아니라 계약서 필적도 아버지의 것이 아니었다”며 “결국 은행 직원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적법한 절차를 어기고 임의로 상품 계약을 한 명백한 사기다”고 말했다.

홍콩 ELS 피해자들이 15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콩 ELS 피해자들이 15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금융업계에 따르면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배상 가이드라인에 맞춰 비중별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상안 산정 방식에 대한 법률검토와 향후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을 대비해 김앤장을 비롯한 대형 로펌들과 자문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길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손실이 없다는 은행의 말에 속아 피해를 본 사기행위라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판매사의 귀책 사유 비중을 낮게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은행의 배상기준이 합당하지 않으면 집단 소송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분쟁 조정에 돌입한다. 다만 발표된 배상안을 기준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 피해자들의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배상이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법정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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