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 주차장서 충돌 후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전소 됐지만 차주 끝내 숨져
전문가 “배터리 개선 전까지 화재 위험 계속”

지난 9일 테슬라 X 롱레인지 차량이 벽에 부딪힌 후 불이 붙어 동승했던 차주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서울 용산소방서)
지난 9일 테슬라 X 롱레인지 차량이 벽에 부딪힌 후 불이 붙어 동승했던 차주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시스(=서울 용산소방서)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최근 테슬라 차량에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해 국내 첫 사망자가 나타났다. 테슬라 전기차는 이미 미국에서 지난 1월 최소 127건의 급발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돼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특히 테슬라 차량과 관련해서는 급발진 가능성 뿐 아니라 충돌에 취약한 배터리로 인한 2차 화재 피해도 크게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밤 9시 43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소재한 한 주택단지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던 테슬라 X 롱레인지 차량이 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리운전 기사 A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충돌 후 화재로 차주이자 동승자였던 B(60)씨가 끝내 숨졌다. 

이 사고로 건물, 주차장 벽면과 전기설비 등이 파손됐으며 A씨와 아파트 직원은 차량 화재 진압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에 붙은 불은 오후 10시48분께 완전히 전소되기까지 1시간 이상 이어졌다. 

특이 이번 사고는 사망한 B씨가 대형 로펌의 변호사이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절친한 친구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윤 총장은 10일 B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사고 경위 파악 나선 경찰은 차체 결함, 운전자 과실 등 다양한 원인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운전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이 급발진 해 통제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의 급발진 사고는 이미 미국 현지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테슬라 차량 급발진 위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접수된 민원은 127건 수준이었으며 이에 따른 부상자도 5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현지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됐으며 NHTSA 또한 리콜 요구 민원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의 급발진 이슈는 배우 손지창씨를 통해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테슬라 차주로 유명한 손씨는 지난 2017년 차량 급발진을 호소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당시 그는 국내 한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자택 차고로 진입하던 중 굉음과 함께 차량이 돌진, 벽을 뚫고 거실까지 진입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손씨는 관련 소송을 제기하며 테슬라의 허위광고로 인한 부당이득을 지적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급발진 논란과 함께 우려되는 부분은 충돌 후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이다. 급발진 사고는 대부분 주행 중 나타나는 만큼, 갑작스런 충돌 후에 차량에 불이 붙으면 운전자나 동승자의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테슬라 차량이 나무와 충돌한 이후 불이 붙은 사고가 있었으며 2018년 3월에도 자율주행 중이던 테슬라 차량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 역시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된 리튬이온폴리머배터리가 충돌 등의 압력을 받을 경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이 배터리는 일반소화기는 물론 특수소화기로도 진화가 어려워 소비자들의 우려를 가중 시키고 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리튬형 배터리의 경우 충돌 이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년 전에도 같은 모델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다”라며 “5~6년 이후에 전고체 배터리로 바뀌기 전까지는 화재 위험에서 해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외부 충격을 얼마나 최소화 해줄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르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일반 소화기는 소용이 없고 특수소화기를 쓴다하더라도 불을 끄기가 어렵다”라며 “일종의 숲속에서 낙엽 밑에 있는 불쏘시게라고 보면 된다. 열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바깥에서 아무리 소화기를 뿌려도 불을 완전히 끄기 어렵다. 코나 전기차가 전소된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급발진 우려에 대해서는 “전기차 급발진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보고된 것은 없다. 경찰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도 “미국 조사에서 운전자의 실수가 급가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사각 지대가 있던 것으로 지적됐던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테슬라는 지난 1월 모든 차량을 조사한 결과 설계된 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급발진 이슈에 대한 주장을 일축했다. 

당시 테슬라는 자사의 홈페이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운전자가 자신의 의도와 달리 차량이 가속됐다고 주장한 사건을 조사했지만 설계된 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밝으면 차가 가속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를 늦추거나 정지한다”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