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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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월요일

제프 고인스의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를 읽다.

제프 고인스는 미국의 인기 블로거이자 자기계발 작가이다. 국내에도 그의 저작이 《난파》, 《일의 기술》, 《이제, 글쓰기》 등 이미 여러 권 소개되어 있다. 이 중 《일의 기술》과 특히 《난파》는 그의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하지만 신앙적 색채와 무관하게 그의 모든 글에는 자기계발적 측면이 기본적으로 자리한다.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 죽지 않는다》라는 제목을 보라(원제도 Real Artists Don’t Starve이다). 이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인가.

착한 자기계발과 나쁜 자기계발

자기계발은 self-help를 옮긴 것이다. 초기에는 자조(自助)로 번역했으나 이후 일본의 번역 방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자 그대로 자기가 자기를 돕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아무도 도와줄 이가 없을 때 믿을 이는 자신 밖에 없다. 하지만 자기계발은 이를 넘어서 결국 스스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강력한 자기 주도적 신념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자기계발이 왜 비판을 받는가? 자기주도적인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사회 시스템이 책임져야 할 몫을 개인에게 떠넘기기 위해 자기계발 이데올로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배층의 음모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하나 지배층의 입맛에 맞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 부화뇌동하여 자원하여 회사와 조직의 노예가 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여기서 자기주도적 노예됨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주목해야 하는 점은 모든 자기계발이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고통받고 있다. 특히 자영업과 프리랜서의 경우는 직격탄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좋은 자기계발서에 눈길을 주는 것은 충분히 정당한 선택이다. 그렇다. 좋은 자기계발서가 중요하다. 《시크릿》만 붙들고 아무 것도 안 한다면, 그것처럼 황당한 것은 없지 않을까?

마음의 변혁, 기교의 보완

자기계발서는 성공의 해법으로 통상 둘 중 하나를 다룬다. 마인드의 변혁을 촉구하거나 새로운 테크닉을 제안하거나. 여기에 치유적 자기계발이 추가될 수 있지만, 대체로 심리적 변혁에 종속적이다. 제프 고인스의 책은 성공하는 예술가가 되기 위한 마음과 기술 모두 다룬다.

초반부(들어가면서)에서 그는 새로운 르네상스의 원칙(18-19쪽)을 소개한다. 이 원칙은 –실패하는 예술가와 성공하는 예술가를 대비하는- 열두 가지의 명제로 이루어져 있다(이후 열두 개의 장에서 그 각각의 명제를 자세히 다룬다). 가령 이런 식이다.

3. 굶어 죽는 예술가는 스스로 충분한 재능이 있다고 믿는다. 잘 나가는 예술가는 거장을 스승으로 삼는다.

7. 굶어 죽는 예술가는 언제나 홀로 일한다. 잘 나가는 예술가는 다른 이들과 함께 일한다.

9. 굶어 죽는 예술가는 공짜로 일한다. 잘 나가는 예술가는 언제나 대가를 받고 일한다.

12. 굶어 죽는 예술가는 돈의 필요성을 경시한다. 잘 나가는 예술가는 예술을 하기 위해 돈을 번다.

당연히 그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가령 그는 첫 번째 명제로 예술가란 만들어지는 법이라고 주장하지만(어쨌거나 그는 자기계발 작가니까 이해한다), 나는 타고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장에 동의한다.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동의하거나 귀를 기울일 만하다.

애초에 직관적인 제목부터 눈길을 모은다. 앞서 말했듯이 원제도 《진짜 예술가는 굶주리지 않는다》이다. 중국의 작가 리카이저우의 《공자는 가난하지 않았다》(원제가 무려 《君子愛財》다!)가 생각난다. 실제로 이 책의 첫장은 공자의 삶이 풍족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자아실현과 현실생활의 사이에서

제프 고인스는 ‘굶어 죽는 예술가’를 신화라고 단정한다. 굶어 죽은 예술가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라고 해서 반드시 굶어 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명성을 획득한 예술가나 오늘날 성공한 예술가들은 대체로 가난과 무관하게 살았다는 점에 그는 주목한다.

바벨 도서관의 사서<br>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br>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br>나 역시 마찬가지다.<br>​​​​​​​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바벨 도서관의 사서
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많은 이들이 자아실현은 저녁에 하라고 조언하거나 자조적(自嘲的)으로 읊조린다. 낮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타당한 말이다. 이게 불변의 진리라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재정의 영역이 중요하다는 소리다. 자아실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제프 고인스는 지속가능한 창작을 위해서라도 돈과 생계의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핵심은 작품의 창조이고, 창작의 삶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굶주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최고의 작품이 탄생할 수 없다.”(265쪽)

마르틴 루터는 복음 전도를 가리켜 한 거지가 다른 거지에게 빵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 독자 여러분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 창조적 자아실현과 현실적 생계유지를 결합시킬 수 있다는 기쁜소식(福音)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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