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해외에서의 상장 가능성을 타진해 오던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가 노선을 틀어 국내 증시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주요 증권사들에 배부했다. 

앞서 지난 9일 컬리는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6번째)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며, 미국 증시 상장 대신 국내 상장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증시를 염두에 두고 있던 컬리가 국내 증시 상장으로 노선을 변경한 데는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규정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 

올 초 쿠팡의 미 증시 상장 성공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들 또한 연이어 뉴욕행을 추진해 왔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의 상장 유치를 위해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기는 경우 다른 재무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해당 제도로 인해 컬리 또한 상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953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고객 수 또한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누적 8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영업 손실만은 면치 못하는 상태다.  

이번 시리즈F 투자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이는 지난해 투자 당시의 기업가치 8000억원에 비해 약 2.6배 오른 수치다.

컬리 기업가치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는 꾸준한 투자 유치가 꼽힌다. 현재까지 컬리가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6500억원이다. 지난 2015년 회사 설립 단계에서 투자 받은 50억원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신규 투자에 성공해 왔다. 2016년 170억원의 시리즈B, 2018년 670억원의 시리즈C, 2019년 1350억원의 시리즈D, 지난해 2000억원의 시리즈E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컬리의 국내 증시 상장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상장 준비 기간이 있기에, 즉시 상장 준비에 돌입하더라도 연내 마무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컬리에 대한 이번 투자에는 에스펙스 매니지먼트 등 기존 투자사 외에도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CJ대한통운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컬리와 ‘샛별배송’(새벽배송) 전국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컬리는 이번 투자금으로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상품 발주부터 재고 관리, 주문 처리, 배송 등 물류서비스 전반에 걸친 효율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고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또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을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하반기에 남부권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컬리 김슬아 대표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생산자들과는 상생협력에 힘쓰고, 기술투자와 인재 유치로 고객 가치를 높여 장보기 시장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