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실현 가능성은 과연
정보위 업무보고서 불법사찰 확인
국정원, 특별법 제정해야 공개 가능
특별법 제정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여권, 정황 증거만 확보해도 이슈화 문제 없어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곽도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주도한 ‘내놔라 내 파일 운동’과 함께 18대 여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사찰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업무보고를 열어 국정원 불법사찰의 실체적 진실에 한걸음 다가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특별법 제정이 아니면 목록을 열람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국회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목록이라도 공개해야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국가정보원의 업무보고가 있었다. 핵심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불법사찰을 했느냐 여부다. 국정원은 당시 정치인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자료도 보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당장 공개는 불가능하다.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면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야당은 극렬 반발하고 있다. 선거용이라는 이유에서 반발을 하고 있다. 해당 문건이 공개되면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과연 특별법 제정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민간인 사찰 문건의 목록만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국정원은 당사자가 아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거부를 했다.
대신 당시 불법사찰을 인정했다. 정보위 업무보고는 비공개이기 때문에 여야 간사가 합의한 내용만 공개가 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정보위 야당 간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정치인·민간인 사찰정보를 ‘직무범위 이탈정보’라고 공식 이름을 붙였다고 전했다. ‘이탈정보’라고 붙인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정원은 사찰 정보를 쌓아뒀다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요구하면 제공하는 방식이었다고 밝혔다.
2008년 2월 노무현 정권 말 이뤄진 대통령 친인척 관련 정보 수집은 국정원이 스스로 한 것이라면서도, 조직적인 사찰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됐고 문재인 정부가 끝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불법사찰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조직적 사찰 가능성은 열려 있다. 만약 이것이 밝혀진다면 공소시효가 남아있기 때문에 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사찰의 방식 등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식의 사찰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어떤 내용의 사찰이었는지에 대해 세간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것은 개정된 국정원법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가야 하나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르면 정보위원 2/3 이상 찬성하면, 이들 사찰 문건을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할 수 있다. 국정원은 정보위에서 이같은 절차를 밟아주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면 공개 여부나 자료 폐기 등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보 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는 등의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자신에 대한 사찰 내용이 담긴 문건의 공개를 동의할 당사자들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즉, 특별법을 제정한다고 해도 실제로 공개되기까지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의치 않을 경우 사찰 당한 당사자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본인의 동의 하에 폐기하는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하면 누가 어떻게 불법사찰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공개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 자체도 쉽지 않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의 동의 등을 얻어서 최대한 공개를 하겠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당은 자신이 불법사찰을 당했다는 사실을 쉽게 꺼낼 피해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핵심은 결국 보궐선거?
국민의힘 등 야당은 국정원 불법사찰 피해 사실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이슈화시키는 것은 결국 4월 보궐선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당시 활동했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박 예비후보와 국정원 불법사찰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당시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증거만 확보를 해도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계속 이슈화를 시킬 수 있다.
지난 16일 보고를 받은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이슈가 단기간에 묻힐 이슈는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이슈화를 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국정원 사찰기록 정보공개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곽 전 교육감은 국정원 불법사찰 전모를 확실하게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매년 몇 명에 대한 몇 건의 서류가 만들어졌고, 그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 등이 밝혀지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즉,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불법사찰을 당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략적으로 국정원이 불법사찰을 자행했다는 정황증거라도 확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별법 제정 등을 해서 불법사찰 목록을 공개하는 방식이 아닌 국정원이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증거를 공개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