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대기업 오너 일가끼리 혼인하는 사례가 부모세대에 비해 자녀세대들어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정경유착’ 논란을 빚었던 정·관계 가문과 혼인이 줄어든 대신 대기업간 혼인이 늘어나면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16일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중 경영에 참여했거나 참여 중인 오너일가의 혼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총 317명의 오너일가 중 153명(48.3%)이 대기업간 혼인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세대 들어 대기업간 혼사 비중이 더 늘었다. 부모세대 대기업 간 혼사는 46.3%(81명), 자녀 세대는 50.7%(72명)였다. 총수 자녀 절반이 대기업과 혼인 관계를 맺은 셈이다.

반면 정관계의 기업 경영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자녀세대 들어 정관계 집안과의 혼사는 크게 줄었다. 부모 세대의 경우 정·관계 집안과의 혼사가 28%(49명)로 대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지만 자녀 세대는 7%(10명)에 불과했다.

일반인과 결혼한 비중은 늘었다. 부모 세대가 12.6%(22명) 였지만 자녀 세대들어서는 23.2%(33명)까지 증가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최근 2년간 총 5건의 혼인 가운데 3건이 일반인과 이뤄졌다. 대기업과 학계는 각 1건이었다.

한화그룹의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는 사내연애를 통해 만난 정모씨와 지난해 결혼했고 김대헌 호반건설 대표는 최근 전 SBS 아나운서 김민형씨와 혼인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올해 7월 교육자 집안 여성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는 지난 10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씨와 결혼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와 법조, 학계, 의료계와의 혼인은 세대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법조계와의 혼사는 부모 세대가 5.1%(9명), 자녀 세대가 5.6%(8명)이었고 학계는 각각 8명(부모 세대 4.6%, 자녀 세대 5.6%)이었다. 의료계와 혼인은 부모 세대가 2.9%(5명), 자녀 세대가 4.2%(6명)이었다.

반면 언론계와 혼사는 늘었다. 대기업 오너일가와 언론계와 혼인관계는 부모 세대에 0.6%(1명)였지만, 자녀 세대에선 3.5%(5명)로 증가했다.

다른 그룹과 사돈을 맺은 혼맥 수는 GS그룹와 LS그룹이 각각 8곳으로 가장 많았다. 두산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각각 6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현대자동차, 동국제강, 코오롱, 태광, 애경, 아모레퍼시픽, LG, OCI, 세아, 한화, 효성, KCC, DB, 한국타이어, 금호석유화학, 삼성, 대림, 영풍 등이 최소 1곳 이상 대기업 오너일가와 결혼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