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커피 체험⑥ -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편

   
 
새로운 천사의 커피,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큐그레이더’가 추천하는 나만의 커피
시작부터 끝까지 섬세하게 커피를 느껴요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3월에 접어드니 날씨가 따뜻해졌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싸늘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낮 시간만큼은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아침마다 황사와 초미세먼지로 인해 바깥 활동보다는 실내에서 머무르라는 기상 캐스터들의 당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날씨가 따뜻해졌고 또 활기찬 신학기도 시작된 만큼 집 안에만 콕 박혀 있을 순 없겠죠. 그러니까 초미세먼지를 막아준다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시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러 나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있는 광화문 광장 근처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내려서 광화문광장 쪽 출구로 나가면 왼쪽에 바로 세종문화회관이 보입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옆에는 건물 벽면에 붙어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매장이 있습니다.
 
   
▲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좌석. ⓒ투데이신문
직원 모두 커피 감별사 ‘큐그레이더’ 자격증 보유
맛부터 진하기까지… 고객 취향 따른 맞춤 커피
 
따뜻한 기운이 몸에 닿는 게 좋아서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광화문광장을 조금 걸었는데요. 찬바람도 심하게 불지 않고 밝은 빛과 포근한 기운만 가득해서인지 광화문광장은 관광객들과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온 직장인들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들 중 한 명이 돼서 잠시 여유를 가진 후에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출입문에 말 그대로 ‘대문짝만하게’ 한 사람의 사진이 붙어있었습니다.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매장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중 정아름 부점장님이 ‘2014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쉽’에서 1위를 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감사하게도 2014년 한국 바리스타 1위를 거머쥔 정아름 부점장님이 이날 제게 ‘엔제리너스 스페셜티’와 관련한 설명을 해주시고 커피도 내려주셨습니다.
 
지난해 11월 처음 문을 연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매장은 최근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른 커핑(커피 맛을 감별하는 과정) 테스트에서 8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은 원두인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면서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커피 감별사라고도 불리는 ‘큐그레이더(Q-grader)’ 자격을 갖고 있고, 회사 차원에서도 바리스타들이 ‘큐그레이더’ 자격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 ‘큐그레이더’ 자격증의 경우 한 번 취득한 후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라 3년 마다 한 번씩 갱신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바리스타들의 능력이 향상될수록 고객에게 제공되는 커피의 맛은 당연히 더욱 섬세하고 뛰어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스페셜티 메뉴만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매장은 일반 엔제리너스에 스페셜티 메뉴가 추가로 구성된 형태로 운영 중입니다. 일반 메뉴와 스페셜티 메뉴는 다른 곳에서 주문을 받고 있고, 스페셜티 메뉴를 주문한 고객은 원하는 경우 따로 마련된 좌석에서 커피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커피와 원두 등에 대해 갖고 있는 궁금증도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직원들이 제공되는 커피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거든요.
 
   
▲ ⓒ투데이신문
제가 방문했을 때는 ‘케냐 캉구누 AA’,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과테말라 COE(Cup of Excellence) 5위 미라빌레’ 원두를 이곳에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중에서 저는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와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를 선택했습니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의 경우 원두 이름을 보자마자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매력적인 집시 여인의 이름이 ‘에스메랄다’였던 게 기억나서 그만큼 매력적인 원두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 골랐고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는 ‘믿고 마시는 과테말라 원두’라는 생각에 주문했습니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부터 맛을 보기로 했습니다. 주문을 받은 정아름 부점장님은 바로 원두를 갈아 은색 통 안에 담은 후 제게 향을 맡아보라고 권했는데요. 제가 갈린 원두의 향을 맡는 중에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에 대해서 살구와 라즈베리, 재스민의 향이 나고 아카시아 꿀 향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받는 도중에 제가 요청하지 않아도 갈린 원두의 향을 맡아볼 수 있게 하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는데, 갈린 원두의 향은 매우 구수하고도 향기로웠습니다. 코를 대고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원두가 내뿜는 향을 맡아보니 제가 바리스타나 큐그레이더가 아닌데도, 새콤하고 향긋한 각종 베리(berry) 냄새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달콤한 꿀향은 맡지 못했지만 그래도 베리들의 향을 맡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원두는 ‘칼리타’라는 기구를 이용해 커피로 추출됐습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3종류의 원두는 각각 추출되는 기구가 다른데요. ‘과테말라 COS 5위 미라빌레’는 ‘하리오’라는 기구로, ‘케냐 캉구누 AA’는 ‘케맥스’로 추출됩니다.
 
정아름 부점장님은 이렇게 추출 기구가 원두에 따라 각각 다른 이유에 대해 “원두를 처음에 들여왔을 때, 여러 가지 추출 기구를 이용해 커피를 내려 맛을 봤다”며 “그렇게 여러 차례 맛을 테스트한 후, 각 추출 기구와 궁합이 맞는 원두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추출 기구를 다르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커피 추출을 준비하는 정아름 부점장. ⓒ투데이신문
커피를 추출하면서 정아름 부점장님은 제게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편이냐”라며 평소 커피를 마시는 취향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이미 커피가 내려진 상태에서 선호하는 커피에 대해 묻기에 다소 의아했는데 이에 대해 “커피를 내린 후에 진한 커피를 잘 못 마시는 고객들을 위해 커피 농도를 맞춰드린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평소에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편이지만,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커피는 처음 마셔보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정아름 부점장님은 추출된 커피를 에스프레소 잔에 아주 조금 담아서 제게 건넨 후, 맛을 보라고 하시더군요.
 
비록 소량이었지만 추출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제 취향과 꼭 맞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대로도 맛이 좋다’고 하니 “그렇다면 더 이상 희석하지 않겠다”고 하시며 그대로 머그잔에 담아주셨어요.
 
앞서 제가 원두 이름을 듣자마자 화려한 집시 여인인 ‘에스메랄다’가 떠올랐다고 했었죠. 말 그대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커피의 화사한 맛이 입 안에서 순식간에 맴돌았습니다.
 
비록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처럼 커피를 마시자마자 눈앞에 집시 여인이 춤을 추는 모습이 떠오르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꽃 같이 화사한 산미가 코와 제 입 안에 가득해지니 제 기분도 산뜻해지더군요. 제가 이렇게 커피에 대한 소감을 말하니 정아름 부점장님은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에 대해 “이 커피를 두고 ‘화차(花茶)’라고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칼리타를 이용해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커피를 추출하는 중. ⓒ투데이신문
그리고 바로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를 시음하기로 했습니다. 본래 과테말라 원두는 균형이 잘 잡힌 원두로 유명하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부담감 없이 마실 수 있는 커피니까요.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아름 부점장님은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 원두를 간 뒤, 제게 향기를 맡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앞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원두에서 베리류의 새콤한 향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에서도 그만큼 풍부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시향했습니다.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에 대해 정아름 부점장님은 “말린 자두와 민트, 땅콩, 밀크 초콜릿의 향미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는데요. 제가 처음 향을 맡았을 때는 커피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구수한 냄새만 났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견과류의 고소한 향기가 코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끝에는 달콤함이 남더라고요. 이렇게 향을 맡고 나니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의 맛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약간의 커피를 덜어 시음을 한 후 커피 농도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저는 이미 추출된 상태 그대로가 딱 좋았지만 조금 더 연하게 마시게 되면 커피 맛이 어떻게 달라질 지 궁금했기 때문에 조금 희석시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 요청대로 물을 약간 더 넣어서 연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는 기대했던 만큼 맛의 균형감이 잘 잡혀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산미가 강한 커피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데, ‘과테말라 COE 5위 미라빌레’는 커피 고유의 구수한 맛이 나면서 끝에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남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목 넘김과 맛의 마무리감은 깔끔해, 식사를 한 후 마시기 참 좋은 커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엔제리너스 2층과 3층 모습. ⓒ투데이신문
스페셜티 커피 이용할 수 있는 좌석 적고 다소 산만해
오픈 이후 아직 원두 변화 없지만 곧 새로운 원두 출시

‘큐그레이더’ 직원들의 커피 맛 연구에 대한 높은 열의
엔제리너스 스페셜티엔, 차분함, 맛 좋은 커피, 성공적
 
이곳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좌석이 많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위치해있어 조금 산만한 분위기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커피보다 2배가량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마시는 만큼 좀 더 조용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직은 3가지의 원두만 맛 볼 수 있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이후 아직까지 원두가 바뀐 적은 없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인만큼 원두를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로스팅한다고 하는데 원두가 다양한 편이 아니라서 선택의 폭이 약간 좁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다가오는 봄, 곧 새로운 원두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개인적으로라도 조만간 다시 방문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엔제리너스는 타 브랜드처럼 매니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브랜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커피는 곧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브랜드도 달라지기 때문에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외국계 브랜드는 맛있고 국내 브랜드는 맛이 좀 떨어진다는 것은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야 말로 ‘취존(취향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를 차치하더라도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매장에서 맛 본 스페셜티 커피는 충분히 맛있고 좋은 커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굳이 원두의 등급이 높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커피를 사랑하고 더욱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연구하는 바리스타들이 모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열의 때문에 커피 맛이 더욱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것을 보면 커피는 확실히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엔제리너스 스페셜티’ 매장의 분위기에 대해 말하자면, 타 엔제리너스 매장과는 굉장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본 엔제리너스 매장들은 테이블과 의자 등은 차분한 색깔을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아 북적이고 캐주얼한 분위기라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죠. 그러나 이곳은 2, 3층에 사람들로 꽉차있었는데도 차분하면서 여유로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에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평일에 방문했기 때문에 주말에 가시는 분들은 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번 주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나들이하시면서 쉬었다 가기에 좋은 휴식처가 될 것 같습니다. 봄을 마중하러 광화문에 오신다면 한 번 방문해보세요. 초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는 꼭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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