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미 점령군’ 발언에 윤석열 참전
역사 전쟁으로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
외연 확대에는 글쎄…극우 이미지 각인될 수도
전선이 두 개로 확대되면서 버거운 전쟁되나

윤석열-이재명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장모 구속 및 각종 수사와 재판 등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 속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첫 충돌을 벌였다.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두 사람이 당분간 충돌을 하지 않고 내부 경선에만 치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격돌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잘못된 전략을 구사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 지사는 당내 경선을 치르는 중인데 이 지사를 외부에서 공격을 했다는 것은 내부 단결을 도모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장모 최씨가 요양병원 불법수급 혐의로 구속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코너에 몰렸다. 장모 최씨의 사건뿐만 아니라 각종 재판과 수사는 계속 이어지면서 윤 전 총장에게는 위기가 닥쳤다.

그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두 사람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한동안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충돌했다.

미군은 점령군vs역사 왜곡

이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고향인 경북 안동 이육사추모사업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수립 단계와는 달라서 사실은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美) 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라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일제히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왜곡된 역사인식이라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했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갑작스럽게 참전을 하게 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의 차기 유력 후보인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고 맹비난했다.

한동안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윤 전 총장이 포문을 연 것이다.

이는 한동안 악재에 시달리면서 두 사람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윤 전 총장이 이 지사에 대해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의 반격

그러자 이 지사도 참전을 했다. 이 지사는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구태색깔 공세”라고 반격했다.

또한 “윤 전 총장께서 숭상하실 이승만 대통령,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하셨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같은 미군이라도 시기에 따라 점령군과 주둔군으로서 법적 지위가 다르고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은 법학개론만 배워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서 역사 프레임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전통적인 보수층에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다보니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은 한미동맹을 깨부수는 발언이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인식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에서 출발을 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그 한미동맹의 근본인 ‘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했다는 것 자체가 결국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전통적 보수층에서 나오는 주장이고, 그것을 윤 전 총장이 그대로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이 지사의 프레임은 ‘친일 미청산’으로 귀결된다. 미군이 친일파와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세우면서 결국 대한민국이 지금까지도 친일이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역사 논쟁에 대해 불리한 쪽은 윤 전 총장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왜냐하면 윤 전 총장은 지지층을 계속 넓혀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최근 언행을 살펴보면 지지층을 계속 좁히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평가다.

이념편향적 죽창가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념편향적 죽창가를 부르고 있다는 표현이다. 최근 한일관계의 잘못을 문재인 정부가 있는 것으로 귀결하고 그것을 ‘이념편향적 죽창가’로 표현했다.

이것이 전통적인 보수층에게는 환호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진보층은 물론 중도층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는 발언이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를 낡은 이념으로 귀결하는 비판을 가하면서도 본인 스스로 전통적 보수의 이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꾸 표현함으로써 이념과 거리가 먼 중도층과 자꾸 거리가 멀어지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념을 깨부셔야 한다’면서 오히려 ‘이념 전쟁’으로 휘말린다는 것은 외연 확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상대로 역사 전쟁을 벌이는 것은 국민의힘이나 태극기 부대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대선 국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공격 상대로 삼았다는 것은 야권 대선 경쟁과 대선 본선 경쟁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초년생에게는 버거운 전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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