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사진제공 =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가 성소수자를 옹호한 목사를 비난하며 동성애를 ‘n번방’ 사건에 비유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감리회는 지난 6월 17일 교단 소속 목회자인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를 경기연회(감리회의 의회 조직) 재판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이 목사는 지난해 8월 31일 인천 부평역광장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임보라 목사, 대한성공회 김돈회 신부 등과 함께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하면서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의미로 꽃잎을 뿌렸습니다.

이후 감리회 충청연회 동성애대책위원회와 중부연회 ‘건강한 사회를 위한 목회자모임’은 이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를 문제 삼아 그를 경기연회에 고발했습니다.

감리회의 교단법 ‘교리와 장정’ 일반재판법 제3조 제8항은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일반범과(犯過)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 같은 일을 한 경우 정직(직무 정지), 면직(목사직 박탈) 또는 출교(교회로부터 추방) 등 중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목사가 교단 재판에 회부되자 이 목사를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려 교계 및 시민사회에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대책위는 지난 24일 감리회 본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축복은 죄가 아니다”라며 감리회를 규탄했습니다.

교계뿐 아니라 시민사회, 정당 등에서 대책위에 연대하며 감리회를 비판하자 감리회 동성애대책위원회는 지난 29일 성명서를 내고 “이 목사의 출교를 반드시 가결해 달라”고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에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동성애대책위의 성명서가 또다시 교계 안팎의 비판을 받게 됐습니다. 동성애를 ‘n번방’ 사건에 비유해 마치 성소수자 축복식이 성착취와 같은 범죄인 것처럼 묘사했다는 것입니다.

동성애대책위는 성명서에서 “이 목사가 목사 가운을 입고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동성애자들을 위해 축도한 행위를 반(反)기독교적 행태로 규정한다”며 “이는 목사 가운을 입고 n번방이나 음란물 제작 촬영현장으로 달려가 축도한 행위에 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범죄행위를 멈추고 회개하기를 촉구한다”며 “이 목사의 회개와 사과가 없을시 현 교리와 장정, 범과에 따라 그의 출교를 반드시 가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동성애대책위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며 “나라와 사회와 가정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어물적 통과돼서는 안 되며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제공 =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사진제공 =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이 같은 성명이 발표되자 퀴어문화축제는 물론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대책위는 동성애대책위가 성명을 발표한 날 ‘감리회 총회 동성애대책위는 파렴치한 짓을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반박했습니다.

대책위는 “마치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을 위해 행한 축복식이 음란물 제작 촬영, n번방 성착취와 같은 범죄이며, 이 목사가 이에 조력한 것처럼 묘사했다”며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무지한 편견과 n번방 사건과 성범죄에 대해 총회 동성애대책위가 얼마나 천박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드러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n번방 성착취는 SNS에 기생해 최소 30명의 성범죄자와 동조자가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한 74명의 여성을 협박해 성적으로 학대하고 착취한 중범죄”라며 “동성애대책위가 ‘n번방’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을 때 이 같은 맥락과 상황에 대해 통렬한 이해와 성찰을 갖고 썼다면 이런 글(성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책위는 “선정적인 반동성애 선동선전을 위해 우리 사회의 참극을 이용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동성애대책위는 회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동성애대책위에 △성명 철회 및 이 목사·퀴어문화축제·n번방 성착취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향한 중립적이고 학문적인 교리적·목회적 실천방안 연구 등을 요구했습니다.

동성애대책위는 11명의 목사와 평신도(장로)로 구성된 기구입니다. 감리회는 지난 2017년 ‘동성애의 문제점을 파악해 정책을 수립하고 탈동성애를 위한 방안 연구 및 동성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동성애대책위를 꾸렸습니다.

하지만 동성애대책위는 제대로 된 연구결과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연구한 바가 없기에 현대 과학과 의학이 인정하는 인간의 다양한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알지 못하고, 성서 전체를 통틀어 8번밖에 언급되지 않는 동성 간 성관계 관련 구절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해석에 대해서도 학문적 논의를 배제한 채 이단(異端)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동성애는 범죄가 아닌 자연스러운 성적지향일 뿐입니다. 반면 n번방 사건은 피해자를 협박해 권리를 침해하고 고통으로 몰아넣은 범죄입니다. 동성애를 n번방 사건에 비유하는 것은 신학적인 무지뿐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피해자와 성소수자 모두를 모욕하는 일입니다.

상대가 누구이건, 신의 뜻을 전하는 목사가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축복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없습니다. 축복의 대상을 배제하는 것은 자신들의 편협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입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이들을 축복한 것이 죄가 된다면, 그들이 말하는 신은 가짜가 될 것입니다.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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