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위한 항만공사로 ‘명사십리’ 맹방해변 침식 심각
맹방해변 원상 복구 공대위,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촉구
“최대 536명의 주민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 우려”
삼척주민‧환경단체, 사업중단 및 천연가스발전 전환 주장
삼척블루파워 “가스 발전 전환 시 매몰 비용 2조원 예상”

ⓒ맹방해변 원상 복구 공동대책위원회
맹방해변 원상 복구 공동대책위원회는 길이 5km, 폭 50m에 이르던 명사십리 해변이 삼척석탄화력발전소를 위한 항만공사로 침식되고 있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맹방해변 원상 복구 공동대책위원회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포스코에너지가 출자한 삼척블루파워에서 건립 중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를 두고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사업 중단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석탄발전소 건설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이 현실로 나타나고 향후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문제가 예상되면서 사업 진행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27일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립에 따른 주민 피해 호소와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18일에는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바다살리기국민운동본부강원본부, 삼척시번영회 등 7개 단체가 모여 ‘맹방해변 원상 복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맹방해변 공대위)’를 발족하고 건설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포스코의 그룹사인 삼척블루파워가 건립 중인 발전소다. 포스코에너지는 2014년 동양시멘트 등이 보유한 동양파워 주식을 인수하며 포스파워를 설립했고 올해 3월 삼척블루파워로 이름을 변경했다. 발전소는 2100MW의 규모로 지어지고 있으며 2024년 완공 후 2054년까지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석탄발전소 건설공사에 따른 맹방해변 침식 문제를 지적하며 발전소의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맹방해변 공대위에 따르면 너비 50m에 이르던 해안은 5m가량으로 축소돼 해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해변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해오던 주민들의 생계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맹방해변이 침식된 이유는 이곳에서 삼척석탄화력발전소를 위한 항만부두 및 방파제 건설 작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바다에 설치된 시설물로 인해 모래가 솟구치고 다시 파도에 실려 떠내려가 해안 침식이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해변에 모래를 공급하는 양빈작업이 실시됐는데 사측이 고운 모래가 아닌 준설토(뻘과 유사한 퇴적토)를 뿌려 환경파괴가 가속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 9월 24일부터 항만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환경부 국감에서 “삼척화력 공사과정에서 케이슨 제작장 부지인 맹방해변의 해안침식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불량 양빈모래가 사용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라며 “해양수산부 연안시설 설계기준에 따라 양빈토는 해안에 존재하는 모래와 가까운 모래를 사용하도록 돼 있는데 맹방해변에는 준설토에 가까운 모래로 양빈한 것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이후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맹방지역 항만공사 중단을 통보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항만공사가 해안 침식에 영향을 준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양빈한 준설토를 모두 회수 및 교체하고 올해 연말까지 1단계 침식저감시설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맹방해변 공대위 하태성 위원장은 “지금 맹방해변의 상태는 엉망이다. 50m가량 됐던 해변 폭은 5~6m 밖에 안 남았고 침식도 매우 심하다”라며 “민박 등을 운영하며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해 해변을 찾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해변 공사를 위해 양빈작업을 해야 하는데 준설토를 양빈모래로 사용한 게 문제였다. 환경부가 지시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맹방해변은 명주조개가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5.2km의 긴 해변을 가진 명사십리다. 주민들이나 삼척시의 소유가 아닌 인류의 자산인 만큼 훼손돼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석탄을 넘어서
ⓒ석탄을 넘어서

이밖에도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 배출 및 대기오염으로 강원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될 건강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환경이 심각한 대기오염에 노출될 경우 어린이, 노인, 호흡기 질환자 등 취약 집단을 중심으로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동해안에는 이미 GS동해전력(595Mw 2기), 동서발전동해(200Mw 2기), 삼척그린파워석탄화력(1,000Mw 2기) 등 6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또 현재 삼척석탄화력발전소 2기와 함께 강릉안인에코파워석탄화력(1,040Mw 2기)의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올해 발표한 ‘생명을 앗아가는 나쁜 전기, 석탄화력’ 보고서에 따르면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예상 폐쇄시기까지 예정대로 운영될 경우 최대 536명의 주민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해상공사에서 발생한 문제는 예견된 인재였다. 자칭 기업 시민이라는 포스코는 맹방해변의 가치를 망각했고 지역주민들에게 공청회나 설명회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했다”라며 “해안침식 저감 대책은 뒷전이었고,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공사를 강행해 왔다. 그 결과 아름다운 명사십리 맹방 모래 해변이 매우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탄화력발전은 그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 물질은 물론이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라며 “동해, 삼척지역은 일제 강점기에는 중일 전쟁을 위한 병참 기지화로 인해 심각한 환경파괴와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곳이었다. 지금 또 다시 이 지역은 수도권 주민들의 에너지 편리를 위해서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맹방해변 원상 복구 공동대책위원회
ⓒ맹방해변 원상 복구 공동대책위원회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원하는 것은 즉각적인 사업 중단과 천연가스발전으로의 방향 전환이다. 맹방해변 공대위 하태성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발전소 건립은 지역 경제를 위해 일부 찬성하는 단체도 있었다. 하지만 자연환경의 훼손을 목격하며 공대위가 탄생했던 것”이라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부두항만공사가 필요 없고 해변의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천연가스발전은 수용할 의사가 있다”말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석탄발전소는 더 이상 저렴한 발전소가 아니다. 건설비용에는 해변 파괴, 대기오염으로 인한 주민건강피해 등의 사회적 비용은 전혀 감안되지 않았다”라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석탄발전소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폐쇄시기를 정해 ‘탈석탄’을 가시화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주범,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사업을 하루 빨리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삼척블루파워는 맹방해변의 준설토 이전과 해안침식저감시설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천연가스발전으로의 전환은 매몰비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삼척블루파워 관계자는 “원래의 해안선으로 되돌리기 위해 맹방해변에 양빈용으로 야적된 준설 모래를 별도 지정 장소를 확보해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적합한 준설 모래만 양빈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1단계 해안침식저감시설도 올해 안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연가스발전으로 전환할 경우 그 동안 건설을 위해 기 투입된 투자비, 제작 중인 설비에 투입한 비용 및 이미 건설된 시설물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비용을 포함하면 약 2조원 규모 이상의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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