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놓으면 팔려가는 스타트업들…여기어때‧수아랩 이어 배달의민족까지
키워놓으면 팔려가는 스타트업들…여기어때‧수아랩 이어 배달의민족까지
  • 박주환 기자
  • 승인 2019.12.19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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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매각, 해외자본만 배불릴까 우려
“전무후무한 독점, 공정위가 엄중히 심사해야”
ⓒ요기요,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의 민족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독일 상장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인수를 결정했다. 이번 인수가 실행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은 독점적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시장 독점에 따른 사용자와 소상공인의 피해를 염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 기업의 잇단 해외 매각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기술과 국내 이용자들의 힘으로 일군 혁신 사업들이 결국 외국계 투자사(VC)들의 배만 불리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독일계 자본 DH와의 인수합병(M&A)를 결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DH는 이미 국내 배달앱 서비스 요기요를 설립한데 이어 배달통을 사들인 바 있다. 배달의민족까지 넘어가게 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거의 100%를 DH가 점유하게 된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를 인수할 계획이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13% 지분은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특히 이번 인수는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된 거래규모는 지분 100% 기준 36억 유로(한화 약 4조8000억원)에 이르며 DH가 독일 상장사인 만큼 우아한형제들도 프랑크푸르트 증시 상장 효과를 보게 될 전망이다. 

ⓒ여기어때 홈페이지
ⓒ여기어때 홈페이지

해외자본에 매각되는 스타트업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기업 당사자들은 이른바 ‘잭팟’을 터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업계 내외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이 잇달아 해외자본으로 유출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유니콘(자산가치 1조원을 넘어선 스타트업)을 비롯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주요 투자사들이 외국계 자본으로 이뤄져 있는 가운데, 실제 몇몇 스타트업들은 해외자본의 손에 넘어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에는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국내 숙박앱 서비스 여기어때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이 외국계 자본에 매각됐다. 여기어때는 올해 8월경 글로벌 사모펀드 CVC에 매각된다는 설이 나왔고 9월 20일 M&A 완료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여기어때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으로 평가됐으며 심명섭 대표가 1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뛰어난 AI기술로 각광을 받았던 수아랩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Cognex)에 2300억원 가량의 가격으로 지분 100% 인수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쿠팡을 비롯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옐로모바일·L&P코스메틱 등 대부분의 국내 유니콘들은 해외 VC를 통해 상당한 투자를 받아온 만큼 국부유출에 대한 염려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이 같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라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M&A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으나 사실상 해외자본 매각을 정당화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M&A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 보면 국내 유니콘 기업의 운영권은 사실상 해외로 이전되며, 인수로 인한 기업평가 상승의 과실은 배달의민족에 투자해왔던 VC들에게 쏠릴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에는 힐하우스캐피탈·알토스벤처스·골드만삭스·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의 해외자본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와 김범준 차기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와 김범준 차기 대표 ⓒ뉴시스

시장 독점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도 우려

이와 함께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외국계 기업의 국내 배달앱 시장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력히 제기된다. 경쟁사의 부재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와 회원사에게 고스란히 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염려를 내놓고 있는 만큼 공정위 역시 우아한형제로부터 기업결합심사 요청을 받은 후, 독과점 여부를 주의 깊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자료를 통해 “국내 최대의 배달앱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요기요와 배달통 등의 모회사인 독일 기업 DH에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식에 소상공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의 99%를 장악하는 것으로, 소상공인연합회는 특정 시장의 전무후무한 독점에 따른 폐해가 우려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 기업이라 가맹사업법 등 국내법의 적용에서 벗어난 채 무한 확장에 나서고 있는 스타벅스의 사례처럼 우리 정부의 적절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소상공연합회는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우려와 불안을 감안해 앞으로 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엄정한 심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역시 “업계 소식에 따르면 이번 인수합병 이후 ‘요기요’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상으로 중개수수료를 1%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중개 수수료가 인상되면 가맹점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DH가 광고료 및 서비스료 인상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관련 사항을 철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매각 당사자인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M&A를 국부유출이 아닌 국부창출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시장의 반감을 사는 수수료와 광고비를 올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한국인 창업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한국인 1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다. 앞으로도 한국인이 일하고 한국에서 법인세를 내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회사일 것”이라며 “이 같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이제는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부 창출의 의미로 봐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반감을 사는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우아한형제들의 확고한 철학이다. 내년 4월부터 새롭게 적용될 과금 체계도 이미 발표됐다. 전 세계 배달앱 중에 수수료율을 5%대로 책정한 곳은 배민 밖에 없다”라며 “낮은 수수료율이 결국 음식점주들을 플랫폼으로 모시는 원동력이 됐고, 이용자와 주문 수도 늘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M&A를 했다고 수수료나 광고비를 올리는 경영은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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