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2009년, <전우치>라는 제목의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강동원, 임수정, 김윤석, 유해진, 송영창, 김상호 등 당대 유명 주조연 배우가 출연했다. 606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서 흥행에도 나름 성공한 영화였다.

필자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도교(道敎)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관심은 도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됐다는 것에 대한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불교나 기독교, 무속을 소재로 한 영화는 다수 제작되었지만, 도교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이 영화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아울러 전우치(田禹治, ?~?)나 도교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있을지 모르지만, 전우치가 어떤 사람인지, 도교가 어떤 종교인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심지어 전우치가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전우치가 실존 인물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아무래도 정사(正史)에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는 전우치라는 인물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전우치를 실존 인물로 보는 이유는 개인이 작성한 기록에 전우치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한 기술(記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이전 회차에서 소개했던 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는 전우치를 “송도의 술사(術士)”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여러 문헌에서 전우치의 주요 활동 무대를 송도라고 소개했고, 실제 『전우치전』의 여러 판본(板本)에서도 전우치의 거주지를 송도라고 묘사했다.1)

전우치의 출생지에 대해서도 기록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어떤 기록에서는 전우치를 담양(潭陽) 사람2)으로, 다른 기록에서는 해서(海西) 사람3)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대로 송도(지금의 개성)에서 주로 활동했다는 점은 대부분의 기록에서 일관되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소설 『전우치전』에서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1489-1546) 형제와 도술 대결에서 패배한 뒤 서경덕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기록이 등장하고, 황해도 재령군에는 전우치의 묘가 있다는 기록을 고려한다면, 전우치는 주 활동 무대였던 송도와 가까운 해서, 즉 황해도 사람인 것으로 예상된다.

『지봉유설』(芝峰類說)이나 『대동기문』(大東奇聞) 같은 조선시대의 각종 기록에는 전우치의 신이(神異)한 행적에 대한 소개가 많이 등장한다. 조정에서는 전우치를 죽이라는 공문을 지방에 보낼 만큼 도술을 비롯한 전우치의 이러한 신이한 행적을 싫어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전우치는 도술을 이용하여 탐관오리에게 벌을 주고 왕의 면전(面前)에서 비판을 했다는 이야기가 『어우야담』 등 여러 문헌의 기록에서 등장한다. 그리고 소설 『전우치전』은 소위 ‘의적(義賊) 소설’로 분류된다.4) 이러한 것을 고려했을 때 실존 인물 전우치는 당대 지배층의 부정부패에 저항하고 약자를 도와주는 일을 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것은 지배층의 미움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전 칼럼에서 소개한 곽재우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조선 시대는 어떤 사람이 벽곡(辟穀)을 하고 밥을 먹지 않으면서 도인(導引)·토납(吐納)의 방술(方術)을 부리면 이단(異端)으로 간주되고, 심지어 관직의 박탈과 처벌까지 요구받는 시기였다. 하물며 전우치는 둔갑술, 변신술을 썼다고 소설에서 묘사된다. 이것은 전우치가 부패한 지배층을 많이 징벌했고, 이로 인해 당대 지배층으로부터 많은 미움을 받았음을 방증한다. 물론, 실제 둔갑이나 변신을 할 수 있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둔갑술과 변신술을 썼다는 것은 당대의 지배층에게는 이단의 무리로, 피지배층에게는 도탄에 빠진 자신들을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았음을 의미한다. 이것을 고려하면, 의적으로서의 전우치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소설이나 이름마저도 낯선 전우치.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본 칼럼을 통해 향후 전우치의 활약과 그 의미를 소개할 예정이다.


1) 신병주, 노대환 저,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돌베개, 2005
2)  이덕무, 한죽당섭필(寒竹堂涉筆), 청장관전서, 68, 한국문집총간
3)  성현 외, 송와잡설, 대동야승
4) 신병주, 노대환 저,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 돌베개,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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