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반려동물”…커져가는 개식용 반대 여론
文대통령 “개식용 금지 신중히 검토해야” 언급
금지 망설이는 식약처…“사회적 합의 필요하다”
지지부진의 연속…개식용 종식 계획 필요한 때

지난 2019년 7월 12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열린 ‘제2차 개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 3월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에서 개고기를 판매하는 업체가 입점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동물보호단체에서 이를 공론화하고 판매 제한 조치를 요구하며 개고기와 관련한 개장국, 보신탕, 사철탕, 영양탕 등의 메뉴는 더 이상 검색되지 않게 됐다.

배달앱에서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를 놓고 여론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혐오식품이라며 판매를 비판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음식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개식용 논쟁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동물보호 단체에서는 개 도살을 금지하라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관련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안 도입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피부로 와닿는 변화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개식용 금지 가능성이 다시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동물 그 자체로서 새로운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동물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개식용 금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해 진일보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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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인가, 반려동물인가

현행 축산법 시행령상 개는 ‘가축’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축산법, 축산법시행령, 축산법시행규칙에는 가축으로서 개의 사육 또는 관리에 관한 내용이 규정돼 있지 않다.

또 축산물을 얻기 위한 행위와 관련해 도축을 위한 도축장 허가를 받고, 가축을 합법적으로 도축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축산물위생관리법과 동법 시행령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법에 따라 개는 가축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모호한 존재로 정의된다.

개의 가축여부를 떠나 식품위생법상 개식용은 불법이다.

해당 법 제7조에서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이하 식품공전)에 대해 규정한다.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이 규정에 근거해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보존해야 한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동법에서 정의하는 동물성 원료 목록에는 개 혹은 개고기는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를 근거로 개를 식용하고 판매하는 것은 분명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한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개고기가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이 아니기 때문에 위생적인 도살·해체·검사를 할 수 없고, 식품으로서 건전성 여부가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식품의 기준 및 규격상 식품원료가 아니라고 인정한다.

다만 개식용은 사회적으로 상반된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

“개고기 안 먹어” 여론 우세

지난 2019년 동물자유연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식용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9%는 ‘개고기 섭취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먹었으나 요즘은 먹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1.8%를 차지했다.

경기도가 올해 5월 실시한 도민 10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4%가 개고기를 먹을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개식용 금지 법안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64%를 차지하며 과반수를 넘었다.

지난해 12월 30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개·고양이 도살 및 식용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개·고양이 도살·처리 및 식용판매를 막는 것과 더불어 개식용 업자가 자가 폐업할 때 폐업 및 업종전환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나 대만 등에서도 개식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며,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크게 향상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으로 개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개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라고 언급하며 관계 부처의 논의를 당부했다.

동물보호 단체에서는 정부가 2018년에도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회가 바뀌면서 일어나는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개 도살이 불법으로 볼 것인지, 개고기 유통을 금지할 건지, 개를 먹는 행위 자체를 막을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품위생법상 개고기를 원료로 만든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식약처 등 담당 기관에서 사실상 단속을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인 실태조사부터 정확하게 실시돼야 하고 불법시설은 당연하게 바로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나 지원 등은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해야 할 과제다. 장기적인 과제들은 로드맵으로 만들어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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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2월 27일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개 판매시설 자진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뉴시스

상인 위한 대책도 마련돼야

개식용 및 판매가 불법일지라도 그동안 이를 이용해 생계를 꾸려온 상인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개식용을 전면 금지했을 때의 영업권과 생존권 위협을 우려한다. 때문에 개식용 및 판매 금지 방안과 더불어 이들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실제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개 도축을 시설을 없애려는 시와 생계를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상인들 간 갈등을 빚었다.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모란시장’은 한때 하루 평균 220여마리의 식용견이 거래돼 전국에서 손꼽히는 이른바 ‘개고기의 메카’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런데 2016년 12월 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는 도시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모란시장 환경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1곳의 업체가 개 전시 및 도축시설을 자발적으로 철거했다.

2018년 7월 성남시는 ‘개고기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 전시·도축시설 뿌리 뽑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영업권과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는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료 인하 등 건물주와의 재계약 유도 △업종전환 자금 저금리 알선 △교육·컨설팅 및 경영마케팅사업 지원 △종사자 맞춤형 취업 알선 △시 소유 공실 점포 입주권 부여 △비 가림막·간판·보행로 등 환경정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TF 가동 4개월 만에 상인들은 자진철거에 합의했다.

물론 아직까지 개고기 판매가 유지되곤 있으나, 시의 지원으로 업종전환을 한 일부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일택 팀장은 상인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식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 팀장은 “모란시장의 경우 개 도살 및 전시 행위는 금지됐지만 아직 판매하시는 부들은 남아 있다”며 “일부 업종변경을 하신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은 빨리 정리해달라는 입장이다. 시의 요구로 전업을 결정했는데 옆에서 개고기를 판매하니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인식조사 결과 대부분 개고기 사업이 사양사업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개고기를 섭취할 의향이 없거나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영세한 판매자들부터 사라져 갈 것이다. 개식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 아래 사양산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방치하는 꼴”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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