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목요일

김곡의 《관종의 시대》를 읽다.

김곡은 도서를 집필하는 작가이기 전에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다. 아마 이렇게 문화 생산자에 속하기에 더욱 강하게 된 문제의식이 바로 관심을 갈구하는 세대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관종의 대상은 그저 관심뿐이다. 바라는 것은 관심이 전부다. 관심이 그 존재를 잠식하기에 이르렀다. 아니, 관심이 존재 그 자체가 되었다. 그 관종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 관종의 존재도 사라진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대상의 소멸과 주체의 부상

달리 말하면, 관심은 타자를 소거한다. 타자의 소거는 자아의 과잉이다. 능력의 과잉이 아니라 관심의 과잉이다. 과잉과 관심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러한 과잉이 현실감의 상실로 이어진다. 관종은 대상과의 관계를 자아와의 내면적 관계로 환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종을 편집증자로 봐야 할 것이다. 관종의 자아는 억압은커녕 끝없이 확장한다. 이는 특히 망상으로 표상된다.

관종의 특징 하나로 대상의 소거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수치를 알 리가 없다. 자아를 활짝 드러내는 노출증자다. 억압된 대상을 반복하는 강박증자가 아니라 과시하고 전시하는 자아를 반복한다. 그의 몸매일 수도 있고, 그의 성경험일 수도 있다. 혹은 그의 빛나는 업적이거나 그의 추악한 죄악일 수도 있다. 그가 주목받고 관심받을 수만 있다면, 아무려나 상관없다.

타자에 과잉의존하는 SNS

하지만 대상의 소멸은 당장 비판받게 될 것이다. SNS 세계에 집착하는 현실은 타자의 소거와 반대되지 않던가? 가령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자기의 (심리적, 육체적) 속살을 노출하지 않던가. 그러나 이러한 타자에 과잉 의존하는 목적은 타자성을 소거하기 위한 데에 있다.

관종은 자신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는 만큼 자신이 확장될 수 있다고 꿈꾸는 자이다. BJ가 인터넷 생방송 도중 투신 자살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존재와 관심을 기꺼이 맞바꾸는 것이다.

관종은 일부 청년 세대들에 한정된다고 말할 수 없다. 지금의 청년 세대 자체가 관종 세대인 것이다. 극단의 나르시시즘 안에서 모두가 상통하며, 서로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유아론자와 폐쇄사회

이런 논의를 정리하면 관종이 유아론자라는 귀결에 이르게 된다. 이념도 목적도 아무 상관없고, 신체도 죽음도 죄다 소거한다. 그냥 내가 중요할 뿐이다. 그냥 자기성애가 아니라 과잉자기성애다. 이들의 자아는 외부세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편집증자의 원형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관종은 자기 자신에 중독되었다.

바벨 도서관의 사서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나 역시 마찬가지다.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바벨 도서관의 사서
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보자. 자아는 언제나 사회와 상관관계에 있다. 자아는 사회를 반영한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시크릿 류의 전능감과 누구에게든 관심받을 수 있다는 극단적 관심 추구에 사로잡힌 자기성애자는 어떤 사회의 산물일까? 자기계발이나 자기PR, 자기경영이나 자기브랜드를 말하는 자기(self)를 강요하는 사회가 관종, 즉 과잉자기성애자를 낳는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고 자기를 고양시키는 사회는 사실상 병리적 사회이다. 사회가 이러한 자기 고양을 독려하는 이데올로기를 다층적으로 천명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가 정상 작동하지 못한 상황으로 말미암은 생존과 성취의 부담을 개인에게 온전히 전가시키기 위함이다.

나는 지금 《관종의 시대》의 1장만 다루었다. 이후로도 다양한 측면에서 관종을 조명하지만, 1장을 통해 충분히 관종의 문제를 가장 집약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보아서다. 사실 저자의 장황한 논의는 다소 현학적으로 보이지만, 관종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적절한 도움을 준다. 일독할 만 한 가치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