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화요일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를 읽다.

내가 무척 애정하는 작가 목록 최상단에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이 자리한다. 그녀는 어느 분야든 간에 늘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소화해서 명료하고 매력적인 언어로 설명해준다. 실로 인문교양 분야 작가의 모범이다(아마 한국의 작가 중에서는 『데칼로그』나 『생각의 시대』 등으로 잘 알려진 김용규 선생이 이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축의 시대’라는 제목은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제안한 개념(Axial Age)을 차용한 것이다. “대략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에 세계의 네 지역에서 이후 계속해서 인류의 정신에 자양분이 될 위대한 전통이 탄생했다.” 축의 시대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된 것은 “이 시기가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서 중심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네 지역은 중국, 인도, 이스라엘, 그리스를 가리킨다. 위대한 전통이란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를 뜻한다. “붓다, 소크라테스, 공자, 예레미야, 《우파니샤드》의 신비주의자들, 맹자, 에우리피데스” 등 영적, 철학적 천재들이 넘쳐난 시대였다.

축의 시대는 실로 위대한 창조의 시대였고,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 한다. 랍비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 또한 축의 시대에 연원한 전통이 후대에 활짝 만개한 것이다. 서구와 나아가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사상적, 종교적 근간이 바로 축의 시대에 있다.

그런데 카렌 암스트롱이 이 시대에 관심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1차적으로 보면, 그녀가 종교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기독교와 이슬람, 불교 등에 대해 많은 책을 썼다. 축의 시대와 그 영향 속에서 탄생한 종교들에 관심을 갖고 계속 연구와 집필을 해왔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우리 시대를 잠식하는 정신적 위기 때문이다.

(종교와 인권 등 각종 이데올로기로 인간 실존을 억압하는) 근본주의와 (우리 편이냐 아니냐가 판단의 근거가 되는) 부족주의 등 반지성주의는 이제 시대정신이다. 불관용과 증오, 폭력 등이 도처에 횡행한다. 이런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단초를 카렌 암스트롱은 축의 시대 전통에서 찾는다.

“축의 시대에 발전한 전통들은 모두 인간 의식의 한계를 밀고 나아갔으며, 인간 존재의 내면 깊은 곳에서 초월적 차원을 발견했다. […] 현자들은 물론 이런 궁극적 실재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려 하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자면, 어떤 교리나 이데올로기를 강제한다는 것은 축의 시대가 동력을 잃는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정신 말이다. 혐오의 정서와 배제의 태도, 근본주의 이데올로기는 모두 우리 시대의 병리적 상황을 확인시켜주는 징후에 해당한다.

바벨 도서관의 사서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br>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br>나 역시 마찬가지다. <br>​​​​​​​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바벨 도서관의 사서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여기서 카렌 암스트롱이 강조하는 축의 시대의 근본정신은 무엇인가? 자비(compassion)이다. 축의 시대 현자들은 정신적 생활의 중심에 도덕성을 갖다놓았다. 반복된 훈련을 거쳐 습관이 된 자비심을 통해 초월을 엿볼 수 있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근본주의가 횡행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축의 시대』에 따르면, 이는 축의 시대 현자들이 말하는 자비의 영성이다. 이 메시지는 『카렌 암스트롱, 자비를 말하다』에서 새롭게 강조된다.

사실 『축의 시대』는 훌륭한 교양서적이다. 740쪽에 걸쳐(그 중 주석과 용어 설명, 색인에 할애된 지면이 64쪽이다) 축의 시대에 속한 여러 종교와 철학의 가르침이 매력적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위대한 전통]를 이야기하되, 현대[의 비극적 상황]에 말을 건넨다. 과거와 현대의 가교를 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그녀는 이를 훌륭히 해낸다. 그녀는 우리가 전통을 알아야 할 이유를 누구보다도 매력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편집자로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책인 동시에 한국의 교양독자들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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