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월요일

도시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의 『장인』을 읽다.

리처드 세넷은 21세기의 현자라고 해도 무방할 게다. 그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노동과 관계의 의미를 다시 묻고, 오래된 전통에서 심원한 지혜를 찾는다.

『장인』은 이후 『투게더』와 『짓기와 거주하기』로 이어지는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 3부작의 첫 권이다. 가시적 실행을 통해 자기 삶을 구성하는 인간, 즉 호모 파베르가 개인의 노력, 사회적 관계, 도시적 환경을 형성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탐구한다.

리처드 세넷이 첫 번째로 주목하는 장인의식(craftsmanship)은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구시대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개념이다. 하지만 리처드 세넷은 장인 의식을 “면면히 이어지는 인간의 기본적 충동이자 일 자체를 위해 일을 잘 해내려는 욕구”로 이해한다.

그러니까 장인은 무언가에 ‘확고하게 몰입하는’ 인간 유형이다. 고도로 숙달된 기능이 근간에 놓여있다는 뜻이다. 목공이든 연주자든 전문가다운 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몰입한 가운데 연마하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 문자적으로 받아들일 대목이 아니라 새로운 루틴, 즉 습관이 형성된 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가리키는 상징적 기간으로 이해해도 무방한다고 본다.

장인의 손은 머리와 함께 간다. 장인은 행동하며 동시에 생각한다. 중세 대성당 건축가나 르네상스 미술가까지 거슬러 가지 않고, 현대문화 안에서만 살펴봐도 충분하다. 의사나 프로그래머 등 현대의 전문 직종 종사자들을 생각해보라.

이게 왜 중요한 문제인가? 장인은 노동과 자아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존재이다. 실로 우리가 주목하고 회복해야 할 노동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달리 근대의 공장식 노동은 명백히 노동 주체와 노동(과정과 산물) 사이에 균열, 즉 소외가 발생한다.

리처드 세네트에 따르면, 장인 문화 쇠락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노동 동기가 약화돼서다. 사회주의 진영의 계획경제나 자본주의 진영의 경쟁 구도가 근로자들을 망가뜨린다. 물론 근대의 산업화 양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반 논란의 여지가 없다.

둘째로, 손과 머리가 분리돼서다(예술과 기술의 분리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이로 인해 사고력과 표현력 둘 다 손상된다.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장인처럼 생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비단 기능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문제와도 결부된다.

셋째로, 품질변화의 갈등이 있어서다. 정확성과 실용성의 두 기준이 충돌한다는 뜻이다. 양자가 일치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항목이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출판사의 경우, 편집부와 영업부의 갈등으로 재현되기 일쑤다. 집필도 좋은 원고냐, 기한 엄수냐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고, 번역도 정확한 번역과 신속한 번역 사이에서 갈등 양상이 드러난다.

바벨 도서관의 사서
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요는 우리 시대에 장인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외려 장인과 장인정신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리처드 세네트는 장인의 역사적 양상을 일터, 도구, 의식이라고 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조망한다. 이어서 장인의 기능 습득 과정에 대해 깊이 천착한다. 서구의 근대적 합리주의 모델과는 궤를 달리하는 인격적인 모델을 규명한다. 손과 머리를 같이 쓰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활용하며, 저항과 모호의 상태를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끝으로 동기와 재능의 문제를 살펴본다. 리처드 세네트는 재능보다 동기를 더 중시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장인이 실패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완벽하게 해내고자 하는) 강박적 집착이다. 리처드 세네트는 여기서 장인으로서의 자아 실현에 대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요는 그가 장인의 역사적 조망에서 작동의 원리까지 폭넓게 다룬다는 것이다.

넓고 깊게 전개되는 이러한 논의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일하는 동물(Animal Laborans)로서의 인간상을 벗어나고자 함에 있다. 장인의식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다. 다른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책을 만드는 출판인의 관점에서 봐도 매우 타당하고 적실하다. 『장인』은 나의 실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성찰의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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