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발암물질·생식 독성’ 남세균 독성 물질 검출 결과 발표 기자회견

쌀·배추·무 등 기본 재료서 독소 검출돼
강이 흐르지 않는 한 오염 문제는 지속
대선후보에 남세균 해결 공약·제도 요구

환경운동연합이 8일 오전 ‘발암물질·생식 독성’ 남세균 독성 물질 검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환경운동연합이 8일 오전 ‘발암물질·생식 독성’ 남세균 독성 물질 검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이 한국인의 밥상의 기본 재료인 쌀, 무, 배추 등에 발암물질과 생식독성을 지닌 남세균 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건물 내 회화나무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이수진 의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 대구환경운동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가 낙동강, 금강 주변 노지를 조사한 결과 해당 지역 노지에서 재배한 쌀과 배추, 무에서 청산가리 100배 독성의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검출됐다. 이는 녹조에서 발생된 남세균(Cyanobacteria)이며, 이 남세균이 내뿜는 독소가 마이크로시스틴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성, 간 독성뿐만 아니라 남성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여성 난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식독성까지 지니고 있어 프랑스와 미국 등 국가에서는 이미 안전 기준을 엄격히 정하고 있다. 

금강 하류 부근에서 재배된 쌀(현미)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1.32㎍/㎏, 낙동강 중류에서 수확한 무에서는 1.85㎍/㎏, 낙동강 하류에서 자란 배추에서는 1.13㎍/㎏이 각각 검출됐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식수 내 마이크로시스틴 하루 섭취 허용량을 1ppb(㎍/ℓ)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환경연합이 마이크로시스틴 검출양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9년 국민 영양 통계 자료를 활용해 대한민국 성인의 곡류·채소류 하루 평균 섭취량에 따른 마이크로시스틴의 하루 섭취량을 추정한 결과 체중 60㎏의 성인이 하루 평균 마이크로시스틴을 0.685㎍/㎏ (쌀 0.39㎍+무·배추 0.295㎍) 씩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 가이드라인 기준보다 11.4배 초과된 생식독성이 체내 흡수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환경연합은 “지난해 낙동강, 금강에서는 미국 EPA 물놀이 안전 가이드라인(8 ppb)의 875배에 이르는 최대 7000 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현재 환경부가 운영 중인 조류경보제는 문제가 있다”며 “당시 정부에게 국민건강 및 환경 위해성 관점에서의 남세균 독성 물질 문제 해결을 위한 민·학·관 공동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으나 현재 연구 용역은 농산물 축적 문제보다 현행 조류경보제 개선 중심이며, 그나마도 민간단체 참여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생명의 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낙동강의 녹조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생명의 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낙동강의 녹조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수진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먹는 농산물에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초과한다는 사실이 매우 경악스럽다”며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신조어 ‘녹조라테’를 넘어 이제 ‘독조라테’라고 불릴 정도로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로시스틴 오염은 국제적으로 발암성 물질로 인정되며 간과 폐, 신경계, 생식 기능 등을 해치는 독성이다. 현재 국민 건강이 매우 위협받고 있는 상태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국가적으로 조속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의원은 “과거 시행된 4대강 사업은 수십조가 들어가는 국민의 세금이 탕진됨과 동시에 강 생태계를 처참히 파괴시켰다. 국민들의 피해를 회복하는 시간은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며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 독성 물질이 쌓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지금, 대선을 앞둔 시기에 해당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낙동강 근처에서 거주한다고 소개한 대구환경운동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 “4대강 사업을 진행했던 10년 전부터 지역의 농산물 사업이 초토화됐다”며 “당시 정부는 농업인들에게 ‘게으른 농부’라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이후로 녹조 조사를 시작했고, 상추 실험 재배와 쌀과 배추, 무 등 현장 수급해 분석했다”며 “그 결과, 외국의 사례로 본다면 독극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오염 물질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낙동강 인근 농지에서 재배된 농산물이 심하게 훼손된 모습.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강의 수질이 끊임없이 악화된 것이 강 오염에 그치지 않고 먹거리까지 침투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 교수는 “근본적으로 강이 흐르지 않는 한 오염 문제는 지속되며, 물 길을 개방만 해도 사라졌던 천연기념물 어종들이 돌아오거나 녹조 현상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끝으로 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남세균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약과 정책을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원산지 표시제가 ‘국내산’만 표기돼 있을 뿐 녹조 창궐 지역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어 시기와 지역별로 철저하게 조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생식 독성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위험평가, 위험관리 등을 해나가야 한다”며 “우리 국민 건강과 직결된 강 자연성 회복은 민생 문제이자 국민 안전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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