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네이버 직장내 괴롭힘 등 특별근로감독 착수
공동성명 “고인의 사망은 회사가 방조한 업무상 재해”
카카오도 5개 유형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드러나 
창업주 측근 권력화 되며 이너서클 형성, 견제 부재
‘급격한 성장’ 가이드라인도 없어, 시스템‧제도화 절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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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사회를 주도하는 혁신 IT 기업들에서 근로시간 초과를 비롯한 갑질, 욕설 등 부동노동행위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IT업계는 최근 우수 직원 확보를 위해 고액 연봉경쟁에 돌입하는 등 ‘꿈의 직장’으로 꼽혀왔지만 그 이면에서는 이른바 경영진을 중심으로 ‘이너서클’이 권력화 되면서 대기업의 폐쇄적인 경영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9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성남지청 근로감독관들로 팀을 구성해 네이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최근 네이버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단이 됐다.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안타까운 선택을 한 노동자의 사안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노동부가 직접 네이버의 조직 문화에 대한 진단에 들어간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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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갑질 호소한 네이버 직원의 안타까운 선택

앞서 네이버 직원 40대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시 경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고인의 동료, 지인 등을 상대로 자체조사를 진행한 후 A씨가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휴가 기간 등에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으며, 상급자인 B임원으로부터 부당하고 무리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에 고통 받아 왔다고 밝혔다.      

실제 A씨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서 지난 1월 28일 “두 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 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으며 3월 26일에는 동료에게 “임원 B와 미팅할 때 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고 토로했다. 공동성명은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팀원들이 퇴사하고 충원되지 않는 가운데 고인의 업무 과중 및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던 것으로 파악했다. 

사건 발생 이후 네이버는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관계자들에 대한 직무정지를 결정했고 지난 2일부터 사외이사 3인을 중심으로 자체 조사를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운영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경영진은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경찰 조사와 별개로 외부기관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동성명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유의미한 진상조사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지에 의구심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네이버의 한 직원은 사내 신고 채널을 통해 다른 임원의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오히려 해당 직원이 타 부서로 발령 받았고 이후 퇴사가 이뤄진 사례가 있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한 직원은 “신고마저도 묵살되는 것을 보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만 커졌다”고 지회에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은 “고인의 사망은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방조한 명백한 업무상 재해다. 특히, 고인을 향한 임원의 행위 이외에도, 이를 막기 위한 수많은 요구에 불구하고 묵살한 경영진과 회사의 잘못 역시 매우 크다”고 지적하며 노조 차원의 심층 조사를 위한 ▲고인의 사내 메신저 이력 ▲사내망 접속 이력 ▲출퇴근 기록 ▲고인과 임원의 메신저 및 메일 자료 등의 제출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공동성명이 비즈·포레스트·튠 등 3개 사내독립기업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0%가 관련 증거 자료를 남기지 못한 채 법정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고 대답하기도 해 또 다시 부조리한 노동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노동부 역시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사망과 관련한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네이버의 조직문화에 대한 진단 및 근로·휴게시간 위반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제주 본사 ⓒ뉴시스

임신 중인 직원도 연장노동 시킨 카카오

네이버와 함께 국내 IT 업계를 주도하는 카카오 역시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피해갈 수 없었다.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최근 1년간 모두 5건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드러나는가 하면, 언론을 통해 소속 개발자가 월 30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이어왔다는 증언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카카오 본사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이 회사에서는 1억2400여만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고 노동시간 상한제를 위반한 사례들이 확인됐다. 구체적 위반 내용에는 ▲연차수당 116명 체불 ▲연장노동수당 15명 체불 ▲법정 연장노동 한도 18명 초과 ▲임신기 노동자 10명 연장노동 ▲최저임금 주지의무 위반 등이 포함됐다. 

류 의원은 “임금채권의 공소시효 기간인 ‘5년’ 동안의 법 위반 여부를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 더욱이 이번 수시근로감독은 카카오 본사에만 한정됐다. 오히려 노동환경이 열악한 곳은 카카오 계열사다”라며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추가 조사와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 법 위반사항에 대한 엄격한 형사처벌로 기초고용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부조리한 조직문화가 업계 내외부에서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C씨가 인사평가에 대한 내용이 일부 동료들에게 공개돼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죽음에 대한 결정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C씨의 증언 이후 카카오에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동료평가 방식이 강한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는 인사평가 방식의 일환으로 ▲함께 일하고 싶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판단불가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 동료평가를 실시했다. C씨의 경우 이 같은 평가 내용이 셀장이나 동료들에게 공유되면서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고 죽음까지 언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동석하는 직원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간담회 진행 전 사전 질문을 받고 합격자 등을 뽑아 발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 됐다. 당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역시 동료평가 시스템 악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한편, 간담회의 폐쇄적 운영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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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의 ‘이너서클’ 권력화, 내부 통제 시스템 절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부당노동행위 의혹 및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는 노동부의 조사를 거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겠지만, 이미 IT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부조리한 노동관행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판교 IT·게임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체 설문 참가자 809명 중 47.4%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최근 6개월간 주 52시간 이상 근무한 적 있는지’라는 질문에는 32%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27%의 노동자는 ‘주52시간 이상 근무 이후 추가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회사 시스템 상 근무시간을 기록하지 않음’이라는 답변도 19.6%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권력의 집중과 폐쇄적인 운영, 견제 시스템의 부재 등 기존의 대기업에서 발생해왔던 문제들을 지목했다. 단시간에 기업의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창업주를 중심으로 한 이너서클의 권력이 강화됐고,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노동강도는 높아졌지만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재해 기존 기업들의 부조리를 답습하는 방식으로 경영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동성명의 이수운 홍보국장은 “IT업계 기업들이 단시간에 덩치가 커지면서 창업주를 중심으로 하는 소위 이너서클이 형성됐고, 여기에 권력이 많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를 견제하는 장치는 많지 않다”라며 “네이버의 사례에서도 등기 임원들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지만 그걸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보니 상사로부터 갑질을 당하더라도 항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번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조사가 엄정하게 진행되길 바라고 있지만 과거 피해를 신고한 직원이 오히려 팀을 옮긴다거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퇴사한 사례가 있었다. 신고한 직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용기를 필요로 했음에도 충분히 보호를 받지 못했다”라며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도 결국은 현재 이사회고 회사가 부여한 권한이다. 내부 권력 견제가 제대로 안 되는데 중립적인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이자 카카오유니온 서승욱 위원장은 “최근 IT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일반적인 기업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IT기업에서도 권력의 집중화라든가 소통문제, 의사결정 문제들이 나타난다. 기존의 이미지가 벗겨지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최근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기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의 체계가 생겼는데 IT기업들은 급격히 성장하면서 제도화 되거나 시스템화 된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라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직장내 괴롭힘 문제도 그렇지만 관련 프로세스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야 구성원들이 신뢰를 갖고 문제제기에 나설 수 있다. 다른 이유로 신고가 묵살 된다면 직원들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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