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철도 경쟁’...코레일만 적자 늪 빠졌다
코레일-SR 기형적 구조 만든 국토부는 뒷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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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박근혜 정부 당시 철도경쟁 체제 도입을 명목으로 2013년 12월 출범시켰던 수서고속철도(이하 SR·2016년 본격 운행)의 통합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가 나면서 지난 2일 코레일 손병석 사장이 사임하는 등 만년 적자의 시달리는 코레일의 적자 해소와 철도 공공성을 위해서 코레일과 SR의 통합이라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철도노조와 경실련이 지난달 30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코레일-SR 간 부당거래 지시 국토교통부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철도노조와 경실련이 지난달 30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코레일-SR 간 부당거래 지시 국토교통부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철도노조

코레일, 울며 겨자먹기식 ‘손해’ 보는 장사 ‘왜?’

지난달 3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기자회견에서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코레일과 SR 간 열차를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춰 코레일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면서 양 기관의 통합론이 힘을 얻고 있다.

경실련과 철도노조에 따르면 2016년 12월 철도공사는 22편성의 차량을 구매해 SR과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당시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3.4%)를 받아 철도공사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당시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은 5.5%이고, 철도공사의 자산관리규정에서도 임대료 산출 기준을 5%로 정하고 있으며, 2015년 국토부에 제출한 한국교통연구원이 설정한 기본 임대수익률도 5%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SR로부터 받는 연간 차량 임대료는 353억(3.4%)으로 예비타당성조사 기준 5.5%를 적용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최소 연간 180억원 이상을 덜 받고 있는데, 계약기간 5년을 적용하면 900억원에 이르는 재산상 손실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2016년 12월 1일 철도차량 임대계약 부속사항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명시해 철도공사에 현저히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경실련과 철도노조는 철도공사를 업무상 배임죄로, 국토부를 배임교사죄로 고발한 상황이다.

더욱이 국토부가 당시 ‘정부지원 철도차량 임대료 기준’을 철도공사의 동의 없이 임의로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강요했다는 점도 문제다. 철도산업기본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철도 시설’에 관한 계약 체결시 국토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철도차량’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국토부가 임대료 산정 등의 기준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철도공사에 2015년 6월 24일, 2016년 4월 5일 두 차례 정부지원 철도차량 임대료 등에 관한 기준 통보 공문을 보내 국토부가 설정한 기준을 강요했다는 설명이다.

철도노조 측은 “국토부는 철도차량 임대사업에 관해 권한이 없음에도 KTX 차량을 SR에 임대할 경우 철도공사 매출감소 등 철도공공성이 악화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철도공사의 상위기관이라는 위치를 무기로 삼아 업무상의 배임의 죄를 교사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현재 SR에서 코레일에 납부 중인 고속철도차량의 임대료 기준은 코레일·SR 등 관계기관 합의, 법률·회계검토 등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국토부가 SR에 특혜를 주기 위해 코레일에 낮은 임대료 책정을 강요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언론 및 철도노조에서 주장하는 임대료는 철도공사 투자액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금(48%)을 포함한 총 차량가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정부 지원금까지 철도공사에서 임대료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주장”이라며 “코레일-SR 등 기관들 간 합의한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철도노조가 2017년 5월 1일 더불어민주당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었다.ⓒ철도노조

쏙 들어간 文 정부의 ‘철도 통합’

사실 양 기관의 통합론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2016년 철도노조와 “경쟁체제란 이름 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책 협약을 체결하면서 나왔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초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지된 철도 민영화 기조의 변화가 빨리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이에 장관 취임 이후 코레일과 SR 통합을 위해 지난 2017년 7월에 TF를 구성하고 연내 통합 여부를 결론 내겠다고 했지만 추진 동력은 이내 상실되고 말았다.

2018년 11월 오송역 단전 사고, 같은해 12월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등 대형 철도 사고가 발생하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 국토부가 이를 이유로 당시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연구’ 용역을 중단하면서다.

철도노조 김선욱 정책실장은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하대 김태승 교수 연구결과 양 기관 분리로 인해 연간 중복비용이 559억원에 달한다고 발표도 했는데 그 당시 국토부에서 해당 연구를 강제로 중단시켜 통합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흐지부지 됐다”고 지적했다.

‘고속철을 따로 운영해서 매년 559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진의 중간 결과를 보고받자마자 연구진에 연구중단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고속철 분리 운영에 따른 중복비용 559억원에 대해서는 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수치로 객관적인 수치로 보기 어렵고, 코레일-SR 통합 문제는 분리운영에 따른 중복비용 외에도 경쟁으로 인한 유·무형의 사회적 편익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이다.

코레일 ‘적자’ 언제까지 두고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양 기관의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코레일이 만성적자에 허덕이게 되면서 해결 방안으로 통합운영에 목소리가 제기되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에 따르면 철도공사와 SR을 통합해 KTX와 SRT를 하나로 운영하게 될 경우 열차운행 효율화에 따른 열차공급 증가, 통합공사의 수익 개선, 국민 편익 증가 등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의원은 “KTX와 SRT가 통합운영 될 경우 고속열차의 운행횟수가 52회 증가해 공급좌석과 열차 이용객도 증가해 철도공사와 SR의 통합공사의 매출액도 연 3162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철도공사와 SR 통합운영시 열차운행회수 증가 내역ⓒ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

나아가 철도공사와 SR의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국민편익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양 공사를 통합하면, SRT 뿐만 아니라 KTX도 요금 10% 인하가 가능하다”며 “현재는 KTX와 일반열차만 환승할인이 적용되고 있지만, 통합운영할 경우 SRT와 무궁화·새마을호간에도 환승할인(30%) 적용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코레일에서도 통합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코레일 손병석 사장이 분리 경영에 대해 “비용과 수익, 공공성 측면에서 볼 때 운영기관을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분리 경영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손 사장이 적자가 누적되는 경영상황과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또 다시 ‘철도 통합’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측은 코레일 내에서 철도 통합 논의가 있더라도 철도 공사의 상위기관인 국토부에서 의지가 없는 한 통합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철도노조 김선욱 정책실장은 “양 기관을 분리해서 이득이 하나도 없는데도 왜 국토부가 (분리를) 고수하고 있는지 문제제기 했지만 국토부가 거의 답변을 안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코레일과 SR은 열차 색깔만 다른 것으로, 국토부 관리들 퇴직 자리 만들고 내부 비용만 늘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퇴직한 관료가 관련 기관에 재취업하는 일명 ‘관피아’를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정책실장은 “이전에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토부 관료들이 여전히 국토부에 남아 있다”며 “민영화를 주장한 세력들이 여전히 관료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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