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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전 하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성전환 수술을 한 후 군에서 강제전역 조치된 트랜스젠더(MTF)변희수 전 하사가 못다 이룬 군인의 꿈을 뒤로한 채 사망했다.

4일 경찰과 군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오후 5시 49분경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 소재 정신건강센터 측에서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두절되자 신고했고 출동한 119 대원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됐을 당시 변 전 하사는 숨을 거둔 지 수일이 지난 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변 전 하사는 남성으로 임관해 조종수로 군 복무를 해왔다. 그러던 중 2019년 6월 국군수도병원으로부터 다른 성별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 진단을 받았다.

이후 변 전 하사는 소속 부대에 성전환 수술 의사를 알린 후 여행 허가를 받아 그해 11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한달 후인 12월 복무 의사를 밝히고 부대에 복귀한 변 전 하사는 수술 후 진료를 위해 군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군병원은 변 전 하사에 대해 의무조사를 시행했고, 군 인사법 시행규칙의 심신장애등급표를 근거 삼아 ‘심신장애 3급’을 내렸다.

지난해 1월 22일 군은 군인사법 제37조(본인의 의사에 따르지 아니한 전역 및 제적)를 근거로 변 전 하사를 강제전역 시켰다.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1호에 따르면 심신장애는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자로 규정된다.

변 전 하사는 그해 2월 법원으로부터 법적성별정정을 허가받고, 같은 달 전역 결정 취소에 관한 인사소청을 요청했다. 그러나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는 현행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과 전역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전역 처분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에 대해 심신장애 기준을 근거로 전역 처분을 내린 육군의 판단은 인권침해고 보고 육군 참모총장에게 취소를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육군의 선택에는 변함이 없었고, 끝내 변 전 하사는 군인이라는 꿈을 못 다 이루고 숨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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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는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낸 변 전 하사에 대한 추모와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020년 초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군인으로서 계속해서 복무 의사를 이야기했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며 “성별이분법적이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는 군 안에서 성별정체성을 드러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그럼에도 자신을 당당히 드러낸 그 용감한 목소리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그리고 육군 하사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한 군대와 이 사회였기에 고인이 준 사회적 울림은 더욱 컸다”고 전했다.

끝으로 “고인이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내 모두가 위로받고 공감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존엄하고 동등하며 마땅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존재들로서 고인의 운동을 이어받겠다”며 “다시 한번 고 변희수 하사님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쉴 수 있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트랜스해방전선도 “본인이 트랜스젠더임을 공개했을 때 가해지는 모든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 했던 변 하사님 곁에 우리가 서고자 했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던 트랜스젠더의 삶을 이제는 더는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자 했다”며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다.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정치권에서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을 통해 “고인은 용기 내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살길 바랐다. 그러나 육군은 ‘적법한 행정처분’ 이유로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또 사회를 변화시켜야 할 정치권은 앞다퉈 혐오 발언하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 또한 뒷짐지고 ‘나중에’라는 말을 일삼았다. 누구나 존엄하게 오늘을 살아가야 하지만 그 삶을 뒤로 미뤘다"며 "성소수자에게는 생존 그 자체가 투쟁이고 저항의 전부 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의당은 모든 이들이 오늘을 살아가도록 모든 이들의 꿈이 오롯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녹색당도 “생때같은 젊은이를 무지와 혐오로 또 떠나보냈다. 마지막 순간 그가 얼마나 참혹한 심정이었을지를 떠올리면 비통함에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집권 여당이 차별금지법을 입에 담아서도 안 되는 불경한 법인 것처럼 쉬쉬하고, 유력 정치인이 퀴어문화축제는 안 보이는 데서 하라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는 것이 지금 이 나라가 처한 현실이다. 당신들 손에 성소수자들의 피눈물이 뚝뚝 떨어진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변 전 하사의 죽음과 관련해 당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변 전 하사의 사망 이후 일각에서는 ‘군인사법 개정’과 ‘병역판정 신체검사 제도 개선’, ‘차별금지법 제정’ 등 군과 사회에서의 성소수자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변 전 하사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현재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개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알렸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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