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지역주민을 위한 밀착형 소규모 복합문화공간
서점·영화·갤러리·콘서트·카페…알짜배기 문화플랫폼
낭독회·강좌·세미나실까지…있을 것 다 있다, 엄지 척!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향긋한 꽃 냄새, 살랑거리는 바람이 괜히 마음을 설레게 하던 봄이 지나가고 어느덧 초여름입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매미소리와 함께 숨이 턱 막히는 무더위가 찾아올 듯 한데요. 여러분들은 여름 맞을 준비를 시작하셨나요?

기자는 서랍장 속 긴팔 옷과 반팔 옷의 위치를 바꾸고 베란다에 놔뒀던 샌들도 현관문 옆 신발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또 겨우내 함께 했던 두꺼운 이불을 집어넣고 시원한 소재의 이불을 꺼냈고 집안 어딘가 처박아놨던 선풍기도 꺼내며 나름대로 여름을 맞을 준비에 나섰습니다.

6월인데도 불구하고 때 이른 폭염 소식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쨍쨍한 불볕더위가 얼마나 사람을 미치도록 괴롭힐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기절할 듯이 더운 날씨라고 해도 엄마의 등짝스매싱이 무서워 집에선 에어컨도 마음대로 틀수도 없으니 말이죠. 그래서 유독 여름엔 너나할 것 없이 시원한 음료를 쪽쪽 빨며 에어컨 바람을 마음껏 쐴 수 있는 카페로 향하는 발길이 많아지나 봅니다.

그러나 기자는 더위를 피해 카페에 앉아도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기쁜 마음은 잠시뿐, 금세 따분함이 밀려오더군요. 매번 책만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시원한 것은 물론이고 책도 읽다가 영화도 보다가 음악도 듣다가 다시 또 책을 읽을 수 있는, 활동적인 듯 아닌 듯 그런 느낌적인 느낌으로 즐길 거리 가득한 그런 곳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왜 없겠습니까. 기자가 그런 곳을 찾아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 도시로 떠나는 작은 여행의 다섯 번째 목적지는 노원구에 위치한 ‘노원문고 문화플랫폼 더숲(이하 더숲)’입니다.

 

책 냄새 가득한 다채로운 문화플랫폼

노원역사거리 롯데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더숲은 노원구에서 22년간 서점과 문고를 운영하면서 주민과 긴밀히 호흡해온 노원문고가 정열을 기울여 새롭게 시도한 문화 기획의 일환으로 출범한 문화플랫폼입니다.

200평 규모의 더숲은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더불어 함께 숲을 만들어나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영화관, 갤러리, 카페, 서점과 음반매장, 콘서트홀, 미디어룸, 세미나룸 등 7개 파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난해 기자가 처음 이 코너를 연재할 때만 해도 이곳을 들어보지 못했는데요, 왜 그런가 하니 더숲은 지난해 말부터 시범 서비스를 해오다가 지난 1월 10일 개관기념행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입구에 들어서니 곳곳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랜 시간 노원구에서 서점으로 자리한 만큼 벽면에는 온갖 책들이 가득했는데요. 각 문화 장르별 전문가들이 엄선한 책들로 꾸며져 있는 더숲의 ‘큐레이션 북숍’에는 인문, 페미니즘, 청춘과 나누는 이야기 그리고 예술과 여행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읽어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시간제한도 없어 아침 일찍 방문해 쉬어가며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가만 살펴보니 기자가 꽤 오랜 시간 더숲에 머물렀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책 냄새 가득한 벽을 따라 가다보면 카페와 책꽂이 사이 음반코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음반 코너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음반과 시중에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음반이 많이 있어 천천히 둘러보시면 취향에 맞는 좋은 음반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옆에는 헤드폰, 이어폰과 같은 제품도 자리하고 있더군요.

음반코너 바로 옆에는 책꽂이를 벽으로 둔, 마치 비밀의 방을 연상시키는 세미나실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이곳은 숲의 나무들이 둘레둘레 모여서 서로를 어루만지듯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통하며 생명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적게는 6명, 많게는 20명까지 수용 가능한 세미나실에는 프로젝터와 칠판 등의 편의시설이 있어 스터디나 세미나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좋은 뜻으로 만든 공간인 만큼 시간당 따로 돈은 받지는 않지만 인원수대로 음료를 주문해야 이용할 수 있고, 이용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기에 시간제한을 2시간으로 두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에는 혼자 책을 읽으면서 입이 심심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싶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더숲카페’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피자, 파니니, 수프와 같은 브런치 메뉴와 커피, 차, 주스와 같은 음료를 팔았으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카페 메뉴를 전체적으로 바꿀 예정이기에 지금은 브런치 메뉴는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현재는 간단한 빵, 케이크 종류 몇 가지와 음료도 커피 종류 몇 가지만 제한적으로 팔고 있다고 하는데요, 기자는 ‘나무사이로’의 원두를 이용해 최고의 풍미를 선사한다는 더숲의 커피 메뉴 중 티라미수 라떼를 마셔봤는데 몽글몽글한 치즈의 깊은 맛과 쌉싸래한 커피의 조화가 일품이더군요. 6월 둘째 주 정도까지는 메뉴가 모두 리뉴얼될 예정이라고 하니 그 때를 노려 찾아가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참, 카페에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카페를 이용하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그 외 다른 일을 하면서 더숲에 머무르고 싶은 사람들이 앉아있을 수 있는 자리가 총 100석 정도 되고 주말에는 다소 붐비지만 평일에는 여유롭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고 방문하셔도 될 듯 합니다.

 

자리에 앉아 있다가 시간이 맞으면 아주 운 좋게 더숲연주회를 구경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랜드피아노가 있는 작은 무대홀에서 저녁시간 콘서트가 열린다고 하니 말이죠. 따로 정해진 장르 없이 연주 혹은 노래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는 분들이 자유롭게 무대 위에 선다고 합니다. 6월에도 밴드, 재즈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콘서트홀 옆으로는 더숲아트시네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더숲아트시네마는 굉장히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곳은 노원구 최초의 예술영화관이자 노원문고가 서점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직접 아트시네마 전용관을 개관해 본격적인 영화 상영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죠. 

관객들은 더숲아트시네마를 통해 대형영화관에서는 외면했지만 조개 속에 진주를 보듯, 더숲에서 가치를 알아본 알찬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총 44석 규모로 이뤄진 더숲아트시네마는 보통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11시까지, 하루에 총 6회차 편성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더숲아트시네마

아트시네마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3가지의 에티켓이 있는데요. 큰 대형영화관 같이 따로 영화관만을 관리해주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쾌적한 영화관람을 위해 음료 이외의 음식물 반입은 모두 금지한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더라도 그만큼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또한 상영이 시작되면 입장을 금지하며, 엔딩크레딧이 모두 끝난 뒤에야 상영관 불이 점등된다고 하니 마지막까지 영화의 감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갤러리입니다. 더숲갤러리는 노원구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미술관으로 약 20평의 전시공간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작은 공간 안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 듯 사진, 회화, 팝아트 등 젊은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젊고 참신한 작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화가, 사진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특히 노원에 근거를 둔 작가들이 주민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AFN) 특별사진전이 한창이었습니다. ‘필리핀 아에타부족 아이가 전하는 공정무역으로 변화를 꿈꾸는 세상, 커피 한 잔, 초콜릿 한 조각, 티셔츠 한 장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 아래 자리하고 있는 사진들을 가만 바라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한 달에 1~2회씩 작품들이 바뀐다고 하니 지나가다가도 잠시 들려 갤러리를 구경하고 가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더숲에는 세미나룸 외에 세미나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또 존재하는데요. 그곳은 바로 미디어룸입니다. 세미나룸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요? 미디어룸은 전자칠판을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이곳은 6인 이상일 때 이용 가능하며 기존 세미나실 이용방법과 마찬가지로 이용하시는 인원수에 맞게 음료를 주문하시면 된다고 합니다. 만약 전자칠판을 이용하실 경우에만 따로 추가요금을 받는다고 하네요.

본래 이곳은 녹음장비를 이용해 팟캐스트 녹음이나 녹화장비를 이용해 동영상 녹화, 편집 등을 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하려고 했으나 더숲(지하 1층) 바로 위 주차장의 소음 문제로 인해 현재 녹음 및 녹화는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책이 영화가 되고, 그림이 되고, 음악이 돼 흐르는 공간

더숲은 다소 문화를 즐길 공간이 많지 않은 노원구에 지역주민 밀착형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지역주민들이 문화 콘텐츠를 쉽게 만나고 이를 매개로 긴밀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는데요. 그래서인지 유독 다양하면서도 알찬 문화콘텐츠가 가득 채워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미술, 연주회, 책과 음반, 카페 외에도 시나 소설을 매개체로 소통하는 더숲낭독회와 문화와 관련된 강좌도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정말 한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알짜배기 복합문화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더숲은 동네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법. 그 진심을 알고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이곳을 찾는 발길이 많아질 것 같은 매우 기분 좋은 느낌이 들더군요. 나무 하나하나가 모여 숲을 이루듯 정말 이름처럼 문화콘텐츠 하나하나가 모여 큰 문화의 숲이 된 더숲을 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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