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여성 지도자 역할 해야…정부부터 모범 보일 것”
국민의힘, 보궐선거 겨냥 청와대·정부·민주당 비판
정의당, 김종철 성폭력 사과…성평등 실천선언 발표
여성·노동계 “여성노동자 권리 보장” 대책마련 촉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처우 개선 등 여성노동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자 처우 개선 등 여성노동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여성인권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성계와 노동계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SNS를 통해 세계 여성의 날 축사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비롯해 여성들에게 더욱 힘들었던 한국의 근현대사를 생각하며, 꿋꿋하게 여성의 지위를 높여온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오랫동안 주변에 의해 규정된 삶을 살아야 했고, 여성들은 몇 곱절의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렇지만 편견과 차별을 이겨 내고 자신을 찾아낸 여성들이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감정과 삶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유엔 위민(UN Women)에서 정한 세계 여성의 날 주제는 ‘여성의 리더십: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세상에서 평등한 미래 실현’”이라며 “한국은 이 분야에서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이 일할 때, 포용적 회복과 도약도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부터 모범을 보이도록 목표를 높여나가겠다. 각 분야에서 여성이 동등한 권리로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들은 위기극복의 버팀목이 돼주셨고 더 많은 고통을 겪었다”면서 “김이 감사드리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출처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페이지>

민주당 전국여성위 “동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정춘숙 의원)도 성명을 내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투쟁하고 있는 이름 모를 수많은 여성들 덕분에 인류는 평등과 존엄을 향해 오늘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변화하고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의 오랜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 이로 인한 크고 작은 불평등을 여성들은 여전히 경험하고 있다”면서 “성범죄와 폭력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일터에서의 성별임금 차별과 경력단절 등으로 인한 경제력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는 “각 분야에서 여성의 대표성은 높아지고 있으나 더디기만 하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한 불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돌봄의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됐는가 하면, 서비스업 등 소위 여성들의 일자리가 줄었다. 더욱이 국제사회가 인정한 인권침해 문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려는 움직임도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고 자아실현이 좌절되지 않도록, 당당하고 자유롭게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면서 “디지털성폭력 등 성범죄 예방과 돌봄 정책 확대, 양육비 이행 시스템 등을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의 대표성 제고에 노력한 결과,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과장급의 여성 비율이 20%를 돌파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럼에도 직업 선택이나 노동환경, 임금체계 등에서 성차별을 철폐하고,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여성의 사회생활이 단절되지 않도록 바꿔나가는데 막중한 과제도 안고 있다”면서 “모든 여성의 존엄과 평등이 실현되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더불어 사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을 위한 국민의힘의 다짐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을 위한 국민의힘의 다짐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여성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후퇴”

국민의힘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민주당 광역 지자체장의 성폭력 사건과 여성노동자 일자리 대책 등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그간 우리의 어머니들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부단히 싸워왔고, 그 덕분에 여성들의 지위가 과거보다 향상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갈 길이 아직도 먼 듯하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차별과 경력단절, 여성 대상 범죄, 일과 가정의 양립문제 등 해결해야 과제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무엇보다 그토록 힘들게 얻어낸 여성들의 인권과 존엄성이 정부여당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면서 오히려 대한민국 현재의 여성 인권이 후퇴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면서 “심지어 집권여당 소속의 광역단체장들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정부여당은 피해 여성을 ‘피해 호소인’ 이라는 모호한 명칭으로 몰아 피해자와 함께 이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자존감에 크나큰 상처를 입혔다. 대통령은 이 사태에 눈을 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급기야 이 여파는 막대한 혈세를 들이는 보궐선거까지 치르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사이 정부여당은 국민과 약속한 당헌당규를 바꿔가면서까지 보궐선거 후보를 냈으니 나라의 국격이 땅에 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누군가는 일제에 의해 처참히 고통 받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이용해 국회의원이 됐다”면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여성으로서, 또 역사의 산증인으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던 할머니들은 또다시 상처를 입었고, 여당은 물론 이 정부마저 할머니들을 방관하고 있다”고 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여성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후퇴”라며 “여성들은 그러나 좀 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이들을 심판해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앞으로 한 달 후 4월 7일, 여성들이 쌓아 온 고결한 역사를 무력화한 이들의 잘잘못을 반드시 가려내야만 한다”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민주당을 질타했다.

정의당 강은미(왼쪽) 비상대책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성평등 실천선언 행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강은미(왼쪽) 비상대책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성평등 실천선언 행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김종철 성폭력 사과”…성평등 실천선언 발표

정의당은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 실천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성평등 조직문화에 대한 전당원 대상 인식실태조사를 실시해 도출한 실천과제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성평등 실천과제에는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부터 성인지감수성을 높이도록 의무 강화 △젠더폭력 발생 초기부터 피해자 보호 강화 △당내 제도화로 공고한 젠더폭력 대응체계 마련 △당원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통한 일상의 문화 개선 △흔들림 없는 조직문화 개선 계획 이행 등이 포함됐다.

정의당 강은미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로 모든 국민들이 힘들지만 여성들은 고용과 소득에서 더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지난해 취업자 감소 폭은 여성이 남성보다 1.6배가량 많았고, 일시휴직자가 급증한 업종의 대부분은 여성 종사자의 비율이 높은 업종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에게 전가돼 있는 돌봄 노동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학교의 휴교 등으로 더욱 부담이 심해졌고, 여성이 주로 일하는 대면 서비스업 등은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공공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여성에게 유독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불평등하다. 코로나19로 드러난 여성들의 취약한 노동 현실, 여성에게 전가된 돌봄 노동에 대한 환부를 드러내고 고치지 않고서는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며 “여성이 받는 임금은 여전히 남성 임금의 65%에 그치고 있고, 직장 내의 진급과 지위 향상 정도를 나타내는 유리천장 지수는 OECD 기준 매년 꼴찌다. 비참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별 노동 격차를 해소해 노동시장의 성차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여성이 노동자이자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안전하고 당당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간 성평등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앞장서고자 노력했던 정의당이었으나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을 안겨 드린 점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다시금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여성을 비주체적인 성적 대상으로 보는 기존 인식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 주체적 시민으로 인식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전당적 구조를 점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5대 실천 과제를 선언한다”면서 “정의당의 변화가 이곳 국회로, 가정으로, 일터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 공간으로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이날을 함께 축복받았어야 할 고(故) 변희수 하사, 고(故) 김기홍 대표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죽음들을 다시금 기린다. 그들을 떠올리며 모든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한다”면서 “인간은 그 자체로 평등하고 존엄해야 한다는 페미니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오늘도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 그리고 소수자, 사회자 약자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고 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8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들이 8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여성단체·노조 “성별임금격차 해소” 촉구

여성단체들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지난 2018년부터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여성노동자 조기퇴근 투쟁을 이어온 ‘3시스탑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019년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약 32.5%로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위기 속에서 여성은 ‘성별임금격차 만큼 더 가난하고 불안한’ 현실을 버텨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와 함께한 1년, 위기는 여성에게 더욱 가혹했다”며 “수많은 여성들이 생계·고용·안전에 대한 불안과 가족 돌봄 부담에 시달렸지만 이러한 고통은 가시화되지 않았으며 이를 구체하기 위한 대책도 부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노동자에게 강요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는 성별 격차가 존재하는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위기가 올 때마다 더욱 가중되는 여성노동자의 가난과 불안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여성고용 확대 및 성차별 없는 채용 △돌봄 일자리 고용 안정 및 충분한 임금 보장 △돌봄의 공적책임 강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 여성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기자회견을 통해 “K방역은 유례없는 신화를 만들어냈으나, 여성은 어느 때 보다 불안정해졌다”며 “방역의 최전선에는 여성노동자들이 앞장섰고, 필수노동이라도 부르는 영역에는 여성들이 동원되고 위험을 감수하는 불안한 노동을 도맡아왔다. 그러나 그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가난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산재승인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속한 직업은 요양보호사,간호사,간호조무사,콜센터상담원이 가장 많았다. 모두 여성들이 밀집된 일자리”라며 “2021년 1월 여성고용률이 50.6%에서 47.7%로 하락했다. 무려 59만7000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민주노총은 “학교가 닫히고 공적돌봄이 약화되면서 가정 내 돌봄 부담으로 여성들은 퇴직을 선택해야 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선택을 자발적 선택이라 말하지 않는다”며 “그나마 간절하게 요구했던 한 가지. 코로나19 시기만이라도 모든 해고를 금지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무시당했고, 해고를 당하는 비정규직여성노동자의 투쟁이 대기업과 학교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여성고용대책은) 여전히 저임금과 단기일자리 등 불안정고용의 형태로 채워져 있다. 십 수 년 일하던 곳에서 밀려난 여성들이, 이제 생애 첫 일자리를 찾을 청년여성들이 맞이할 일자리가 6개월짜리, 경력관리도 어려운 일자리 대책으로 마련된 점은 분노스럽다. 이 정부가 여성들의 노동을 또다시 분절되고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누구나 힘들다. 모두 힘드니 조금만 더 참고 이겨 내자’는 것은 이 사회가 여성을 동원하고 희생시키면서 만들어낸 착취의 논리에 불과하기에 우리는 투쟁한다”며 “이제야 드러난 여성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공적 돌봄 확대 및 돌봄사회로 전면 전환 △여성만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던 일자리의 고용관행 중단 및 정규직화 실시 △코로나19 전담병원 인력 대책 마련 및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청년여성에게 안정된 일자리 보장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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