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국내 대기업 직원 100명 중 여성 직원은 20명에 불과해 성비 불균형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직원이 받는 연간 평균 보수 또한 남성의 70%에 못 미쳤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내 주요 30개 대기업의 1999년 대비 2019년 남녀 성비(性比) 및 평균 보수 변동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999년 당시 조사 대상 30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37만 362명에서 2019년 54만 5087명으로 20년 새 고용이 17만명(47.2%) 이상 늘었다.

이중 남성 직원은 31만 4765명에서 43만 6210명으로 12만 1445명(38.6%↑) 증가할 때 여성 직원은 5만 5597명에서 10만 8877명으로 5만 3280명(95.8%↑) 늘었다.

성별 고용 증가율만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조사 대상 기업의 남녀별 고용 격차는 1999년 당시만 해도 직원 100명 중 여직원은 15명 정도에 불과했다. 20년이 지난 2019년에도 여전히 직원 100명 중 여성직원은 20명 정도 선에 그쳤다.

지난 20년 간 여직원 고용은 회사별로도 편차가 컸다. 1999년 대비 2019년에 여직원 수가 1000명 넘게 늘어난 회사는 30곳 중 9곳이었다.

이중 삼성전자가 1999년 9894명에서 2019년 2만 7334명으로 20년 새 1만 7440명으로 여성 인력을 가장 많이 충원했다. 삼성전자는 1999년과 2019년 모두 국내 기업 중 여성 고용 규모가 가장 컸다.

롯데쇼핑도 같은 기간 1만 4704명 여직원 수가 증가했다. 이외 대한항공(4505명), 한전(4147명), LG디스플레이(3258명), 아시아나항공(2257명) 등도 20년 새 여직원이 2000명 이상 늘었다.

반면 KT는 1999년 당시 8355명이던 여직원이 2019년에는 4080명으로 도리어 줄었다. 또 삼성전기 888명(3621명→2733명), 현대건설 494명(1128명→634명)도 100명 이상 여직원 수가 감소했다.

여성 직원 비율로 따져보면 LG디스플레이는 1999년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34.6%였지만 2019년에는 16.1%로 크게 줄었다. 이 밖에도 같은 기간 삼성전기 13.7%P(37.5%→23.9%), 삼성물산 8.1%P(28.9%→20.8%), 삼성SDI 6.7%P(20.7%→14%), SK하이닉스 6.4%(42.7%→36.3%) 순으로 여직원 비율이 20년 전보다 후퇴했다.

반면 한국전력공사(한전)는 1999년 2.3% 수준에서 2019년 20.9%로 20년 새 18.6%P 증가했다. 이어 대한항공 16.7%P(25.6%→42.3%), HMM 14.2%P(7.1%→21.3%), 롯데케미칼 10.8%P(2%→12.8%), DL 10.4%P(2.4%→12.8%) 등에서 여성직원 비율이 증가했다.

여성 고용 비율이 50%를 넘는 곳은 지난 1999년 롯데쇼핑(59.4%) 한 곳에서 2019년 롯데쇼핑(68.8%)와 아시아나항공(52.7%) 두 곳으로 늘었다.

남녀 임금 수준 격차도 여전했다. 남직원의 1인당 평균 연간 보수를 100%라고 할 때 여직원 급여 수준은 1999년 65.8%에서 2019년 66.7% 수준으로 소폭 높아졌지만 여전히 남직원 임금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99년 여직원 임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모비스였다. 당시 이 회사 남성 직원이 평균 2000만원을 받을 때 여성 직원은 1800만원 수준으로 남녀 직원 보수 비율은 100대 90 수준으로 거의 대등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88.5), 현대건설(85.4), KT(84), 고려아연(80.4), 대한항공(80) 등은 여직원 보수 비율이 80%를 넘었다.

하지만 2019년에는 여직원 임금이 남직원의 80% 이상 유지하는 곳은 KT와 기아 2곳에 불과했다. KT가 100대 86.2 수준으로 그나마 가장 높았다. KT는 2019년 남자 직원이 평균 87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7500만원을 받았다. 기아도 100대 82.8로 남직원 평균 급여가 8700만원일 때 여직원은 7200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20년 새 여성에게 지급한 보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곳은 SK하이닉스였다. 이 회사는 인수 이전인 1999년 현대전자산업 당시 여직원 보수 비율이 남성의 53% 수준이었지만 SK그룹으로 편입된 2019년에는 72.2%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어 기아 18.7%P(64.1%→82.8%), 한전 14.3%P(62.8%→77.1%), 현대차 13.7%(64.6%→78.4%) 등도 여성 연간 보수 비율이 올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제출하는 회사 10곳의 여성 육아휴직 후 복귀 비율은 평균 94% 수준에 달했다. 이는 육아휴직을 사용해 회사로 다시 복귀하는 비율이 100명 중 94명 이상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별로 보면 S-Oil(에쓰오일)은 여직원의 육아휴직 후 복귀율이 100%나 됐다. 이어 한전(99.3%), SK하이닉스(98.4%), LG디스플레이(96.4%), 기아(95.1%), 삼성전자(93.7%), 대한항공(93%) 순으로 높았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기업 경영진들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성의 고용 비율과 임원 증가, 임금 수준을 어느 정도 비율로 맞춰 나갈지에 대한 면밀한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여성의 인적 자원은 매우 중요해져서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회사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여건을 형성해주는지가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