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31년간 지녀온 금호라는 이름을 떼어내는 순간까지 박삼구 전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 결정 직전 진행된 인사이동에서 불거진 박 전 회장 등 금호시절 수뇌부 관련 인물들을 둘러싼 ‘금수저 인사’ 논란 탓이다.

지난달 10일 박 전 회장의 비서 A씨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판매지원팀으로, 박 전 회장의 주치의 딸 B씨가 아시아나항공 상용판매팀에서 판매지원팀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박 전 회장 최측근인 오남수 전 사장(그룹 전략경영본부장)의 비서 출신인 C씨도 같은 날 금호티앤아이에서 아시아나항공 상용판매팀으로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두 직간접적으로 박 전 회장 등 금호산업 수뇌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데다 발령 난 곳이 이른바 ‘꿀보직’이라는 이유에서 매각 직전 그룹 수뇌부가 주변 인물들에게 선사한 일종의 ‘보은 인사’이자 ‘금수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때마침 아시아나항공은 매각을 앞두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감축이라는 진통을 겪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이에 내부에서는 “금수저는 꿀보직, 흙수저는 희망퇴직이냐”는 자조 섞인 불만이 터져나왔다. 게다가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위해 기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한직으로 발령이 났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확산됐다.

박 전 회장과의 공식적인 인연은 끝났고 금호라는 이름과도 곧 끝낼 인연이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꿀보직도 아닌 정상적인 인사이동일 뿐’이라고 해명에 나서야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박삼구 전 회장으로 인한 오너리스크 역사는 깊다. 당장 매각이란 결과를 초래한 원인으로 경영인으로서 박 전 회장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800%를 넘었던 대규모 부채도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이라는 명목으로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다 발생한 부작용이었다. 과거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라섰던 금호그룹을 2000년대 중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로 해체 수준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과거 사례를 재현한 셈이다.

지난해 초에는 하청업체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연이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기까지 했다. 승무원들의 성희롱 폭로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재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고 투자 요청을 거부한 하청업체 교체로 기내식 없이 항공기가 이륙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박삼구 OUT’을 외치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에도 박 전 회장은 기업 경영과 관련한 경력이 전혀 없는 자신의 딸을 임원으로 입사시켜 자격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금수저 인사’ 구설로 금호와의 인연 끝자락 까지 ‘박삼구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 됐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했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과 금호는 아시아나항공에 머문 자리도, 떠나는 모습 마저도 아름다웠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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