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딸 입양…처음엔 격렬히 반대
“지금은 직접 낳은 아들들보다 소중한 딸”
“입양 관계없이 자녀 사랑하는 마음 같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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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형태에 따라 사회의 시선이 달라진다.

특히 입양된 자녀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아이를 입양한 부모들에 대해서는 ‘대단하다’며 치켜세우는 인식도 있다.

이 같은 시선에는 ‘내 핏줄이 아닌데도 키운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내 핏줄이 아니면 자녀에 대한 사랑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과연 모성애는 ‘내 핏줄’에 대해서만 발휘되는, 직접 낳은 자식에게만 발생하는 ‘본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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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에 무슨 입양이냐”

지난 2008년 딸을 입양한 60대 중반의 이선미(가명)씨는 22살이 되던 1980년 결혼했다. 결혼하던 해 첫 아들을 낳은 그는 1988년도에 둘째 아들을 낳았다.

“결혼하면서 아이가 생겨서 낳았어요. 그때는 남편과 함께 양복점을 했어요. 그러다 양복점과 세탁소를 겸해서 하다가 둘째를 낳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계속 가게 일을 했죠. 그러다 남편이 1997년도에 신학을 공부해서 목회를 시작했어요.”

이씨의 남편은 보수적이라 집안일은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이씨가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면서 가게 일을 도왔다.

“가게 일은 기술이 있는 남편이 주로 맡았고, 저는 보조 역할을 했죠. 그런데 보조 역할이 더 많더라고요. 원단 떼 오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정신이 없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야 집안일을 분담하지만, 저희 세대는 그런 게 없었어요. 육아와 집안일을 하면서 가게 일을 돕다보니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빴어요.”

이씨의 남편은 이씨가 40대 후반일 때 처음 입양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씨는 그런 남편의 말에 불같이 화를 내며 반대했다고 한다.

“아들만 둘이다 보니까 남편이 ‘딸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TV에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해외로 많이 입양된다는 것을 보고 말을 꺼내더라고요. 그때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화를 냈죠. 나이 50이 다 돼 가는데 무슨 입양이냐고요.”

하지만 이씨의 반대에도 남편은 입양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제가 하도 반대하니 가족이 다 같이 의논을 했죠. 저는 관심도 없었고, 키울 자신도 없었어요. 아들들도 입양을 찬성하기는 했지만, 큰아들이 ‘입양하면 엄마가 키우는 거지, 아빠가 키울 건 아니니까 엄마 결정이 더 중요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할 수 있으면 하는 거고, 못한다고 하면 입양은 못 하는 거라고요. 그런데 남편한테는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요.”

이씨의 남편은 이씨에게 “딸을 입양하면 나중에는 당신한테 더 좋을 거야”라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의 뜻대로 입양을 결정하게 됐지만 이씨는 처음 딸아이를 데려오면서도 탐탁지 않았다고 한다. 50대가 되면서 자녀들이 모두 성인이 됐고, 나이가 많아 지친 가운데서도 다시 육아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면을 보나 제 나이를 보나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딸아이를 데려올 당시 제 나이가 쉰이었는데, 그때는 제가 너무 지쳐있었어요. 데려와서도 많이 힘들었어요.”

이씨의 딸은 4살 때 이씨의 집으로 오게 됐다. 보통 신생아를 입양하지만, 당시 이씨가 젊은 나이가 아니었던 만큼 기관에서도 3~4살 정도의 아이를 입양하는 것을 추천했다고 한다.

이씨의 딸은 고집이 굉장히 셌다고 한다. 때문에 한 가족으로 지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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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내 딸’

입양을 탐탁지 않아 했던 이씨였지만, 딸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누워서 잠든 모습을 보면 애처롭더라고요. 자기를 싫어하는 엄마 밑에서 지내는 것도 불쌍하고. 아이가 상처가 있다 보니 엄마에 대한 애착이 상당했어요. 제가 아무리 엄하게 혼내도 옆에서 떨어지질 않았어요. 아빠나 오빠한테도 안 가고 저만 붙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음에 상처가 있어서 그런 걸 알면서도 제가 힘드니까 저도 딸한테 상처를 줬죠.”

이씨는 딸에게 모질게 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한다고 했다. 지금은 자신이 직접 낳은 아들들보다 딸이 더 소중하다고도 했다.

“13년 정도 지나니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딸이에요. 마음속에 아들들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못 키울 줄 알았어요. ‘내 자식’이 안 될 줄 알았죠. 그런데 지금은 먹을 걸 해도 딸아이를 더 챙기게 되고, 모든 면에서 딸아이를 더 챙기게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처음엔 왜 그랬나 미안하고 후회스럽죠.”

이씨는 딸을 ‘내 자식’으로 받아들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간이 흐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딸’이 됐다고 한다.

“지금은 종종 딸에게 ‘엄마한테는 오빠 둘 보다 네가 더 소중해’라는 말을 해요. 또 왠지 모르게 아들들보다는 딸과 더 마음이 잘 통해요. 그러다보니 남편이 ‘거 봐. 당신이 더 좋아할 거라고 했잖아’라고 해요. 처음엔 힘들었어도 지금은 굉장히 좋아요.”

이씨는 입양 전이나 후나 엄마로서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양 때문에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아요. 다만 아들들이 다 커서 그런지 딸에게는 더 관심이 많이 가요. 또 여자아이라 그런지 더 조심스럽고, 더 챙기게 돼요. 내가 낳고 안 낳고의 차이가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한 정도나 성별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는 모성애에도 입양 여부의 차이는 없다고 했다. 모성애는 본능이라기보다 자녀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직접 낳은 아들들하고 입양한 딸을 비교할 때 엄마로서 느끼는 모성애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내 딸로 받아들여지니까 그런 구분이 전혀 없어요. 1% 정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지 못할 정도니까 없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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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 끊을 수 없어”…섣부른 비난 말아야

이씨는 입양을 보낸 엄마들을 ‘모성애가 부족하다’며 비난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당한 비난이라고 했다.

“입양을 보낸 엄마라고 해서 왜 모성애가 없겠어요.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낳은 아이인데. 열 달을 품고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환경이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키우지 못했을 뿐이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

때문에 이씨는 딸이 생모를 찾는다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만나도록 해 줄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끼리도 항상 하는 말이지만, 딸이 생모를 찾는다거나 생모가 딸을 보고 싶어 한다면 만나게 해 줄 거예요. 속은 조금 쓰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모성애는 끊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어느 한 쪽이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만날 수 있는 상황이고 만나고 싶어 한다면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이씨의 말처럼 모성애가 없거나 부족해서 자녀를 보내는 엄마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희생’을 표준적인 어머니상(像)으로 여기며 모성애를 강조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입양을 보낸 엄마들은 ‘아이를 버린 나쁜 엄마’라며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인식은 입양된 자녀들에 대해서도 ‘부도덕·무책임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부정적인 편견을 만들어낸다. 이는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생모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워버리는 편견이다.

이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랑이다.

엄마들에게 ‘본능’이라는 이유로 모성애를 강요하는 것은 입양된 자녀와 입양모, 생모 모두를 편견 속으로 내모는 것이 아닐까. 모성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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