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소개 영문판 만들고도 공개 안해
램지어 교수 망언 논문 미리 입수하고도 ‘침묵’
여성 인권 문제에 과연 제대로 대응하나
여가부 스스로 문제 의식 가져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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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여성가족부가 스무살이 됐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라리 폐지를 하는 것이 낫다는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무용론이 여가부 탄생부터 계속 이어져왔기 때문에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페미니즘 확산으로 인한 남녀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여가부가 이에 대한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겹치면서 여가부 존폐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영문 증언집을 만들었지만 2년 넘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학계 출판 요청에도 사실상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는 지난 2019년 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의 증언을 담은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4 : 기억으로 다시 쓰는 역사’의 영문본을 완성했다. 이 책은 2001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서울대 측에 의뢰해 발간한 국문 증언집 개정판을 영어로 옮긴 것이다. 여가부는 2018년 12월 여가부 산하 일본군위안부문제 연구소와 4500만원 계약을 맺고 영문본을 완성했다.

위안부 피해자 증언집, 2년 넘게 미공개

하지만 영문 증언집은 2년 넘게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와 저작권 침해·분쟁 우려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국문 증언집이 발간된 상태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는 말이 안 되는 논리라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아울러 저작권 침해 및 분쟁에 대한 우려도 저작권이 여가부에 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즉, 무슨 이유인지 여가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영문본의 공개를 꺼리고 있는 셈이다. 여가부가 영문본의 세상 공개를 빨리 결정해야 영문판이 전 세계 주요 도서관에 비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가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망언’ 논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사전에 입수하고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 정부가 대응할 가치가 있는 논문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맹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가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터넷 상에서는 여가부가 존재할 이유가 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젠더 이슈 터질 때마다 여가부 잡음

사실 여가부의 무용론은 20년 전 탄생할 때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일부 남성들은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 자체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성들조차 여가부가 뭐하는 정부부처인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사건이 발생했던 지난해 7월 ‘여가부 폐지’ 국회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그만큼 국민들로서는 여가부가 뭐하는 정부부처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여론조사기관 더 리서치에 의뢰, 전국 성인남녀 9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가부가 매우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응답이 45.6%,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응답이 26.7%로 나타났다. 부정적 응답이 72.3%인 셈이다.

무엇보다 남성이 71.4%, 여성이 74.3%로 여성이 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리고 폐지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남성은 48.7%, 여성은 33.3%이다. 여가부 무용론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같은 인식을 보인 이유는 남성의 경우에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여가부가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여가부가 여성의 인권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폐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남성이나 여성이나 여가부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가부 무용론을 계속 키워오게 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욱 증폭된 것이다.

여가부의 보신주의 타파해야

이처럼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 외면받는 여가부가 탄생한 것은 여가부의 보신주의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가부 예산이 1조 2000억원 정도 되지만 ‘남녀평등’이나 여성 인권 향상 등에 대해서 어떠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그 예산이 도대체 어디로 집행되는지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이 있지만 실제로 국민에게 와닿는 정책을 집행하는 그런 부처가 아니라는 인식이 국민들로서는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이는 여가부 스스로 국민에게 체감되는 그런 정책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서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앞으로도 계속 존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지만 여성계의 저항에 부딪혀 끝내 이뤄내지 못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여가부 폐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가부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 이상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외면 받는 여가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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