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최초 여성 CEO 배출…신한DS 조경선 대표 내정
지난해 9월 말 4대 금융지주사 여성 임원 비율 전체 7.2%
금융업계 ESG경영…‘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 속속 도입

(왼쪽부터) 신한DS 조경선 부행장, KB증권 박정림 대표, 한국투자금융지주 김순실 상무보 ⓒ각 사
(왼쪽부터) 신한DS 조경선 대표, KB증권 박정림 대표, 한국투자금융지주 김순실 상무보 ⓒ각 사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금융권내 여성 임원 진급소식에 본격적으로 우먼파워가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부원장보 4명을 임명한 금융감독원은 첫 내부 출신 여성임원을 탄생시켜 이목을 끌었다. 주인공은 불법금융대응단장(국장)인 김미영 부원장보다.

김미영 부원장보는 1967년생으로 서울여상을 졸업한 후 1985년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야간으로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1999년 금감원 출범 때 합류해 일반은행 2팀장, 자금세탁방지실장, 여신금융검사국장 등을 거쳤다.

김 부원장보는 올해 초 볼법금융대응단장으로 일하며 보이스피싱 단속 업무를 맡았다. 이 때 불법 대출권유 문자에 자주 등장한 ‘김미영 팀장’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김미영 잡는 김미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여성 CEO(최고경영자)들의 약진도 주목된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16일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그룹 최초로 여성 CEO의 탄생을 알렸다. 주역은 신한DS CEO로 내정된 조경선 부행장이다.

조 부행장은 1965년생으로 1983년 신한은행 공채 1기로 입사해 38년 간 지점과 본부에서 다양하게 근무했다. 이후 2018년 신한은행 스마트컨택본부장을 역임했으며 2019년 신한은행 영업기획그룹‧경영지원그룹 부행장보를 거쳐 올해 초 디지털개인부문 겸 개인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디지털·ICT 전문회사인 신한DS는 신한금융의 디지털 경쟁력 업그레이드를 위한 플랫폼으로 핵심 업무를 담당하게 될 곳으로 꼽힌다. 이에 신한금융 내에서는 조 부행장이 신한DS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 인재육성 플랫폼인 ‘SCOOL’ 및 대외 마케팅 등 글로벌 확장 추진과 관련해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경선 부행장은 은행 디지털개인부문장을 역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고객 마케팅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6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KB증권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이중 KB증권 박정림 대표이사는 임기 1년 연장에 성공, 2018년 말 대표로 취임한 후 3연임을 이어가게 됐다. 박 대표는 KB금융지주와 증권업계에서 최초의 여성 CEO다.

1963년생인 박 대표는 1986년 체이스맨해튼 은행을 시작으로 2013년 KB국민은행 WM본부 전무, 2014년 KB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7년 KB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WM총괄 부사장을 거쳤다.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음에 따라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라임펀드 판매사와 대표이사에 대한 금융위원회 의결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결국 박 대표는 KB금융지주 계열사의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됐음에도 KB증권 김성현 대표와 함께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 연임 배경으로 라임 사태에 발 빠르게 대처한 것과 최대실적 달성 등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또한 12년 만에 여성 본부장이 탄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임원인사를 통해 김순실 상무보를 PB6 본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1989년 신입 공채로 입사해 지난 2018년 서면 PB센터 지점장에 오른 뒤 지난해 상무보로 승진했다. 김 본부장이 맡게 될 PB6본부는 부산 서면, 동래, 해운대, 울산, 마산 등 부산 및 경남을 소재로 한 PB센터를 관할한다.

이밖에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지난 5월 하나은행 김소정 디지털리테일그룹 직무대행 겸 디지털경험본부 부행장이 임원에 올랐으며, 하나금융지주 이인영 그룹소비자리스크관리총괄 상무는 올해 초 선임됐다. 또 NH농협금융은 지난해 임명된 농협은행 이수경 금융소비자보호부문 부행장과 올해 승진한 이현애 부행장이 여성임원으로 등극해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여성 임원들의 약진 소식에 단단한 유리천장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향후 여성임원 확대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임원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여성 임원 육성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여성임원 비율은 사외이사, 준법감시인 등을 포함해 총 8명이었다. 이는 전체임원(111명)의 약 7.2%에 불과한 수치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여성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신한 쉬어로즈’를 도입해 관리자급 여성 인재 육성에 힘썼으며 KB금융 또한 ‘위 스타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리더 육성에 나섰다. 하나·우리금융지주도 올해 각각 ‘하나 웨이브스’ 와 ‘우리 윙’을 통해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여성 인재 육성 대열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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