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내각 계승한 스가 내각 공식 출범
한중일 정상 회의서 첫 만남 가질 가능성↑

아베 신조(왼쪽)가 지난 14일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에게 꽃다발을 건데며 축하하고 있다 ⓒ뉴시스
아베 신조(왼쪽)가 지난 14일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에게 꽃다발을 건데며 축하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일본 정권이 16일부터 아베 내각에서 스가 내각으로 바뀐다. 이날 중참의원 양원 본 회의에서 총리 지명을 받고, 이후 나루히토 일왕의 임명장을 받으면 스가 내각이 공식 출범한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재는 지난 14일 자유민주당 총재가 되면서 내각의 총수가 됐다.

우리의 관심은 역시 경색된 한일 관계가 개선될 기미가 있냐는 것이다. 제2의 아베 내각이라는 이름이 붙듯이 한일 관계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기회는 조금씩 있다.

이미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에는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을 기용하기로 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 등 아베 정권의 핵심 각료는 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내각 2기 출범

또한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상, 다케다 료타 국가공안위원장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몫으로 입각한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도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유임된다. 사실상 아베 2기 내각이 출범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정신을 이어받는 아베 2기 내각이라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한일 관계를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에 따라 갑작스럽게 호전되거나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 대통령은 스가 내각의 출범과 관련해서 축전을 보내거나 직접 전화 통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스가 총리와의 직접적 접촉의 첫 번째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 자리에서 필경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가 총리가 총리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탐색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가 총리 역시 문 대통령에 대해 언론으로 접했을 뿐이지 직접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축전이나 전화 통화를 통해 탐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이 전화 통화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의 큰 축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담 예고

또 다른 기회는 연말 한중일 정상 회의이다. 한중일 정상 회의는 올해 우리나라가 의장국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라는 변수가 있음에도 대면 정상 회의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올해 안에 우리나라를 방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한중일 정상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스가 총리를 한꺼번에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가 총리 역시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기반으로 한다면서 아베 전 총리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지만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스가 총리로서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본 경제계에서는 지난해 일본 부품소재 수출규제로 인해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 따라서 스가 총리 역시 무작정 한일 관계를 현 상태로 유지할 것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다만 내부적으로 혐한 여론이 팽배하고, 극우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한일 관계 개선에 올인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 대선 이후 열리는 G7회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G7회의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수락했다. 따라서 대선 직후에 워싱턴에서 열리는 G7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스가의 만남

일본은 G7회원국이기 때문에 스가 총리는 당연히 참석하게 된다. 이럴 경우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만남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미국은 새로운 정권이 탄생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되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이 된다고 해도 한일 관계가 껄끄러운 것은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G7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만남을 갖고 한일 관계에 대한 깊은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심은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에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이 서로의 입장만 계속 고수한다면 결국 관계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아베 전 총리의 정책 등을 계승한 스가 총리이기 때문에 기존 한일 관계에서 한 발짝 나아가기는 힘들다는 것이 외교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만난다고 해도 한일 관계가 갑작스럽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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