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생식능력 제거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정정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2부(부장판사 문흥주)는 지난 13일 A씨의 성별정정 신청 사건에서 성별정정을 허가했다.

여성으로 태어난 A씨는 중학교 3학년 무렵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8년 남성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고 2019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성전환증을 진단받아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호르몬 요법을 통해 외모와 목소리 등이 남성화된 A씨는 자궁적출술이나 남성의 외부성기를 갖추는 수술을 받지는 않았으나 남성으로 살아왔다.

그는 2019년 자신의 성정체성과 동일하게 법적 성별을 남성으로 정정해달라며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냈다.

1심은 A씨가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 가운데 양측 유방절제술 등은 받았으나 자궁 난소 적출술 등을 받지 않아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항고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고심 재판부는 “자궁적출술과 생식능력의 비가역적 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며 “자기 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인은 남성화된 현재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분명해 다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로 남성 수준의 성포르몬 수치와 이차성징을 보이며 장기간 무월경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우나 남성으로의 전환이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법원의 이번 판단이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개정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과 관련한 사무처리지침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은 “개정된 지침은 외부 성기의 형성 여부나 생식능력의 상실 및 재전환 가능성이 성별정정의 ‘허가기준’에서 ‘참고사항’으로 변경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해당 요소를 성별정정의 필수요건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