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 ELS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다소 빠른 시일 내 배상안을 내놓았지만, 피해자들은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는 등 반발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지난 11일 피해자별 배상 비율에 차등을 두고 사적 화해를 유도하는 자율 배상안을 두고서다. 

금감원이 판매사인 은행에 적용한 기본 배상 비율은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0~40%다. 말하자면 위에 나열된 판매원칙을 전부 위반했을 경우 40%다. 여기에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어 은행의 경우 10%포인트를 가산해 최대 50%의 기본 배상 비율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피해자별 차등을 둬 추가로 배상 비율이 가산되거나 차감되는 요소를 적용하기로 했다. 가산의 경우 고령자, 예·적금 가입목적 고객 등이 있고 차감의 경우는 ELS 투자 경험과 금융상품 이해 능력 등을 고려한다. 즉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판매사에만 두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그러나 실제 집회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배상 비율 산정에 좀 더 복잡한 변수가 있다. 고령의 피해자들 상당수가 은행직원의 권유를 받아 자식들까지 대신 가입을 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부모라 할지라도 위임할 때 위임장 및 가족 동의서 등 각종 서류가 필요하지만, 은행직원의 말을 듣고 본인이 한 것처럼 대리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투자성향은 은행직원이 임의대로 처리했다는 증거들이 나왔다.

실제 이날 가져온 피해자의 해당 ELS 관련 자료를 보면 가족들 전원의 투자성향과 필적이 동일했다. 따라서 자식들은 ELS 상품 가입 경험이나 가입 금액에 따라 금감원이 제시한 차등 배상을 적용할 경우 기본 배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했던 사모펀드 사태와 이번 홍콩 ELS 사태는 비슷한 점이 있다. 바로 판매사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상품 판매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금감원도 ELS 판매실적을 성과평가지표(KPI)에 비중 있게 반영한 것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손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은 예대마진 확대에 힘입어 최대실적을 기록하고 직원들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금융지주 수장들은 고금리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상생 금융’을 올해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은행들은 자율 배상안을 두고 셈하기 바쁜 모양새다. 최근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손실 산정에 따라 수천억원의 배상금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탐대실이라고 했다.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은행이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지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 앞서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한국투자증권이 얻으려고 했던 것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 아니라 고객들의 신뢰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