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 생선구이 개발한 CJ제일제당 수산식품팀 윤소영 연구원
한국 인당 수산물 섭취량 세계 1위 수준…수산 HMR 잠재력 높아
조리 까다로운 생선구이, 비린내 잡기까지 수 만 마리 생선 만져
개발과정 어려웠기에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때 특히 보람 느껴

히트 상품에는 수많은 노력과 치열한 연구과정이 고스란히 서려있다. 특히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투데이신문>은 ‘Hit Makers’라는 코너를 통해 우리가 평소 만나던 제품과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들을 만나 제품 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 100억원 규모의 연 매출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CJ제일제당 ‘비비고 생선구이’ 개발 스토리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CJ제일제당 식품개발센터 수산식품팀 윤소영 연구원 ⓒCJ제일제당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생선구이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노릇노릇 잘 구워진 생선을 가정에서 먹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점이 많다. 실패 시 자욱한 연기와 함께 남는 비린내는 덤이다. 

CJ제일제당 식품개발센터 수산식품팀 윤소영 연구원은 생선구이가 더 간편할 수는 없을까 고민했던 주부이자 비비고 생선구이의 개발자다. 비비고 생선구이는 고등어와 가자미, 삼치 등 지난해 출시한 3종 생선에 이어 최근 출시 1주년을 맞아 임연수와 꽁치 2종을 추가하며 5종 라인업을 완성했다. 100억원 규모의 연 매출을 기록한 제품이지만 그만큼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의 생선을 직접 만지며, 온 몸에 밴 비린내를 느낄 틈도 없이 개발 시간은 약 1년간 쉼 없이 이어졌다. 본지는 일상으로 들어온 생선구이를 탄생시킨 윤소영 연구원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제품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Q. 연구원님이 CJ제일제당에 입사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10년 첫 직장으로 입사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습니다. 현재는 수산식품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입사 이후 연제품(어육 가공품) 연구개발에 특히 힘썼습니다. ‘더 건강한 어묵’ 라인과 ‘삼호어묵’ 라인 등의 개발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삼호어묵 일품 어묵탕 등의 제품이 소비자와 만나기도 했습니다.

Q. 비비고 생선구이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비비고 수산HMR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수산물 섭취 형태와 구매 형태 등에 대해 분석했어요. 생선요리에는 조림과 찜, 구이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가정에서는 구이형태를 가장 많이 섭취한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신선도를 고려해 대부분 냉장 매대에서 생선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렇기에 냉장유통이 가능한 생선구이를 목표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TF(태스크포스,Task Force)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게 됐습니다.

Q. 당초 비비고 생선구이의 개발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구이는 비린내가 유독 심해요. 저도 주부지만 가정에서 한 번 생선을 구워먹으려면 연기와 냄새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생선구이 HMR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1분 만에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생선구이를 목표로 ‘사먹을 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비비고 생선구이 5종 ⓒCJ제일제당

Q. 비비고 생선구이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요.

단연 맛 품질과 편리성입니다. 어려운 조리과정과 냄새 때문에 장벽이 있었기에 이를 해결하는 데 신경 썼습니다. 특히 시장 초기에는 어린이도 맛있게 먹고, 요리가 서툰 중장년층 남성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가정식 반찬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아울러 식품의 기본인 ‘신선함’에 대한 고민도 깊었습니다.

Q. 싱싱한 생선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구매할 때 늘 좋은 선도의 생선을 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마트에서 생선이 언제 어획된 것인지 얼마나 해동되어 있었는지 등을 구분하기는 어려워요. 신선한 생선을 확보하기 위해서 생선 어획부터 유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면밀히 파악해야 했습니다. 최고의 원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해외 출장도 잦았어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선도가 우수한 생선을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회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처럼, 신선한 원료를 쓰면 비린내는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선구이의 원료를 활어로 사용하기는 어렵기에 가공 단계에서 선도를 유지하고 비린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Q. 생선의 비린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특히 궁금한데요.

어종별로 특성이 다르긴 해요. 고등어의 경우 사과추출물을 적용해 비린내의 원인인 TMA를 저감화 했고, 삼치와 가자미는 복합조미소재와 밀가루를 사용해 비린내를 잡고 풍미를 강화했습니다. 비린내와 이취의 원인으로는 생선에 함유된 다량의 불포화 지방이 지목되기도 합니다. 이에 지방산화를 최소화하며 산패취를 제어하기 위해 300도 이상의 과열증기를 활용해 저산소 조건에서 구웠습니다. 이로 인해 식감도 잡을 수 있었어요.

Q. 식감과 함께 생선구이의 노릇노릇한 외형도 눈길을 끄는데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팬으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구이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요. 요리초보자라면 불 조절을 잘못해 생선이 타기 시작하면서 온 집안에 냄새와 연기가 가득해지는 경험이 있을 거예요. 요즘엔 에어프라이어도 많이 사용하지만 자칫 건조하고 퍽퍽한 생선이 되기에, 생선구이 연구원인 저조차도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이에 전자레인지 1분 조리로 ‘겉바속촉’ 식감의 생선구이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300도 이상의 과열증기 오븐으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었어요. 해당 기술로 생선 내부까지 단시간에 고온 가열조리가 가능했고, 수분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구이의 풍미도 강화했습니다. 

Q. 개발자가 추천하는 비비고 생선구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면요.

바삭바삭한 생선구이를 좋아한다면, 제품 패키지 레시피에 나와 있는 에어프라이어와 전자레인지 조리 외에도 프라이팬 조리를 고려해 볼 만 해요. 3분 정도만 구워도 겉은 더욱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구이가 완성됩니다. 참고로 전자레인지에 1분간 조리하더라도 생선 제품이라 기기 내부에 일부 냄새가 남을 수는 있는데, 탈취기능을 사용하면 바로 냄새를 잡을 수 있어요.

생선 굽는 과정을 테스트 중인 윤소영 연구원(좌) ⓒCJ제일제당

Q. 한 마리의 생선이 비비고 생선구이로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궁금해요.

제품 공정은 의외로 간단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모든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가장 먼저 어종과 원산지 별 수산물 품질을 확인한 후 규격화 작업이 이뤄집니다. 이후 과일 등으로 비린내를 제어하고 과열증기오븐에 조리합니다. 조리 직후부터가 중요한데, 비비고 생선구이는 급속 냉각해 밀봉하고 클린룸에서 질소치환 포장을 합니다. 이는 오염 요소와 지방산패를 제어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특히 포장 시에 산소를 제거하는 이유는 유통기한 내 갓 구운 듯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Q. 생선의 경우 크기가 각각 다른데 어떻게 규격화가 가능한가요.

생선 원물을 가공식품으로 규격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구매팀과 동반해 직접 해외 가공업체를 찾아가 현장을 점검하고, 원료 규격을 설정해 최대한 동일한 중량의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럼에도 원물별로 크기와 모양이 다른 부분이 있기에 최소 중량으로 표기했습니다. 그래서 포장에 60g, 70g 등으로 중량이 표기돼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중량이 해당 수치 이상 된다는 뜻입니다.

Q. 개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다면요.

개발 과정은 약 10개월 정도 소요됐어요. 아무래도 개발을 진행하면서 시스템과 설비들을 새로이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야 했기에 생산 공장에서 한 마리 한 마리 수작업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함께한 연구원들과 샘플로만 수 만 마리, 즉 2톤이 넘는 생선을 만지게 됐습니다. 이 기간에 웬만한 횟집 사장님보다 더 많은 생선을 만져본 것 같아요. 덕분에 비비고 생선구이의 비린내는 없앴지만, 개발기간 내내 온몸에 비린내가 뱄습니다. 특히 굽는 과정 테스트를 하는 날에 생선 구운 냄새가 온 몸에 밴 채로 집에 돌아가면, 아이가 엄마에게 요상한 냄새가 난다며 저의 회사생활을 궁금해 하기도 했어요.

Q.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는데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높은 맛의 품질과 소비자 편의성을 잘 고려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얻는 것 같아요. 타 제품이 냉동인데 비해 냉장 제품으로 구현해 조리 시간이 짧은 것이 장점입니다. 무엇보다도 봉지가 아닌 트레이로 출시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봐요. 다른 용기에 덜어낼 필요 없이 바로 생선을 섭취할 수 있기에 편의성이 높습니다.

Q. 제품 개발 연구원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저도 주부지만, 생선구이를 집에서 요리하려면 손질이 어렵고 비린내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요리에 거부감부터 드는 부분이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가족 수도 적고 혼자 식사하는 경우나 상황도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생선 한 마리를 직접 구워먹는 것 차제가 귀찮고 번거로워 꺼리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비비고 생선구이는 주부들이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부터 홀로 사는 1인 가구, 중년 남성들이 자신의 한 끼 식사를 위해 구매해가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고 해서 개발자로서의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저희 가족들이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을 때는 더욱 뿌듯하죠.

Q. 비비고 생선구이 제품 연구는 진행형인 것인지 궁금해요.

지난해 첫 출시된 고등어, 삼치, 가자미 3종에 이어 최근 꽁치와 임연수 품목도 추가 출시됐어요. 연구소에서는 현재도 여러 어종으로 연주 중입니다. 앞으로도 소비자가 즐겨 찾는 생선과 수용 가능한 가격대 수준, 꾸준히 공급이 가능한 원료들 위주로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특히 향후에는 생선구이 뿐 아니라 소비자가 좋아하고 많이 먹는 다른 수산물로도 제품 라인업 확장을 검토 중입니다. 아울러 다양한 현대 가족 구성 형태를 고려해 포장 방식 또한 현재의 1인분 포장에서 확대해 갈 계획입니다.

CJ제일제당 식품개발센터 수산식품팀 윤소영 연구원 ⓒCJ제일제당

Q. 향후 비비고 수산HMR의 목표와 비전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국내 수산HMR 시장은 연간 300억원 수준으로 그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소비자 입맛 수준에 맞는 상품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한국의 1인당 수산물 섭취량은 일본보다도 높은 세계 1위 수준으로 당연히 수산물 HMR 시장의 잠재력도 매우 높습니다. 이에 여러 식품회사들이 앞다퉈 수산물 HMR 상품화에 주력하고 있어요. 수산HMR이 일상식이 되는 시대가 조만간 다가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개발자로서 소비자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온 국민이 ‘1일 1생선’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개발했어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식감과 외관 또한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바삭하고 촉촉한 비비고 생선구이로 따뜻한 집밥을 보다 간편하고 건강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