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한전, 협력업체 근로자 또 추락사…두 달만에 발생한 안전사고
‘위험의 외주화’ 한전, 협력업체 근로자 또 추락사…두 달만에 발생한 안전사고
  • 홍세기 기자
  • 승인 2019.07.03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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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안전사고 대부분 협력업체에서 발생
5월 사고는 불량 안전장비가 부른 인재(人災)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 ⓒ뉴시스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 협력사에서 또 다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달만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한전의 현장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지난 5월 30대 배전공이 착용했던 안전장비 불량으로 추락사 한 가운데 두 달이 된 지난 2일 또다시 50대 한전 협력업체 근로자가 50m 상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그동안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한전은 다양한 안전용품 개발에 나섰으며 안전 공법 등을 도입했다. 또 개선을 위한 제도나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여기고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발주기관 중 한전은 지난해 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았다. 

또 이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선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장비만 바꿔줬다면...”

지난 5월 강원도 인제에서 고압전선 가설공사를 하던 30대 청년이 추락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뇌사 판정을 받고 4명에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이 청년은 지난 3일 오전 11시 27분께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에서 고압전선 가설공사를 하던 중 추락사고를 당했다.

송씨는 한전 협력사인 이 회사 소속으로 1년 6개월여간 일했으며, 주로 지상에서 작업을 돕던 그는 최근 배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주상 작업에 투입됐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송씨는 수술을 받았으나 깨어나지 못하고, 2주가 지난 1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송씨 가족은 송씨가 회복 불가라는 사실을 듣고 장기를 기증했다.

유가족은 송씨의 죽음이 불량 안전장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의 장비는 줄과 벨트를 연결해 사용하는 장비로 일명 ‘도지나’라고 불리는 ‘주상안전대’로 추락위험이 있는 배전, 송전, 통신공사 등 작업에 사용된다.

송씨가 최근 회사로부터 받은 장비가 줄과 벨트가 제각각으로 제대로 결속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 유가족의 주장이다.

유가족에 따르면, 사고 당시 송씨가 착용했던 안전장비가 불량이었음에도 소속 한전 협력회사는 교체 요구를 뭉갰다.

이에 인재(人災)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유가족들은 소속 회사의 책임 있는 문제 인식과 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 생업도 포기하고 장례식도 미뤘다.

유가족은 또 한국전력 안전검사에서도 장비가 통과돼 사용 가능 허가가 내려진 상태라 사용을 허가한 한전 관계자들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유가족과의 협의 문제에 대해 “협력회사에 문의하라”며 선을 그었다.

송전탑 ⓒ뉴시스
송전탑 ⓒ뉴시스

두달만에 또 발생한 추락사고

지난 1일 오후 2시 45분께 고양시 덕양구 일대의 한 송전탑 위에서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50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5월 사고 이후 2달만이다.

한전 및 관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김모씨(56)는 추락 과정에서 고압전선에 감전돼 전신 화상도 입었다.

당시 송전탑 위에서 조류접근방지용 시설 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김씨는 시설 설치를 위해 송전탑에 연결된 안전 고리를 풀고 옆으로 이동하다가 중심을 잃고 땅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는 지상에 있던 김씨의 2인 1조 동료와 현장 관리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추락하면서 김씨는 15만 볼트 고압전선에도 감전돼 화상을 입었으며, 구급대가 오기 전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으며, 작업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작업을 위해 안전 고리를 풀고 이동하던 중 추락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조사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전사고는 협력업체에서 대부분 발생…위험의 외주화 논란

한전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하도급업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전히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이 안전 사각 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한전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87%는 하도급업체 직원에게 일어났다.

사고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고압전선 가설작업과 같이 위험부담이 큰 최일선 작업일수록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실제로 사고 원인은 감전과 추락이 283건(5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넘어짐(52건), 끼임(58건), 맞음(52건) 등의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안전사고도 많았다.

분야별로는 배전분야에서 발생한 사고가 324건(62%)로 전체 사고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건설분야와 송변전분야에서는 각각 99건, 5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잦은 안전 사고에 대해 한전 내부에서는 안전사고 발생 건수에 비해 이를 개선할 제도나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위험한 작업공법과 불편한 안전장구 등에 대한 작업자들의 불만사항이 누적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를 개선할 제도가 아직 미흡하다는 것.

이에 한전은 5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임직원 및 협력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분야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공모분야는 ▲안전장구·시설물 등의 제품개발 ▲안전공법개발 ▲안전의식 제고방안 ▲발주자-협력회사간 공생협력 향상 방안 ▲취약개소-안전사고 높은 개소 개선 방안 ▲안전사고 근절방안 등이다.

한전은 오는 7월 접수된 아이디어를 심사하고 8월부터 10월사이에 특허·실용실안 등 산업재산권도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산업안전분야 개선 아이디어 발굴 공모전은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한전은 수직·수평 추락방지장치, 산형강철탑 추락방지 안전로프, 배전작업용 웨어러블 다기능 안전대, 철탑외부 추락 방지망, 전주 승주 작업자 추락보호장치 등의 안전제품을 개발하고 간접활선공법과 같은 안전 공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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