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대강 취재 전문 ‘금강요정’ 김종술씨
지난해 금강 세종보·공주보 수문 개방돼
녹조 사라지고 모래 쌓이는 등 변화 보여
수문 개방만으로 예상보다 빠른 회복 중
수변공원·보 해체 등 과제들 남아있어
정부, 국민에게 4대강 사과부터 해야
4대강 회복 위해선 국민 관심 가장 중요

‘금강요정’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금강요정’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2017년 6월 금강에는 끔찍한 여름이 다가왔다. 강바닥을 점령한 저질토에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우글거렸고, 코끝을 찌르는 악취가 풍겼다. 녹색 괴물이 집어삼킨 강물 위로는 참담하게 죽은 물고기 사체가 무더기로 떠올랐다.

강의 물결이 마치 비단결 같다던 금강이었건만 생기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금강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관광객도, 잠시 쉬어가던 야생동물도 추악하게 변해버린 강의 모습에 등을 돌렸다.

그러나 ‘금강요정’ 김종술(53)씨 만큼은 금강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강바닥의 저질토를 하루가 멀다고 파내 살폈고, 곤죽처럼 걸쭉한 녹조에 직접 몸을 담가 위험을 알리기도 수차례다. 수질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녹조를 마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금강을 돌보는 사이 몸은 망가져갔지만 금강의 옛 모습을 되찾겠다는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다행히 그의 노력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금강 상류의 세종보와 중류의 공주보 수문이 활짝 열렸고, 보 해체도 계속해서 논의 중이다. 금강에는 다시 야생동물들이 뛰놀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금강은 아픔을 딛고 천천히 옛 모습을 회복하는 중이다.

<투데이신문>은 기쁜 마음을 안고 지난달 29일 약 2년 만에 금강과 김종술씨를 다시 찾았다. 회복된 금강만큼이나 한층 밝아진 그와 함께 지난 2년간 금강에 찾아온 변화와 남은 과제,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투데이신문
 ‘금강요정’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Q. 4대강 사업 이후 10여년이 흘렀다. 그간의 세월에 대해 평가한다면.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대운하 사업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 진행한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국민의 70~80%가 반대했다. 공청회를 열어 국민의 의견도 듣고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에 사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강이 처참하게 망가진 암울한 시기였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바로잡으려는 중이다. 수문이 개방됐고 보 해체 여부도 이달 중순경이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민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주보 인근에는 주민들이 보 해체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놨다. 수문 개방이나 보 해체에 대해 주민들에게 미리 설명하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대처도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정부가 소통 없이 결정했다. 최종 결정은 국가가 하겠지만 결정하기까지 과정에서 강 인근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다.

Q. 지난해 금강 상류의 ‘세종보’와 중류의 ‘공주보’가 개방됐다. 수년째 금강을 지켜왔기에 소회가 남달랐을 텐데.

흐르는 물을 막아놓다 보니까 강이 온통 녹색으로 물들었다. 처음 수문이 열렸을 때 시커먼 펄이 드러나고 악취가 풍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르게 강바닥의 펄이 씻겨 나가고 상류에서 모래가 밀려 내려왔다. 모래가 쌓이니 물고기가 헤엄치고, 작은 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또 작은 새들을 잡아먹기 위해 맹금류와 수달과 삵 등 다양한 야생동물도 모여들었다. 강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강이 살아나고 있음을, 수문 개방만으로 강이 변화할 수 있음을 느낀다. 제게는 굉장히 큰 울림이었다.

Q. 수문 개방 전후 수질 차이가 확연한가.

지난해 8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수문 개방에도 녹조가 폈다며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에게 세종보 ‘녹조라떼’를 권해 논란이 된 바 있는데 그건 조작된 자료다. 세종보에서 물을 치수해 사용하는 데는 한곳뿐이다. 과거에는 농업용수로 사용했지만 세종시 자체가 도시화되다 보니 농경지가 사라져 농업용수를 쓰지 않게 됐다. 다만 호수공원에서 물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는데, 세종보 수문을 열면 물이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돼 세종시에서 호수공원 치수장 아래 2m 높이의 돌보를 쌓았다. 돌보로 막혀 웅덩이가 된 일부에 녹조가 폈다. 그걸 가져다 마치 수문 개방 이후에도 4대강 전체에 녹조가 핀 것처럼 비판을 한 것이다. 세종보와 공주보에는 지난해 여름 녹조가 거의 없었다. 다만 수문이 닫힌 백제보는 달랐다. 지난해 최악의 녹조가 발생했고, 이는 농업용수로 공급됐다. 벼 밑에 녹조가 깔린 경우도 있다. 사실 수문을 연다고 해도 녹조가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수문이 열린 곳과 닫힌 곳은 극과 극이었다.

‘금강요정’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금강요정’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Q. 금강에 서식하는 생물들에도 변화가 있나.

4대강 사업 첫 공사 때는 흙탕물에 물고기가 죽어 나갔다. 보가 준공된 이후 수심이 얕고 여울이 빠른 데서 살던 물고기들이 수심이 깊고 흐르지 않는 물에 갇히면서 용존산소가 부족해 죽게 됐다. 사람으로 치면 갑작스럽게 해발 4000~5000m 고지에 데려다 놓는 것과 같은 꼴이다. 2012년에는 약 60만마리의 물고기가 죽었고 이후 녹조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물고기가 폐사했다. 물론 최근에도 죽은 물고기를 볼 수 있지만 야생동물에게 먹히고 남은 것들이나 흐르는 물, 계절의 변화에 의해 죽은 것들뿐이다.

Q. 수문을 개방 후 강바닥의 녹조류 사체가 드러나며 풍기는 악취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하던데.

세종보 수문을 처음 열었을 때 강바닥을 뒤덮고 있던 시커먼 펄층이 드러났다. 펄층이 강물에 씻겨나가며 풍기는 악취가 매우 심각했다. 당시 ‘냄새난다. 수문 닫아라’, ‘집값 떨어진다’는 등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많았다. 하지만 그 문제는 3~4개월 지나며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공주보 수문 개방 때도 비슷했다. 지금은 민원이 없다. ‘새들이 너무 많이 날아온다’가 민원이라면 민원일 수 있겠다(웃음). 사실 문제는 백제보다. 세종보와 공주보에 있던 오염펄이 백제보에 갇혀있는 상태다.

Q. 지난 10월 17일 수문 개방에 나섰던 백제보가 보름 만에 다시 굳게 닫혔는데.

4대강 사업 이후 지하수위가 높아졌고 백제보 인근에서는 수막재배가 급증했다. 수막재배는 겨울철 두 겹의 비닐하우스를 짓고 늦은 밤 기온이 떨어질 때 물을 뿌림으로써 비닐하우스 내 온도를 높이는 재배방식이다. 일부 주민들은 백제보 수문을 열면 (지하수위가 낮아져) 물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는 정부와 농민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당초 개방하기로 했던 시점보다 많이 늦어져 개방 기간이 짧아진 거다. 개방 일정이 5~6번 정도 늦춰진 거로 알고 있다. 정부는 농민들을 설득한 상태에서 수문을 열고, 이후 만약 피해가 발생했을 때의 대책 등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물이 나온다는 얘기만 했다.

수막재배는 물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기형적 농법이다. 깨끗한 지하수를 한 번 쓰고 버리고는 물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백제보 주변의 몇 농민이 사용하는 물이 부여군민이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다. 농민들도 물을 낭비하는 수막재배 농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아직 잘 안되고 있다. 정부는 수막재배에 사용된 물을 재순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시하든가 농법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금강요정’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금강요정’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Q. 최근 세종보 주변에서 4대강 공사에서 사용된 자재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던데.

수문이 열리고 물길이 수력발전소가 있는 우안 쪽으로 많이 났다. 정상적인 강이라면 좌안 쪽이나 가운데에도 물길이 생겨야 한다. 처음에는 보의 영향으로 저항을 받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대자루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위에서부터 떠내려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가 오고 웅덩이가 파이자 그곳에서 또 마대자루가 발견돼 삽으로 직접 파보기 시작했다. 이틀 동안 파보니 공사 중 물이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마대자루에 모래를 넣어 층층이 쌓은 ‘가물막이’가 일직선으로 묻혀있었다. 2010년에 비행기를 타고 찍은 사진을 보니 공사 당시 가물막이가 설치돼 있던 위치가 맞았다. 공사가 끝난 후 철거해야 맞는데 그러지 않는 거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쓰자 국토부에서 제거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국민 세금이 나가는 건데 사실 책임은 파묻고 도망간 당시 세종보 건설 담당 대우건설에 있는 거 아닌가. 결국은 대우건설에서 수습에 나섰다. 대우건설 측은 600m씩 2열로 약 2400개가 묻혀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중장비 3대가 투입돼 거둬낸 폐기물만 37톤에 달했다. 만약 그 상태로 계속 땅속에 묻혀있었다면 수생태계를 오염시키고, 결국 인간에게도 피해를 미쳤을 거다.

Q. 환경뿐만 아니라 비용 손실도 컸다. 국민 세금 1조2000억원이 투자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허물어지고 있다더라.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100% 사기다. 4대강 사업 초반 계획에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없었다. 강에서 준설토를 퍼내면서 생겨난 거다. 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를 쌓아야 하는데 마땅한 적치장이 없으니 농민들에게 주게 됐다. 처음에 강 주변 침수 지구에 복토를 해주겠다고 했으나 농민들이 반대했다. 그러자 복토를 하면 땅이 높아지고 기름져지며 땅값이 올라갈 거라고 했다. 또 비닐하우스와 펜션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3년 치 농사비용까지 주겠다고 하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돈을 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복토를 했다. 이게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다. 농지는 물을 적당히 머금고 있어야 하는데 강모래는 물을 먹으면 밑으로 쑥 꺼진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인 거다. 관련 업자들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준설할 때가 사라져 놀고 있던 업자들이 농사 못 짓는 모래를 퍼간 후 흙으로 채우고, 돈도 주겠다고 농민들을 꼬드겼다. 국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면 사후관리를 하게 돼 있다. 제가 농어촌공사에 물어보니 공주시로 넘겼다고 하더라. 그래서 공주시에 물어보니 자기들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경우는 없다 싶었다. 2010년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얘기가 나왔을 때 지적했던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 세금 몇조원이 그냥 사라져버렸다.

​ⓒ투데이신문​
공주보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 ​ⓒ투데이신문​

Q. 보 존치 여부를 둘러싼 갈등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금강 기준으로 세종보·공주보·백제보 모두 보의 기능은 못하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보의 기능은 물을 뽑아 쓰는 데 있다. 보가 사라지면 물이 부족해지느냐를 생각해보면 전혀 문제가 없다. 세종보는 현재 수문을 닫으려 해도 닫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유지관리 비용만 많이 들어가는 고철 덩어리인 건데 없애야 맞는 거 아닌가. 공주보의 경우 주민들이 공도교 이용 문제를 주장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다리로서의 역할을 만들어 주는 게 맞다. 그건 정부의 몫이다. 앞서 언급한 수막재배도 같은 맥락이다.

Q. 이달 중순 경 정부의 4대강 보 처리방안 발표가 예정돼 있다. 어떤 결과를 예상하나.

들은 바에 의하면 정부에서 큰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아마 보를 해체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보 해체와 더불어 하굿둑도 함께 개방돼야 한다. 그래야만 강이 제대로 살 수 있다.

Q. 수문 개방, 보 존치 여부 외에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금강의 물줄기가 400km인데 4대강 사업으로 그중 398km에 수변공원을 조성했다. 총 357곳, 금강에만 92개의 수변공원이 있다. 여기에 2조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공원은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그 기능을 한다. 사람이 많은 도심 주변에는 공원이 있어야 맞지만 사람 한명 살지 않는 곳에까지 만들어져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투자되고 있다. 금강 기준 국토부에서만 내려온 수변공원 유지관리비용이 100억원이다. 돈도 돈이지만 관리랍시고 풀을 깎아버리면 그곳에 사는 생물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앞은 바다고 뒤는 도로다. 정리가 필요한 때다. 여기서 말하는 정리란 금강의 92개 공원 중 10~20개 정도를 제외하곤 그냥 둬야한다는 뜻이다.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사과다. 전임 정권이긴 하지만 정부의 잘못 아닌가.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고 그래서 수문 개방하고 보 해체를 논의한다면서 정작 잘못에 대한 사과는 어느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 잘못을 인지하고 바로잡겠다면서 사과는 부끄러워서 못한다는 건 옳지 않다.

 ‘금강요정’ 김종술씨 ⓒ투데이신문

Q. 금강이 얼마나 회복됐다고 보나.

개인적으로는 고운 모래가 쌓이고 있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30~40% 정도 회복됐다고 생각한다. 수문 개방 이후 최대한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잘한다고 칭찬해야 정부도 더 잘할 것 아닌가(웃음). 다만 수문 개방만으로 얻은 효과에 안도하지 않을까 두렵다. 지금 좋아지고 있는 모습은 과정일 뿐이다. 내일이라도 수문을 닫아버리면 되돌아가게 된다.

Q. 4대강 회복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 같나.

세종보와 공주보, 백제보 그리고 하굿둑까지 모두 개방되고 보까지 해체된다고 하면 3~4년 안에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본다. 수문 일부 개방이나 보가 남아있는 등 어딘가 물길을 조절하는 장애물이 있다면 강은 결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을 거다.

Q. 지난 인터뷰에서 금강이 20~30% 회복되면 4대강 취재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의 생각은 어떤가.

보 해체가 이뤄지고 강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그래야 4대강 사업 같은 막무가내 토목사업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계속하고 싶은 게 지금 마음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수문이 개방되고 보 해체 논의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거다. 국민의 관심이 많아야만 보가 사라지고 강이 되살아날 수 있다. 지금이 4대강 회복에 있어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이 강을 바꿀 수도,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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